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김민지 ]


PIXABAY


 그것은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거든요.





 “우울증? 그래서, 도대체 무슨 느낌인데 그래요? ”



만약 당신이 한 번도 우울증을 앓아 본 경험이 없어서 그 심리 상태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당신의 소중한 이가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지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다음으로는 곁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울증이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인 만프레트 뤼츠가 “조현병 환자는 오래 상대하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는데 내면에서 솟아 나오는 깊은 우울증, 우수는 절대 따라 느낄 수가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우울증은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이다. 심지어는 우울증을 직접 앓았던 사람들마저도 인간의 언어로는 그것을 감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경험 영역’이라고 표현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소중한 이가 우울증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참 답답하지만, 이것 또한 명확한 방도가 없다. 우울증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앓는 모든 이들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증상의 정도나 경험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사람마다 모두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환자의 수만큼 많은 우울증이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 우울증을 겪는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당신’이라면, 일단 이 사실부터 명심하는 편이 좋다.

 


    우울증의 증상

  • 울적한 기분

  • 좋을 일이 없음

  • 죄책감, 쓸모없다는 기분

  • 수면 장애

  • 마지못해 먹거나, 너무 많이 먹음

  • 피곤함, 기운이 없음

  • 행동이 굼뜨거나,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함

  • 결정 장애 혹은 집중력 장애

  • 죽음을 생각함

 



 

 “우울증이라뇨, 그럴 리 없어요.”



우울증에 걸린, 나의 소중한 사람. 수도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지만, 돌아오는 건 거절뿐이었다. 그러니 이쯤 되면 누구나 그런 의문을 품게 된다. 상대방은 정말로, 나의 도움을 바라는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는 곁에 있어줄 누군가, 즉 당신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을 앓는 이를 옆에서 돕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상대방을 향한 당신의 사랑이 클수록 그를 제대로 돕기란 더욱 고되다. 그 이유란 무엇보다도 우울증을 향한 당신의 저항감 때문이다. 당신은 상대가 예전과 다르지 않기를 바라고, 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기에,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거지에는 무의식중에 “예전의, 정상의 모습으로 돌아와.”라는 의미가 담긴다. 만약 상대가 이것을 느끼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고, 상태는 더욱 나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당신이 아픈 상대방을 돕고 싶다면 우선 당신부터가, 그의 질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당신 또한 살아오면서, 원치 않아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때가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그때의 경험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아마 당신은 당시에 양가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도움을 바라지만 동시에 바라지 않는, 그러한 모순된 감정 속에서 혼자서만 고통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 양가감정을, 우울증 환자들은 우리들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느끼며 살아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자.

 




 “우리는 뭘 해야 좋을까요? ”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무척이나 무겁기 마련이다. 무슨 짓을 해도, 옳지 않다. 그들은 일체의 관계를 멀리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관계를 끊으면 버림받은 기분이 된다.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죽고 싶다 말하며 그것을 거부하지만, 막상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되면, 정말 끝없이 가라앉는다. 

 

이렇다 보니 주변인으로서는 자연히 우울증 환자를 피하게 된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들의 불안과 우울감에 마치 전염되기라도 한 것처럼, 감정적으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결국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곁에서 견디기란 고된 일이고, 언제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촉을 피하는 것보다는 제안하는 편이 훨씬 낫다. 분명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 아무리 봐도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당신의 도움과 접촉을 조금도 바라지 않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울증을 앓을 때는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당연히 먼저 행동을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연락도 마찬가지이다.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늘 당신이 먼저 해야 한다고 해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을 앓는 당신의 소중한 이는 분명,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는 없어도 자신을 걱정하는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지속적인 ‘부담 없는 권유’를 통해 ‘동굴 바깥에도 삶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을 심어주어, 그들이 품은 부정적 자아상을 몰아낼 필요가 있다. 

 


 그 밖의 

    우울증 환자를 돕는 방법

  • 판단하지 말 것

  • 충고나 조언을 함부로 하지 않을 것

  • 술을 자제할 것

  • 과거의 생활 방식을 유지할 것

  • 치료를 도울 것

  • 가족을 치료에 동참시킬 것

  •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





나의 소중한 친구, 연인, 가족.

'우울증'이라는 힘든 질병을 끝내 이겨내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존재는 바로, 그들의 '곁에 있는 당신'입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을 지켜주세요. 

함께라는 것, 그 용기와 사랑만 있다면 우울증은 결코 불치병이 아닙니다.


 이제는

 안녕, 너의 

 우울

 .





지난 기사


엄마, 나는 엄마가 미워

"안물어봤고 안궁금해요 네얘기" –답정너야 물렀거라(1)-

"방금 그거, 나만 불편해?" -답정너야 물렀거라(2)-

“태어난 순간부터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어 본 적 있어요?” : 가장 보통의 장녀로 살아간다는 것 [1부]

“사실은, 빨리 철들지 않아도 되었던 친구들이 참 부러웠던 것 같아요.” : 가장 보통의 장녀로 살아간다는 것 [2부]

[1] 노답 인생+구제불능 인간=나 : “나란 인간은 언제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2] 노답 인생 + 구제불능 인간 = 나 : “나란 인간은 언제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혼란의 시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드는 ‘그들’








참고문헌

휘프 바위선. (2020). 소중한 사람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을유문화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7794
  • 기사등록 2023-12-22 00:59:5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