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Times=김민정 ]

2019년 6월, 이은해는 내연남 조 씨, 남편 윤 씨와 같이 계곡에 놀러 가 수영을 못 하는 윤 씨에게 “오빠 안 뛰면 내가 뛰겠다”라고 말하며 다이빙을 강요했다. 이에 윤 씨는 다이빙 하여 물에 빠졌지만 이은해가 고의적으로 구해주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경찰은 이들이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다이빙하여 숨지게 한 혐의로 2022년 3월 공개 수배하였다. 사건 발생 전부터 윤 씨는 지속적으로 폭력적인 비하 발언을 들었고, 이로 인한 자존감 추락으로 심리적 지배를 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윤 씨는 애정을 권력의 일종으로 파악하여 압박을 주는 이은해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문제의 원인을 본인의 탓으로 돌려 생각하였고, 이은해는 이러한 심리와 상태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질렀다.

가스라이팅이란?

1983년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 ‘가스등’에서 남편이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후,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로 평범하고 멀쩡했던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고 가는 내용에서 나온 말이다. 극 중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의도적으로 희미하게 만들어 놓고 아내가 어둡다고 할 때마다 어둡지 않다면서 아내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하였다.  그는 주변 소리와 환경 모두 교묘하게 조작하여 아내의 현실감을 잃게 만들었고, 자신의 판단력을 의심한 아내는 결국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 즉,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을 완전히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가스라이팅’보다는 ‘그루밍(groom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두 단어 모두 암시를 준다는 의미에서 같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가스라이팅에 익숙해져 있다.

가스라이팅을 하는 이유는 통제력 확보, 자존감 향상 또는 행동 정당화 등이 있다. 이를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완전히 지배하여 조종할 수 있다는 느낌을 얻고자 하며, 자신의 부족함이나 취약한 부분을 숨기 위해서 상대방에 대한 힘과 통제력을 얻어 우위에 서고자 한다. 또한, 자신의 부정적 행동을 상대방에게 전가하여 부정적 행동이 올바른 행동인 것처럼 정당화하고자 가스라이팅을 한다.

가스라이팅, 당하는지 정말 모를까?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에 의하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은 오랫동안 당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가스라이팅을 인식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가해자가 권위자나 보호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보호자일 경우 가장 쉽게 발생한다. 왜냐하면 권위자나 협력자에 비해 보호자로 여겨지는 사람은 나쁜 의도로 자신을 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의 행동은 자신을 위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좋은 추억이 많은 경우이다. 기억은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에게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일정 기억을 얘기한 후 “그때 정말 좋았지, 네가 말 잘 들어서”라고 덧붙이는데, 이는 상대방의 기억을 편집하는 것과 같다. 이에 상대방이 의심을 한다면 “네가 잘못 기억하는 거 아냐? 내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너 말 되게 이상하게 한다”라고 말하여 상대방이 정말 잘못 기억하는 것처럼 만들어 통제한다. 이처럼 가해자는 반복적으로 그들의 추억을 임의적으로 편집하여 상대방을 보다 쉽게 지배하게 된다.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가스라이팅은 대부분 믿고 있는 친밀한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들에 대한 피해자의 의존이 높고, 권력관계에 있는 경우가 다수이기에 관계를 끊었을 때의 피해자가 느끼는 외로움과 죄책감, 피해에 대한 걱정으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박사는 “가해자에 대한 교화는 불가능하며 ‘단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하였으며, “가스라이팅을 시도하는 사람과 물리적·정신적으로 멀리하여 ‘알았어, 너 말대로 할게’가 아닌 ‘한번 생각은 해볼게’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라고 덧붙였다.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은 관계 단절로 인한 고립감, 즉 어색하고 싫은 느낌을 존중하여 판단해야 한다. 그러한 감정은 결과적으로 싫은 것이고 관계가 잘못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이미나. "너 때문에 기분 나빠졌잖아" 연인간 가스라이팅 실태는?. 2024.02.01.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20164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