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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황세현 ]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


 출처 Pixabay


“안 입는 옷은 제발 좀 버려!”

“언젠가 다~ 쓸 데가 있어! 냅둬!”


계절마다 옷장 정리를 할 때면 A씨와 그의 남편 B씨는 실랑이를 벌인다. ‘미니멀리스트’인 A씨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B씨는 물건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떠오른 키워드 중 하나인 ‘미니멀라이프.’ 삶 전반에 자신이 필요한 것만 갖춰두고 사는 라이프스타일이다. 흰 벽에, 아무것도 없이 휑한 공간을 떠올리기 쉽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바에 따라 미니멀라이프의 모습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삶을 최대한 간소화한다는 점이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은 단순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이러한 미니멀리스트들과는 그 모습이 정반대인 맥시멀리스트들도 있다. 맥시멀리스트들은 소유를 극대화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낀다. 

 


수집이 과도하면 저장강박


사실 인류는 모든 것을 수집함으로써 생존의 가능성을 높였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에는 식량을 최대한 비축하여 미래를 위한 저장을 해두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어쩌면 이러한 생존 본능이 아직까지도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있는지 모른다. 또한 인간은 모든 것을 기록하여 남기고, 그것을 후대가 보관하고 전시하면서 역사적 배움을 추구한다. 이처럼 기록, 저장, 보관의 행위는 많은 경우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들도 존재한다. 저장장애, 또는 저장강박이라고 불리는 경우다. 소유물의 실질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그것을 버리는 데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 어려움은 소유물의 과다 저장으로 인해 실질적 생활공간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든다. 단순히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못 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수준이라면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다. 

 출처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 물건 다이어트 (https://www.youtube.com/watch?v=ym0FE8YXQpM)

저장장애는 그 특징이 단순히 강박 증상 중 하나로 취급되기에는 구별되는 점이 있어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장애로 실리게 되었다. 현혜민 교수의 <저장 성향과 강박 신념, 우유부단성, 심리적 안녕감과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호더(Hoarder- 강박적 축적을 겪는 사람)들은 강박장애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반복적이고 침투적인 사고를 경험하지 않는다. 


저장장애를 가진 이들은 물건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일상생활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사람보다는 소유물에 더 강한 애착을 느끼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겪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은 손실에 대해 과장된 평가를 내리며, 환경을 통제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띤다. 호더들은 수집한 물건에 정서적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소유한 자신에게 과도한 책임감을 부여한다. 

 

출처 EBS 다큐멘터리: 마음의 그늘, 저장강박(https://www.youtube.com/watch?v=VWaQuHVOSO0)

저장강박의 행동양상에는 크게 강박적 저장과 강박적 수집이 있다. 전자는 객관적으로 쓸모가 없거나 저장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저장해 놓는 것이고, 후자는 보관할 장소가 없거나 그 물건 자체가 필요가 없는데도 끊임없이 물건을 수집하는 행위이다. 부엌에서 요리를 할 수가 없고 침대에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물건이 쌓여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규범적인 수집 행동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정상적인 수집은 정돈되고 선택적인 수집 행동이며, 저장장애가 야기하는 쓰레기, 스트레스를 가져오지 않는다.

 


소유 대신 나의 존재에 집중하기


저장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중 80~90%가 물건을 과도하게 구매하고, ‘무료 물품’을 수집하는 증상을 보인다.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소비는 소유의 한 형태이다. 소비는 이중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써버린 것은 빼앗길 염려가 없으므로 일단 불안을 감소시켜준다. 그런 한편 점점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한다. 왜냐하면 일단 써버린 것은 곧 충족감을 주기를 중단해버리기 때문이다.”고 썼다. 

소비와 소유는 상호보완 관계가 될 수 없다. 이 시대의 물질만능주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자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건의 물질적 소유에 집착하기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애착의 방향이 물건보다는 주변 사람들, 더 중요하게는 자기 자신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다. 그를 위한 노력으로는 명상을 통해 마음챙김 훈련을 할 수 있다. 마음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좋다.

 

우정, 사랑, 의견이나 감정의 표현은 물질적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나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물건을 많이 저장하는 일보다 주위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베품으로써 자아를 확대해 나가는 일임을 명심하자. 


에리히 프롬은 다음과 같이 썼다. “소유는 사용에 따라서 감소하는 반면, 존재는 실천을 통해서 증대한다. 이성의 힘, 사랑의 힘, 예술적 및 지적 창조력 등 이 모든 본질적 힘은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불어난다. 베푸는 것은 상실되지 않으며, 반대로 붙잡고 있는 것은 잃기 마련이다.” 

 

 


참고문헌

현혜민. (2014). "저장 성향과 강박 신념, 우유부단성, 심리적 안녕감과의 관계." 국내석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경기도

이은경, 전중옥. (2019). “소비자의 저장강박행동에 따른 양면적 반응에 관한 실증 연구.”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문제연구, 제50권 제1호. 67-87쪽.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DSM-5-TR. Fifth edition.

에리히 프롬. (2020). 소유냐 존재냐.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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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2 15: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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