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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되지 못한 것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실패한 대한민국 대표팀
  • 기사등록 2024-03-05 15: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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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장순범 ]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이 막을 내렸다. 카타르는 2월 11일 카타르 알다옌에 위치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3-1 대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카타르는 2회 연속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확실한 아시아의 강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승 후보로 평가되던 대한민국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해외 리그에서 뛰는 스타들이 포진한 역대급 라인업이라는 기대를 받았고,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힘찬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새로운 역사를 쓰던 요르단의 희생양이 되어 4강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대표팀 여정


많은 국민들은 64년 만의 한국 우승을 기대하며 열띤 응원을 보냈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3-1로 이기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많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2차전 피파랭킹 60등 이상 차이가 나는 요르단에 좋지 않은 경기를 펼치며 2-2로 비겼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피파랭킹 100등 이상 차이가 나는 말레이시아에 무려 3골이나 먹히며 3-3 무승부를 거두면서 우리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 전, 앞선 조별 리그와 다를 바 없는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던 대한민국은 패배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조규성의 헤더 골로 경기는 연장에 돌입하였고, 끝내 승부차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였다. 


호주와의 8강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페널티킥 골과 연장전 대한민국의 주장 손흥민의 그림과 같은 프리킥 골로 2-1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도파민 축구’, ‘좀비 축구’ 여러 별명도 생기며 끈질긴 경기 끝에 승리를 쟁취하였다. 우리 대표팀은 경기 내용은 졸전이어도 끝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열띤 응원을 펼친 우리 국민들도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의 순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키워나갔다.


2월 7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났던 요르단을 4강에서 다시 만났다. 결과는 2-0 패배. 대한민국은 단 한 개의 유효 슈팅조차 만들지 못하였고, 너무나도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패배하였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마지막 우리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이 너무 처참해서였을까. 우리 대표팀의 4강 탈락은 아시안컵이 꽤 지난 시점임에도 필자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도파민 축구’, ‘좀비 축구’라는 별명도 생기며 끝내 승리했던 우리 대표팀의 모습, 그 덕에 모두가 즐거웠던 시간, 가슴 뜨거웠던 순간 기억에 남는 경기들이었다. 유독 마지막 요르단과의 경기 패배, 4강전 탈락이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패. 즉, 아시안컵 4강 탈락과 같은 것들이 앞서 승리한 경기보다 우리의 기억에 길게 남아있는 이유는 놀랍게도 인간의 생존 욕구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실패란, 생존을 위협하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간의 뇌는 생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러한 뇌의 메커니즘에 의해 실패는 머릿속에 강력하게 각인된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성공보다는 실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는 자이가르닉 효과와 깊은 연관이 있다.

 


자이가르닉 효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란 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현상으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한다. ‘끝마치지 못하거나 완성되지 못한 일은 마음속에서 계속 맴돈다’는 것으로, 러시아 심리학과 학생이던 블루마 자이가르닉과 그녀의 스승이자 사상가인 쿠르트 레빈이 제시한 이론이다(위키백과, n.d.). 즉, 미완성에 대한 애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작품, 과제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느끼는 이유에 이런 심리적 현상이 숨어있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의 기억 관련 실험을 진행하였다. 음료수와 치약, 진통제 등의 광고가 중간에 삽입된 TV 프로그램을 보여주거나 들려줬다. 나중에 광고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연구자들이 광고 시작 전 일부러 재생을 멈췄던 광고 내용을 가장 잘 기억했다. 그뿐만 아니라 끝까지 보지 못한 광고일수록 그 광고 내용을 2주 가 지난 시점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위경환, 2019).

 

자이가르닉 효과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을 아주 극적인 장면으로 끝내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 또한 자이가르닉 효과를 상업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예이다. 이런 미완성의 결말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게 되고 이어지는 내용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에 상업적인 측면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4강 탈락이 기억에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유가 이러한 심리학적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극적인 성공, 승리를 통하여 지속해서 토너먼트 상위 단계에 진출하였지만,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절대적인 목표를 이루지 못한 대표팀이었다. 우리의 가슴에 뜨겁게 했던 극적인 승리들은 ‘우승’이라는 절대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되었고, 우리의 기억 속에 더 깊게 박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거대한 탑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였고 미완성의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심리학에서 등장하는 자이가르닉 효과는 아시안컵을 즐기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상업적인 면에서 전략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심리학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상황과 개개인의 행동에 대한 분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본인의 행동에서 비롯된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완벽하게 완성된 결말을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제약에 의해 체념과 포기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뇌의 메커니즘은 어쩔 수 없이 실패와 미완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를 받아들이고 실패에 대한 아쉬움과 원망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겨 하나의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 실패를 밑바탕에 두고 그다음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출처

무심아(2020), ‘광고여백에서 나타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에서 인출

위경환. (2019.03.04.). 위경환의 심리마케팅⑪ 자이가르닉 효과를 노려라, 카피와 비주얼을 통해서. 에서 인출.

brunchstory(2020), https://brunch.co.kr/@scentoflife/92. 에서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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