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The Psychology Times=박지연 ]
최근 소방관 순직 기사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전, 근무환경개선과 더불어 소방관의 심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사고와 재난 현장 속에서 시민을 구하는 영웅인 소방관의 심리는 과연 누가 살펴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포스터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를 통해 보는 소방관의 트라우마
2022년과 2023년에 방영한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이하 소옆경)는 경찰과 소방관 그리고 법의관의 수사 공조를 그린 드라마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드라마 소옆경의 등장인물을 통해 소방관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극중 소방관 봉도진은 첫 출동 현장에서 화재진압을 위해 지붕에 올라가 작업하던 동료가 추락해 순직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의 트라우마로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마지막에 나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봉도진은 다짐대로 인명을 구출하고 현장에서 순직한다. 또한, 극중 소방관 중 구급대원 송설은 선배 봉도진의 순직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소방관은 참혹한 현장과 현장에서의 부상 그리고 동료의 순직 등으로 많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영웅이라 불릴 만큼 존경받지만 정작 소방관의 아픔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소방관의 어려움
소방관은 화재 진압과 재난, 재해 발생 시, 구조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소방관은 역할에 따라 화재진압대원, 구조대원, 그리고 구급대원으로 나뉜다. 각자의 직무는 다르지만 소방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가지는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것은 동일하다.
소방관의 어려움 그 첫번째는 높은 사망률이다. 이는 신체적, 정신적인 부분이 모두 작용한다. 현장에서 마시는 유독가스와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상 등으로 인해 순직하거나 은퇴 후 기대수명이 다른 공직자와 비교해 짧은 등 신체적 어려움이 많다.
높은 사망률과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교대근무가 있다. 소방관은 일명 당비비라고 불리는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한다. 24시간 근무 후 48시간 휴식을 가지는 것이다. ‘하루 근무하고 이틀 쉬면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소방관의 24시간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24시간 동안 평균 15~20건의 출동을 해야 하고 새벽 출동이 있는 날이면 잠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 사이렌이 울릴지 모르는 교대 근무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소방관의 PTSD
소방관은 화재, 재난 현장에서 참혹한 상황을 직접 겪거나 목격한다. 시민의 사망은 물론이고 화마 속에 소중한 동료를 잃기도 하는 등 끔찍한 현장에 자주,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관의 심리 문제가 바로 ‘PTSD’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충격적인 외상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에 다양한 심리적 부적응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외상 사건이란 죽음 또는 죽음의 위협, 신체적 상해, 성폭력과 같이 개인에게 심각한 충격을 주는 다양한 사건들(예: 자연재해, 전쟁, 살인, 납치, 교통사고, 화재 등)을 말한다(권석만, 2013).
소방청과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로사업단이 함께 진행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 소방관 10명 중 4명 이상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는 자살 고위험군인 것으로 드러났다.
흔히 외상 사건이라 불리는 일을 한번만 경험해도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데, 그런 일을 자주 겪는 소방관의 정신적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끔찍한 현장과 시민,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다음날이면 또 현장에 출동해야 하다 보니 소방관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매우 심각하다. 김길중 소방노조 사무처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감정적으로 힘들어 술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순간 퇴직을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의 심리를 돌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에 따르면, ‘소방관은 강해야 한다.’는 조직 분위기와 트라우마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힘들어도 감추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부족한 인력과 심리 지원에 대한 체계 부재로 인해 치료를 받기 어렵다. 이로 인해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함에도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관 10명 중 7명은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며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소방관은 3년 연속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순직 소식이 들릴 때만 아주 잠깐 관심을 가진다. 항상 시민을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보살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 최근 위험하고 처참한 사건, 사고 현장에 자주 노출되는 이들에 대한 전문 상담의 필요성이 다수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소방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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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2024년2월6일). ‘[기고] 소방관의 트라우마’ FPN/소방방재신문ㆍ119플러스. [기고] 소방관의 트라우마:FPN Daily (fpn119.co.kr)
이상서. (2024년2월4일). ‘소방관 10명 중 4명 PTSD, 수면장애 등 호소…5%는 자살 고위험’ 연합뉴스. 소방관 10명 중 4명 PTSD·수면장애 등 호소…5%는 자살 고위험 | 연합뉴스 (yna.co.kr).
이연섭. (2024년2월6일). ‘[지지대] 소방관의 정신적 고통’ 경기일보. [지지대] 소방관의 정신적 고통 (kyeonggi.com).
정인지. (2023년10월23일). ‘소방관 건강 ‘적신호’…”열악한 근무환경, 고스란히 ‘건강 이상’으로”’ 투데이신문. 소방관 건강 ‘적신호’…“열악한 근무환경, 고스란히 ‘건강 이상’으로” < 이슈추적 < 사회일반 < 사회 < 기사본문 - 투데이신문 (ntoday.co.kr)</a>.
홍다영. (2024년2월9일). ‘불길에 사라진 동료들…소방관 40%, 정신적 후유증 호소’ 조선비즈. 불길에 사라진 동료들…소방관 40%, 정신적 후유증 호소 - 조선비즈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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