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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권예지 ]


이미지출처: iStock

"남자의 첫사랑 무덤까지 간다고

사랑의 기준은 언제나 너였어

좀처럼 깊게 마음 못 줬어

누군지도 모른 채 자꾸 그리워했지

나 하지만 너무 잘 알잖아

끝난 사랑에 다신 없다는 걸

왜 항상 사랑할 땐 안 보일까

놓친 게 왜 늘 그리울까 왜 난 그리울까...."


가수 FT-ISLAND의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이다.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어딘지 익숙한 문장일 것이다. 비단 노래에서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는 고전문학이나 현대문학 작품에서도 잊지 못한 첫사랑 또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이러한 작품들에서 첫사랑이라는 존재는 시간이 흘러도 빛이 바래지 않고 주인공의 마음속 한켠에 아련하게 자리 잡은 존재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정말 첫사랑은 무덤까지 가는 걸까?



자이가르닉 효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란, 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쉽게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용어로 '미완성 효과'라고도 일컫는다. 러시아의 심리학과 학생이던 블루마 자이가르닉과 그녀의 스승이자 사상가인 쿠르트 레빈이 제시한 이론으로(위키백과, n.d.). 인간은 '인지적인 종결 욕구'가 강하게 존재하기에 풀지 못한 문제나 끝내지 못한 이야기 등이 있다면 해당 문제나 이야기를 완수하고 이것을 해결할 때까지 오랫동안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첫사랑도 이와 같은 원리로 마음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첫사랑을 겪을 시기에는 미숙하고 서투른 모습으로 사랑을 한다. 그렇기에 완벽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해서 마음속에 자리한다. '그때 내가 참았더라면../ 그때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달랐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 우린 지금 함께였을까?'라는 일종의 미련이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나를 계속 괴롭히는 것이다.




첫사랑은 영원할까?


그렇다면 이토록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첫사랑은 영영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아 '무덤까지' 나를 쫓아다니며 일평생 나를 괴롭히는걸까? 또는, 내 남자 친구/여자 친구는 현재 나와 잘 만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평생 첫사랑을 마음 한편에서는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걸까?


사람의 마음은 가변적이고 답이 하나로 정해진 존재가 아니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물론 '처음' 하는 경험이라는 의미 자체에서 오는 특별함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이가르닉 효과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무엇인가를 완성하기 전에는 해당 내용을 계속 기억하고 상기시키려 한다. 하지만 일이 마무리되면 뇌에서 기억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첫사랑을 '완성되지 못한 아쉬운 무언가'로 남겨두기보다는 그때의 나도 나 자신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이고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랑으로 채워나가는 것은 어떨까.

첫사랑과 결혼하지 않았거나 첫사랑과 연애 중이지 않은 사람 중에서 첫사랑만을 그리워하며 잊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보다는 현재의 사랑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더 많을뿐더러, '첫사랑'이라는 용어의 정의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내린다. 첫사랑이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처음으로 가장 많이 좋아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등 다양하기에 절대적인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경험한 사실이겠지만,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사랑 뒤에도 새로운 사랑은 반드시 찾아오고 그 전 사랑만큼이나 마음을 다해 사랑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첫사랑이라 생각했던 사람은 더 이상 생각도 나지 않고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첫사랑처럼 소중해지는 일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첫사랑과 이별해서, 혹은 이러한 사람이 다시는 내 인생에 없을까 봐 걱정되거나 내 애인이 첫사랑을 영영 못 잊을까 봐 문득 걱정이 된다면, 첫사랑이라는 존재가 꼭 대체 불가능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마음을 안정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정수남(Joung Su-nam). "‘첫사랑’의 후기근대적 운명과 노스탤지어에의 ‘차가운’ 열정." 한국학 39.1 (2016): 163-201.

무심아, 양재범. (2020). 광고여백에서 나타나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Journal of Integrated Design Research, 19(4), 111-124. 

김미란.(2004)관념적 근원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첫사랑' : TV드라마 '겨울연가'론.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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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1 09: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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