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The Psychology Times=루비 ]
나는 취미가 정말 많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피아노 연주, 독서, 그림 그리기, 인형 옷 만들기, 글쓰기, 만화책 보기, 게임하기, 펜팔 편지 쓰기, 공연 보기, 여행하기, 공모전 응모하기 등등.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이러한 것들을 즐긴다. 공연 보기와 여행하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다 혼자 하는 거라는 점에서 내 성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예전에 친구들이 일요일에는 늦게까지 자고 정오가 다 되어서야 일어난다는 말에 난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었다. 그 당시 산촌마을에 살았던 나는 기차를 타고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으니 더 그랬다. 나는 시간을 쪼개고 아껴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누리는 삶을 가치 있게 여겼다.
지금은 창창한 이십 대가 아니기 때문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바쁜 삶을 즐기고 있다. 사람이 정체되어있으면 매일 똑같은 풍경에 똑같은 일상에 지루함이 느껴지겠지만, 매일 조금씩 성장해나간다면 하루하루가 새롭고 활기차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조로 해지는 것이라는 어느 작가님의 말씀처럼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삶을 열정적이고 즐겁게 살면 하루하루가 충만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네이버 검색창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라고 키워드를 적었고, 똑같은 제목의 전자책을 발견해서 구매해 읽기도 했다.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것들을 해보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정말 나에게 맞는 최적의 직업을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고, 피아니스트, 작곡가, 작가, 그리고 교사를 꿈꾸기까지 다양한 꿈의 변화가 있었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이 모든 나의 경험과 가능성과 꿈을 아우르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감정과 생각이 자주 바뀌고, 온갖 일들에 호기심의 촉수를 세우고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기회와 성취를 안겨주었으니깐. 교대 4학년 시절에는 꿈꾸던 졸업연주회도 했었고, 2012년에는 합창반을 운영하기도 하고, 2018년에는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 동시집을 펴내고 소장본 그림책을 펴내기도 하고 2020년에는 여러 UCC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 더 발전하고 다듬어져야 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교학상장하며 성장해나가는 것이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더불어 아이들의 웃음과 감사는 덤이다.
이사 오고 나서는 산책이라는 취미가 추가로 생겼다. 집 근처 풍경이 너무나 근사하기 때문이다. 졸졸 흐르는 하천과 둘레 길의 꽃나무들, 때마다 날아오는 청둥오리들이 일상의 평온함을 선사해준다. 가끔은 정자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어며 쉬어가기도 한다. 당분간은 이 행복감을 계속 누리고 싶다.
누군가는 ‘참 한가하네’라고 말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까지 참 치열하게 살아왔으며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고 다만 시간을 알뜰히 나눠서 쓸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일 년에 수백 시간의 연수와 대학원 수업을 듣고, 수많은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강연을 듣고, 바삐 사는 삶. 그 치열함이 결국 삶을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 틈새 시간 속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본문 66쪽
김동영 작가는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책에서 옆으로 넓어지는 것을 격려하기도 했다. 더 높이 오르려고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옆으로 넓어지는 삶. 그렇게 풍요로운 내면을 확장해가는 삶 또한 꽤나 근사하고 멋지다고 말해주고 있다. 2017년에 읽었던 이 책의 한 구절을 나는 몇 년이 지난 지금 오롯이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가 계속해서 옆으로 늘어나듯, 나도 앞으로 점점 더 나만의 삶의 나이테를 늘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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