이정연
[The Psychology Times=이정연 ]
2018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는 23.7%로 약 511만 가구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증가하며, 이들을 키우거나 길에서 마주치는 등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과 함께하게 된다.
반려동물과의 애착
Bowlby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애착 관계는 인생 전반에 걸쳐 지속되며, 사람뿐만 아니라 친근감을 통해 안전감을 확보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애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Amiot, Bastian, & Martens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는 정서적 교류가 가능한 대상으로 인간관계에서 받을 수 있는 정서적 충족을 이들로부터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즉, 수많은 반려인이 자기 반려동물에게 조건 없는 수용과 사랑, 사회적 지지를 받고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반려동물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펫로스 증후군
펫로스란, 반려동물의 죽음과 실종 등을 포함한 '상실'로 인해 생긴 슬픔이 1년 이상 지속되어 우울증이나 PTSD로 악화될 수 있는 장애를 의미한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사람에 비해 짧으므로, 이들의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상실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Field, Orsini, Gavish & Packman의 2009년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사별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가족 구성원의 죽음과 같은 인간 사이의 사별에서 나타나는 슬픔의 심각성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높다고 한다.
이렇게 펫로스에 대한 슬픔이 거대함에도, 펫로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냉담하다.
사회의 시선
만 20세에서 69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PMI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M세대는 각각 24.8%, 23.5% 비율로 펫로스 휴가를 찬성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 경우에는 35.8%가 펫로스 휴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펫로스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적 시선은 펫로스 증후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애도 과정에 따라 펫로스를 겪는 기간과 강도가 달라질 정도로 애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는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거나 슬픔을 나누고자 하면, ‘키우던 개 죽은 거 가지고’, ‘강아지 한 마리 새로 들여’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렇듯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슬픔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반려인은 더욱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리는 것도 꺼리게 되어 적절한 애도 과정을 거치지 못하게 된다.
이별하는 방법
애도의 시작은 장례를 진행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장례식을 급하게 준비하고 진행하게 되면 장난감, 간식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거나 충분하게 작별 인사를 못 할 수 있다. 급한 준비는 후회와 죄책감, 슬픔으로 남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장례식을 천천히 준비하고 반려동물과 충분히 인사함으로써 이들을 떠나 보낼 준비가 되었을 때, 보내주는 것이 좋다.
상실에 대한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펫로스를 경험했거나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 좋다. 펫로스 모임에 나가거나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글 쓰는 등의 활동을 통해, 다른 반려인들과 슬픔을 나누며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글 쓰는 것은 다른 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봐야하기 때문에 상실에 대한 고통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반려동물이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작별을 준비하는 것, 함께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것, 반려동물에 대한 기억을 추억하며 우리가 사랑한 시간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는 것 등도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과 같다. 그러나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그 슬픔은 인정받지 못하며, 반려인은 더 큰 슬픔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대상이 사람인지 동물인지보다 ‘누군가가 소중하게 여기던 이를 잃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슬픔의 강도를 우리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소중한 이와 이별한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회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기사
[출처]
서울경제. "반려동물도 가족"……MZ세대 5명 중 1명은 ‘펫로스’ 휴가 찬성
https://www.sedaily.com/NewsView/29TKJ5NFXB
정한아. "반려동물과의 애착에 따른 펫로스 증후군 경향성."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전문대학원, 2020. 서울
김재석. "‘펫로스(Pet loss)’ 치유를 위한 아카이브 구축 방안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2021.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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