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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몸으로 부딪혀 가며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워 보이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의 어두운 한 부분을 마주한다. 그것은 지난 시간 동안 어쩌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고 소외되어온 어떤 것들이다. 장애, 그중에서도 장애인이 그 감춰진 것들에 해당한다.




코다의 삶과 그들의 빛나는 꿈 


2년 전 우연한 기회로 보았던 영화 「코다」는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세상을 깊이 보게 해준 고마움과 따뜻함으로 기억에 자리하고 있다. 


‘코다’는 농인 부모를 둔 청인 자녀를 뜻하는데, 음악에서는 악곡의 종결부, 클라이막스를 의미한다. 영화 속 주인공 루비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며 가족의 생업을 돕고 세상과 가족을 연결하는 창으로서 여러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소녀의 마음 깊은 구석에서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잠들어 있다. 그런 마음을 애써 숨기고 있었지만, 루비는 학교의 부 활동 선택 기회에서 합창부에 들어가게 되고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버클리 음악대학에 가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 위해 소녀는 새벽 일찍부터 생선을 잡고 가족들 몰래 학교에서는 입학 준비를 하면서 집에서는 집안일을 도우며 바쁘게 지낸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가족의 소통 창구였던 그녀가 멀리 떠나는 것에 반대하며 소녀의 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잠시 흔들리기도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녀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전하고, 청각장애가 있는 가족의 귀가 되어주느라 감추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쏟아낸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버클리 음악대학 시험 중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루비가 수화와 함께 ‘The both side now’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노래의 가사는 구름을 사랑과 꿈, 그리고 인생에 비유한다. 눈앞에 보이는 구름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형태는 모호해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러기에 나는 구름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제 구름의 다양한 측면을 보게 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많은 것들을 이해한다. 비록 인생에 대한 환상만 남고 그에 대해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나만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그럼에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라는 모호한 두 가지의 정체성 사이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자신의 꿈을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을 수어라는 언어를 통해 가족에게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가족들은 그녀의 꿈을 응원하게 되고 버클리에 합격한 소녀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난다.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


영화와 비슷한 맥락에서, 비장애 형제 자조 모임에서 펴낸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는 비장애 형제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 책은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장애인 형제를 둔 이들이 중심이 되어 그들 인생에서의 고충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어렸을 때 부모님은 장애 형제에게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았다. 비장애형제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떼쓰지 않고 부모님이 바쁘실 때는 장애 형제를 도우며 진로를 정할 때도 부모님 사후를 생각하며 사회복지와 장애에 관련된 분야에 관심을 둔다. 


자신의 인생이 지워지는 기분을 느낀 한 사람은 우울증을 겪고, 다른 한 사람은 저항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비장애 형제 모임을 만들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렇게 모인 것이 비장애 형제 자조 모임 ‘나는’이다. 자신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던 시간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격려하며 그들은 처음으로 나에게 집중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주변 친구들에게는 이제까지 숨겨두었던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차분히 꺼내어본다. 


이제 모임에서는 새로운 발걸음을 향해 나아가기로 한다. 부모 교육 프로그램과 같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비장애형제에 대해 알리면서 장애 가정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일을 맡기로 한 것이다. 


‘장애’라는 개념은 심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아는 것처럼 그저 우리들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반짝임을 가지고 은은하게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이다. 




‘장애’의 의미 그리고 함께하는 힘




‘장애’는 좁게 생각해 보면 몸이 아프거나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상태라 정의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숨기거나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과 배려로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한 상태이다. 


장애 그리고 장애인은 주변을 잠깐 돌아보면 볼 수 있고 그 개념은 때로는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우리의 눈에 들어오곤 한다. ‘지역 경제에 손해가 된다’라는 입장에서 발생한 특수학교 설립 갈등으로 로스쿨 진학보다 어렵게 된 교육 문제, 장애인 지원 예산 확보와 이동권 보장 요구에 따라 발생한 출근길 지하철 시위 문제, 장애인의 사회 적응과 고용 문제는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장애’라는 단어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고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는 과정은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장애와 가까이 서 있는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 역시 언제든 몸이 불편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보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여러분도 그 과정에 함께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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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보건복지부.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코다(CODA), 일곱살 나희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mI14irRFU1k

션 헤이더. (2021). 코다(영화) 스틸컷 (판씨네마)

비장애형제 자조모임 ‘나는’. (2021).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한울림스페셜

김소희. 진학은 '별 따기' 신설은 더디고... 대학진학보다 어려운 '특수학교' 문턱. 한국일보. 2022.09.05.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9041141000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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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1-03 18: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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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보람을 느끼는 삶을 꿈꾸는 김서윤입니다. 삶이라는 여행을 걷고 있는, 뚜벅뚜벅 걸어가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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