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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루비 ]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역시 독서였다.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원래도 책을 좋아했지만 틈만 나면 책을 사서 읽고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가장 힘이 된 책은 제1회 일본 감동대상 대상 수상작인 하야마 아마리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였다. 정확히 내가 자살을 결심하고 정신병원 낮병동에 입원하게 된 나이가 스물아홉이었다. 참 슬프게도 의사 선생님도 내 편이 아니었다. 2차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숨긴 나는 의사 선생님이 나를 의심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진료가 너무 불편하다고 느꼈다. 결국 퇴원하고 나는 더한 수렁에 빠졌다. 씻지도 않고 몇 날 며칠을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잠만 자는 날이 이어졌다. 완전한 폐인이 되어 삶의 희망을 놓아버렸다. 


그런데 스물아홉 1년 후 죽기로 결심하다는 정말 나에게 많은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애인도 직장도 잃고 혼자서 생일을 자축하다 자살을 떠올리지만 라스베이거스를 보고 1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아마리. 인생이 꼭 이십 대에 결혼해서 아이를 기르는 삶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길이 아주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6개월의 휴직기간을 거쳐 복직했지만 여전히 자주 울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라스베이거스를 목표로 삼은 아마리처럼 나는 유럽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감선생님부터 엄마, 동료 선생님까지 어떻게 여자 혼자 유럽여행을 가냐고 걱정했지만 나는 17일간의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삶은 꽤나 멋지고 재밌는 일이 많다는 것, 여전히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 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새롭게 많은 것을 꿈꾸고 실천하게 됐다.


색연필화와 오일파스텔화를 배우게 된 것, 블로그에 끄적인 유럽 여행기를 독립출판으로 펴낸 일, 라디오 에세이를 녹음하고 브런치 작가가 된 일, 그림책을 펴낸 일. 김수영 작가님과 정여울 작가님을 만난 일, 온라인 교육 사이트 필진으로 활동한 일,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일, 대학원 아동문학교육 석사과정을 시작한 일 등이 그것이다.


사람북닷컴 대표 박제인 작가님은 한 강연에서 한때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보다 더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사신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를 기점으로 나이를 새로 세어서 아직 열 살도 안되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셨다. 나는 묘한 동질감과 함께 한때 삶의 절망에 빠진 사람도 얼마든지 다시 박차 올라 더 멋지게 비상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삶에 감사하며 나 또한 누군가의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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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2 21: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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