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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고다연 ]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쉽게 공개할 수 있는 시대에 유튜브(Youtube)라는 공간은 그런 콘텐츠를 공유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초등학생 희망 직업 상위권에도 '크리에이터'가 올라와 있을 정도로 나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채널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개수 또한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하루 중 아무 때나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단연 눈에 띄는 콘텐츠는 '브이로그(V-Log)'다. 브이로그는 Video의 'V'와 Blog의 'Log'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를 말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아내면 되기에 진입장벽이 낮아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금 당장 유튜브 검색창에 "V-Log"만 검색해도 수많은 브이로거가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물론 "연예인 일상을 구경하기 위해 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 브이로그 중에서도 조회수 50만 회를 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1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른 근거를 댈 필요 없이 조회수만 보더라도 연예인, 일반인 상관없이 브이로그 콘텐츠 자체의 인기가 상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브이로그 콘텐츠에 열광하는 걸까?




관음주의?


브이로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현대 대중문화가 주는 즐거움의 원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이론인 관음주의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음'이라는 단어는 흔히 음란한 것을 본다는 의미로 선정적인 느낌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오지랖, 엿듣기 등 좋지 않은 행위를 연상시킨다. 정신분석학 관점에서도 타인의 벌거벗은 모습을 은밀하게 관찰하며 자신의 성적인 만족을 얻는 행위로 정의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단어의 의미에 꼭 선정적인 요소를 포함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즐거움 혹은 쾌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일부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이장석, 성동규, 2022).


여기서 말하는 관음주의는 영상 속 타인과 나와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스스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디어 속 등장인물과 본인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며, 자신보다 나은 부분을 보면서 따라하고 싶다는 충동을 통해 자기 향상 동기가 발현된다.




제 일상 구경하러 오세요!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 관찰 예능에 출연한 출연진의 평상시 일상과 그 속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며 자신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고 그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서적 교류를 통해 등장인물의 경험을 마치 자기 경험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곽경태, 김은경의 연구에 따르면,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관찰 예능이 가진 심리적 효과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가 아니라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몰입함으로써 정보를 '재생산'하는 주체적 시청자로 위치가 바뀌고, 시청자가 스스로 자신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다.


김예란과 박주연의 연구에서는 리얼리티를 통해 일상 속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전달하여 시청자와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하였다. 타인의 삶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은 자신의 삶을 전시하고 싶은 욕구를 유발하고 이때 리얼리티 시청 경험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낌으로써 영상에 등장하는 출연진에게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된다고 밝혔다.


관찰 예능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관련 감정이입 영향을 살펴본 여러 선행연구에서 모두 프로그램 시청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원인 중 한 가지는 다른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시청하는 과정에서 그 인물에 대해 감정이입 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유튜브 브이로그 콘텐츠도 타인의 화면 속 일상을 통해 자신과는 다른 타인의 일상을 시청하는 것을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청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지속해서 시청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 된다. 




'관음'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현대 미디어 속 관음주의는 시청자에게 감정이입과 시청 만족감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시청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브이로그가 현재 현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이다. 자기 삶과 다를 바 없는 화면 너머 타인의 일상을 엿보며 수용자는 치열하고, 남들과의 비교가 일상이 돼버린 경쟁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안도감을 느끼고 공감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주목해 볼 만하다.




참고문헌

이장석, 성동규. (2022). 브이로그는 어떻게 MZ 세대의 문화가 되었나? 유튜브 브이로그의 관음주의가 감정이입, 시청 만족, 지속시청의도에 미치는 영향. 문화산업연구, 22(4), 115-123.

곽경태, 김은경. (2017). 관찰예능 속에 담긴 일상, 집단적 의사소통의 장을 형성하다. Asia-pacific Journal of Multimedia Services Convergent with Art, Humanities, and Sociology, 7(7), 813-820.

김예란, 박주연. (2006).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이론과 실제 – 제작자 심층 인터뷰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20(3),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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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4 15: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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