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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정현B ]


<사진출처: Pixabay>


“아, 이거 뭔지 알았는데.”


“기억이 신의 선물이라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신의 축복이라고 부르는 망각 덕분에 이 문장이 정확한지, 출처가 어딘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슷한 문장을 본 기억을 되짚어,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가 한 “망각 또한 신의 배려입니다.”라는 대사를 기억해 냈다. 


망각이 신의 선물이든, 신의 배려이든 우리는 망각 덕분에 좋은 점도 있겠지만, 기억하고 싶은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망각에게 고마워하기보다, 탓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초능력을 꿈꾸곤 한다. 그러나 이런 초능력 같은 꿈 같은 방법이 아닌, 진짜 기억을 잘하는 법은 따로 존재한다. 오늘은 곧 있으면 찾아올 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을 맞아 정보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하려 한다.



기억의 종류


기억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만, 오늘 소개할 것은 기억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짧게 설명만 설명하겠다. 기억은 크게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눠진다. 감각기억은 감각 기관으로 들어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바로 잊어버리는 기억이고, 단기기억은 잠시 유지되는 기억이다. 장기기억은 정보가 유지되고 비교적 영속적이고 무제한으로 저장 가능한 기억이다.


기억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설명하도록 하고 다시 주제로 돌아가겠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잘 기억하는, 잘 외우는 방법이다. 정보가 기억되기 위해서는 뇌에 잘 들어가야 하고(부호화), 잘 저장되어야 하고, 잘 인출해야 한다. 이게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겠다.



정보를 기억하는 방법들


  1. 1. 조직적 부호화와 기억술의 결합

조직적 부호화는 정보를 체계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뜬금없는 정보를 머릿속에 잘 넣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정보들을 정리해서 넣어야 한다. 기억술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 기억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그 예로 '태정태세문단세'로 조선 왕조의 계보 외우는 방식, 물건을 살 때 필요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위치와 연결하는 방법(주방 —> 그릇, 냉장고 —> 물을) 등이 있다. 조선 왕조의 예시로 원리를 설명하자면, 왕의 이름을 앞 글자만을 묶는 기억술(두문자어)을 이용해 조직적 부호화를 한 것이다. 이것은 노래랑 연결하면 더 잘 외워졌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주기율표나 조선왕조 계보를 외울 때 이 방법을 사용해 봤을 것이다.


  1. 2. 복습에도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정보를 가공해서 무작정 외우기만 한다고 다 잘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겠지만, 우리는 복습하지 않으면 정보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복습은 '간격 두기 효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신속하게 학습한 자는 신속하게 망각한다.”라고 말했다. 충분히 학습됐다면, 무작정 계속 학습하는 것보다, 나중에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잘 복습하는 법이 따로 존재한다. 어떤 정보가 있다면, 그것을 단순히 밑줄을 긋거나 다시 읽는 게 아니라 직접 시험해 보는 것이다. 이것을 '검증 효과'라고 한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외워서 써보거나 말하는 시험을 통해 우리는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3. 충분한 수면을 '잘' 취해야 한다.

뇌의 일부분인 '해마'는 이곳에 정보가 저장되지 않지만, 다른 곳에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해마의 '기억 응고화'라고 한다. 따라서 수험생의 경우 시험 전날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것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때 학습 직후 잠에 드는 것이 정보를 덜 잊어버리기 때문에, 바로 잠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 전에 다른 자극적인 것을 보고 잔다면 공부한 게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 4. 환경을 이용하자

그 외에 정보를 받아들인 장소나 맥락에서 기억이 더 잘되는 '맥락의존 기억'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들어온 정보는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술자리에서 기억될 수 있다. 그 정보는 술자리라는 맥락에서 저장됐기 때문이다. 이것을 응용하면 시험을 보는 장소에서 평소에 공부해 맥락의존 기억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상태의존 기억'을 사용하는 방법 있다. 기억을 인출하는 데 기분이 단서가 될 수 있다. 애인과 다툼 이후, 왜 싸웠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애인과 다시 싸우면 전에 왜 싸웠는지 기억이 날 것이다. 


  1. 5. 상황에 따라 외우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기억나는 정보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을 '계열 위치 효과'라고 한다. 10가지를 외운다고 했을 때 첫 번째에 가까운 것들이 나중에 잘 기억날 것이다. 이것은 가장 처음에 제시된 것부터 반복해서 외우기 때문이다.  반대로 10가지가 제시되고 바로 순서 상관없이 말하라고 한다면 마지막에 외운 것들이 잘 기억나고 그다음은 맨 처음과 가까운 것, 그리고 중간에 있는 것 순으로 잘 기억될 것이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외운 것들은 아직 단기기억에 머무르고 있고, 맨 처음과 가까운 것들은 다른 것보다 많이 반복했기 때문이다.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중요한 순간이 아니라면 말이다.


망각이 신의 축복이라지만, 우리는 망각을 탓하는 순간이 많을 것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인간은 본성상 망각의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망각을 탓하기보다, 더 잘 기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 소개된 방법들은 모두 필자가 외워야 할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개인마다 편차는 존재하겠지만, 심리학에서 소개하는 방법이고 근거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들을 이용해 지금 읽은 이 글부터 기억하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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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David G. Myers, C. Nathan DeWall. 신현정, 김비아. (2016). 마이어스의 심리학개론, 제11판. 시그마프레스.

한겨레, “4당5락? 잠자는 동안 뇌는 낮에 공부한 내용 복습한다”. (2019)

URL: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94396.html

중앙일보, “[살며 생각하며] 잊어버린다는 것은 축복이다”. (2022)

URL: https://news.koreadaily.com/2022/08/19/society/opinion/202208191752567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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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04 1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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