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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고비 - 초등교사 J의 일의 기쁨과 슬픔 2화 - 삶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 기사등록 2024-02-28 23: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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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내가 힘들었던 건, 더 이상 일에 몰입할 수 없을 때부터였다. 4년 차까지 늦은 퇴근을 마다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내가 그렇게 된 데에는 사내정치도 한몫했다. 일을 열심히 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계략과 술수와 아부로 관리자에게 잘 보이는 사람이 더 인정을 받는 구조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경력교사는 선배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군대식 군기를 잡았고 은연중에 제일 나이 어린 막내였던 나는 군대의 일병처럼 이래도 까이고 저래도 까이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상황에 항의를 하려고 하면 어디 저경력자가 목소리를 내냐는 식으로 더 까였다. 그때 교감선생님은 내게 “직장생활은 시집살이와 같은 거야.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몰라?”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나는 공무원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며 일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고 말았고 5년 차에는 완전히 무기력증에 빠져 매일 칼퇴하는 날이 늘어만 갔다.


그러자 이전 직장에서 괴롭힘과 동시에 냈던 헛소문은 빠르게 기정 사실화되었고 나는 점점 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 더는 견딜 수 없고 참을 수 없게 됐을 때 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됐다. 


치료 후에도 한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나는 못된 선배들의 소문과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었건만 피해를 호소하면 호소할수록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갔으니깐. 나중엔 그와 같은 괴롭힘으로 인해 받은 정신과 치료를 일하기 싫어 거짓 진단서를 뗀 거 아니냐며 인격에 문제 있는 사람으로까지 몰고 갔다. 그리고 나는 이때 삶의 많은 교훈을 얻었다. 정말 진실한 관계라고 믿었던 어제의 친구와 가족이 한순간에 등을 돌리는 가장 차가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인생에 진정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 지를.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줬던, 한없이 베풀었던,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믿었던 사람들이 결국엔 내가 어려움에 처할 때 등에 차가운 비수를 꽂는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결국 관계에 공들여봤자 돌아오는 건 배신일 뿐이고 내가 성공하고 잘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내가 그러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조차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진정한 인격자란 걸, 비록 나는 그리 대해준 사람들부터 처절한 배신을 당했지만 깨달은 것이다. 세상엔 좋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건 강인하다는 말과 동의어이기도 하겠다. 자신들한테 불똥 떨어질까 서둘러 손절 치는 나약하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들만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세상에 대한 불신을 잔뜩 껴안게 됐다.


그것은 가족도 예외는 아니어서 부모님은, 특히 엄마는 자신이 자식을 잘못 키운 게 아니라고 항변이라도 하듯 내가 어떤 억울함을 겪었고 어떤 고생을 했는지는 제대로 들어주지도 알아주지도 않은 채 나를 윽박지르기만 하고 가족들, 친척들 사이에서 내가 고립되는 데 역할을 단단히 해나가고 있다. 나는 그렇게 완전히 절망으로 치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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