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루비 ]



학교에 있으면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 모두가 하기 싫은 업무를 도맡아 해냈는데, 인정해주기보다 꼬투리를 잡을 때, A를 하면 B가 아니라고 까내리고 그래서 B를 해내면 A가 아니라고 까내리고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를 때, 선한 마음으로 대하면 그것에 대해 감사하고 좋아해 주는 게 아니라 만만한 동네북 취급하며 예의 없는 말을 생각 없이 지껄이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그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이 옳다며 나도 교활하고 강하게 사람을 대해야 하지 흉내를 내보지만 사람들은 금세 눈치챈다. 아무리 못되고 강해 보이려 애써도 천성이 작은 상처에도 산산이 부서져버릴 만큼 연약한 사람이란 것을.


 하루에도 내 온몸 세포 마디마디마다 바늘로 꼭꼭 쑤시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 매일을 수 십 번 수 차례씩 상처 난 가슴을 여러 번 스치며 산다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혼자만의 아픔을 삭인다.


 그런 상처 난 마음의 반창고는 “나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정말 화가 나겠다.” “나라도 정말 마음 아플 거야.”라고 하는 공감의 말이다. 무조건적으로 내가 문제라고 자학하고 자책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도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말. 약육강식의 세상 속에서 작고 연약하단 이유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배척당할 때 진심으로 따스한 마음으로 어루만져주는 사람의 소중함과 무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죄책감을 모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간다는 게 쉽게 삶에 지쳐버리게 만들지만, 어느 순간 눈물이 쏟아질 것 같고 좌절감으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순간에도, 그래도 어딘가엔 나와 연결된 따스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삶의 축복이자 희망이라 믿게 된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면서,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견디고 버틴다. 그렇게 점차 점차 평온한 나날들을 늘려가려고 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 산들바람이, 길섶의 꽃들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일이란 호주에서 북극성을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우주의 은하 수만큼이나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시간과 장소를 바꿔가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가는 일,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일들은 이 세상에 선물처럼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 또한 알려준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와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늘려가고자 한다. 오늘도 가슴속에 작은 용기의 씨앗을 심는다.


작은 씨앗에서 용기가 피어나다! (사진출처:프리픽)


씨앗

-함민복


씨앗 하나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포동포동 부끄럽다

씨앗 하나의 단호함

씨앗 한톨의 폭발성

씨앗은 작지만

씨앗의 씨앗인 희망은 커

아직 뜨거운 내 손바닥도

껍질로 받아주는

씨앗은 우주를 이해한

마음 한점


마음껏 키운 살

버려

우주가 다 살이 되는구나

저처럼

나의 씨앗이 죽음임 깨달으면

죽지 않겠구나

우주의 중심에도 설 수 있겠구나

씨앗을 먹고 살면서도 

씨앗을 보지 못했었구나

씨앗 너는 마침표가 아니라

모든 문의 문이었구나


/김현의 시 처방전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8106
  • 기사등록 2024-05-09 14:38:4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