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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세웅 ]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만 4년을 근무한 나는 우연한 기회로 심장이식을 담당하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서 일을 하게 되었다.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할 땐 개흉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이동한 환자 곁을 지키고 급성기 간호를 하면서 흉부외과 의사 선생님과 한 팀이 되어 환자분들의 일상을 회복시키는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였었는데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심장내과 의사 선생님과 한 팀이 되어 말기 심부전 환자 및 심장이식 대기자, 심장이식 환자의 회복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있다.


부서 이동을 하고 첫 해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나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결이 다른 업무들을 접하면서 적응을 빨리 해내야 했고, 업무 파악을 하는데 집중했다. 처음 몇 달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는 세븐-일레븐의 삶을 자발적으로 견뎌냈다. 일을 잘하고 싶고, 간절했고, 무언가 도움이 되려면 일단 자기 몫부터 잘 해내야 함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같이 일하고 있는 심장내과 의사 선생님은 심부전 분야의 대가이시다.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분야를 공부하고 개척해 나가서 새로운 영역의 비전을 제시한 분이시고, 어쩌다 보니 나는 심부전 팀으로서 대가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처음 트레이닝받는 기간은 두렵고 떨림의 연속이었다. 회진을 참여하면서 교수님께로부터 심장이식과 관련된 질문을 여러 번 받게 되었는데 핵심만 콕 집어서 물어보시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질문하는 건 정말 이것만은 꼭 알았으면 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것만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라던 그때의 순간은 지금 내가 일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게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되고 역량을 점차 키워나가고 있을 즈음에, 교수님께서는 내게 갑자기 학회에 제출할 초록을 한번 써보라고 말씀하셨다. 아직 대학원에 진학한 상황도 아니었고, 통계는 대학생 때 잠깐 배우고 한동안 나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일단 해보라고 하시니 알겠다고 답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주저했지만 일단 시작했고 주제 선정부터 자료 조사, 설문지 작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며 서툴지만 결국 성취해 냈다. 내가 하는 일 못지않게 내가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주어진 일만 잘 해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다 잘할 수는 없겠지만 계속 무언가를 도전해 보고 일단 해보라는 그 말이 내게는 적절한 처방이었던 셈이다.



얼마 전 외래 진료를 시작하시기 전 교수님을 만나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나와 같이 계셨던 간호사선생님께 병원에서 일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실력도 좋으니 학회에 논문도 제출하고 그래야지라며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져주셨다. 옆에 있던 나에게도 똑같은 말을 꺼내셨다. 마침 이제는 대학원에 가서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는 "내년에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 뭐든지 일단 열심히 해."


교수님께서는 미소를 띠며 응원해 주셨는데 열심히 하라는 그 말이 괜스레 위로가 되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의욕을 가지고 도전하며 한 분야를 개척해 나가셨던 교수님의 삶이 담긴 응원인 것 같아서, 예전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말에 나와서 연구하고 열정을 쏟아부으셨었다는 교수님의 삶이 떠올라서 더 위로가 된 것 같다.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마주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게 주어진 모든 과정들에 열심을 가지고 도전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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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10 15: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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