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
[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
교사들은 여느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낸다. 조금 다른 점은 일터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고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수업 지도, 행정 업무, 학생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 교사가 하는 일의 범위는 생각보다도 넓고 깊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마음의 아픔을 겪는 교사들도 많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자살을 시작으로 지난 9월 7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조금만 아이들에게 지도해도 아동학대로 신고가 들어가고, 밀려드는 민원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들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교사들이 느끼는 감정, 이후의 처방전
화와 분노
교사들이 느끼는 ‘화’는 사회심리학에서의 ‘동조 현상’과 관련이 있다. 동조 현상은 말 그대로 ‘다른 이의 행동이나 의견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성’을 뜻한다. 화는 그 자체로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이가 화를 내면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느끼는 경우가 많다.
화가 날 때는 먼저 화가 생기는 명확한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은 어느 정도 선인지 명확하게 설정해 두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개방하는 것, 식사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오는지, 지금까지의 삶에서 경험한 것들에서 생각을 떠올려 보며 자아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화가 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표출하는지 확인하고 살펴볼 수 있다. 화가 나면 그저 꾹꾹 누르는 사람도 있고, 그때그때 표현하는 것이 편한 사람도 있다. 정확한 인식은 자기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화를 잘 내는 학생을 지도할 때 어려움을 겪는 교사라면, 다음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먼저 학생과 눈을 마주하며 상냥하게 말하는 것을 시작으로, 학생이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적절한 질문을 더하면서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슬프고 우울한 교사는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벡의 인지치료에서는 이들이 ‘자기 부정적 평가’를 내면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을 대할 때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발견하면서 가혹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부정적인 평가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 비난, 삶에 대한 허무를 야기할 수 있기에 마음을 정돈할 때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 운동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 것, 심각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화가 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울하다는 감정의 원인을 돌아보면서도 지나친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 본다면 좋겠다.
실존주의 치료에서는 다음의 관점으로 불안한 당신을 바라본다. 이들은 이상적인 존재와 실제 자신 사이에서 정체성의 모호함을 경험하고, 완벽주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다.
다른 감정을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불안과 걱정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있는 그대로 감정을 수용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글을 적어 보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복식호흡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것, 자신의 기대를 조금은 낮추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직접 실천하는 등의 방법이 있으니 시도해 보자. 이외에도 ‘나는 어떤 가치를 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은가’, ‘내가 학생들에게, 학교 현장에서, 나의 삶에서 진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고 찬찬히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교사의 감정을 관리하는 9가지 방법
감정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내면의 마음이다. 감정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하여 「교사 감정 사전」을 쓴 김태승 선생님은 이를 위한 9가지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감정의 의미를 정의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성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감정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원이다. 성숙함으로 표현하는 감정은 오히려 인생을 술술 풀리게 돕는다. 필자에게 감정은 어떤 것이든 소중하게 다루고 싶은 기분에 해당한다.
둘째, 감정이 나에게 주는 ‘신호’를 알아차린다. 여러 학교 일에 치여 아픈 교사가 있다면 지금 힘든 이유를 찾아보고 보다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셋째, 감정에 대한 ‘인식’을 습관화하기 위해 연습한다. ‘기쁘다, 화나다, 슬프다, 쓸쓸하다, 외롭다, 불안하다, 긴장되다, 불편하다, 피곤하다, 설레다, 즐겁다’와 같은 감정 단어를 통해 하루 종일 느꼈던 감정을 돌아보고, 힘들었던 감정이 있다면 다시 돌아보면서 마지막에는 성찰을 바탕으로 일기를 써본다.
넷째, 억누르고 있는 감정이 있는지 확인한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이 쌓이면 병이 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다섯째, 자신이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분석한다. 감정을 느끼는 원인, 그로 인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 행동 후의 감정 변화,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나만의 실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여섯째, 마음을 무겁게 하는 감정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앞서 제시한 것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건강하게 내면의 감정을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곱째, 다채로운 자신의 감정을 그 자체로 사랑한다. 모든 감정은 소중하고, 존중받아 마땅한 귀중한 요소들이다. 때로 불안은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고, 외로움은 새로운 시각에서 대상을 바라보게 하며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탄생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 있는 그대로 여러 가지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교사의 마음 건강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연결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필자는 부정적인 감정은 삼킬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배웠다. 그런 생각이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실감하면서, 이제는 지금-여기에서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음에 들여다 놓고 충분히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온전히 그 감정을 헤아려 보려고 한다. 그렇게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선명하고 깊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난 기사
나도 모르는 사이 중독된 것들… 답은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기
참고문헌
초등교사 또 자살…“악성 민원 시달리다”. (2023.09.0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69018
정태연 외 10인. 사회심리학. 학지사
김태승. (2022). 교사 감정 사전. 푸른칠판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rlatjdbs1115@naver.com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보람을 느끼는 삶을 꿈꾸는 김서윤입니다. 삶이라는 여행을 걷고 있는, 뚜벅뚜벅 걸어가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