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
[The Psychology Times=김가은 ]
최근 인공지능 챗봇(Chatbot)인 Chat GPT가 인기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보 검색과 리포트 작성 등 비교적 사무적인 일만 도맡았던 프로그램이 요즘에는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하고, 심지어는 꽤 자연스럽게 사람과 대화도 한다. 이제는 단순한 검색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대화형 에이전트가 된 것이다. 지금껏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예술과 창의력에 방대한 데이터를 등에 업은 AI가 들어오면서 윤리나 능력의 문제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을 보았을 때, ‘AI의 심리 상담’도 논쟁거리가 될 법하다.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분석해, 그에 맞는 방법을 제공하는 심리상담사의 일은 오랫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지만, 그와 동시에 AI가 목표로 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외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대화형 챗봇’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과연 단순한 대화를 넘어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담’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다가갈 수 있을까? 그 길에는 어떤 해결 과제들이 있을까?
감성 컴퓨팅,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
감성 컴퓨팅이란 인간이 가진 감정과 태도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기술이다. 1995년에 MIT 대학의 로사린드 피커드 박사가 처음 사용한 단어이며, 다양한 기술 분야가 접목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분류하는 것부터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필요한 첫걸음이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인간의 활동 경계가 모호해진 최근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이다.
인간의 감정에는 주로 따라오는 신체적, 생리적 반응이 있기 때문에, 이 정보들을 통해 대상이 되는 인간의 감정을 분석하고 의사소통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는 방식이 주로 연구된다. 이때, 심박수, 호르몬 레벨, 신경 신호 전달 속도 및 피부 반응 등이 주로 측정된다. 이러한 생리적 반응 외에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음성이나 표정 변화로도 감정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회사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피커드 박사가 ‘감성 컴퓨팅’을 주장한 지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아직 인간 수준의 감정 파악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된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맥락’을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지아대학교 안선주 교수가 2023년에 MIT에서 한 연설 내용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인간이 표정을 지을 때 나타나는 얼굴의 움직임을 분류해 학습시켰기 때문에 심리적 예외가 나타나면 오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굴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화남’이라는 감정이라고 학습했다면 마라톤 선수가 메달을 땄을 때 같은 표정을 짓는 것도 ‘화’라는 감정이라고 인식하는 식이다.
상담에 AI 활용…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직 감성 컴퓨팅 기술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상담 분야에서 AI가 쓰이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공지능 상담사가 직접 상담을 진행한다기보다는 심리상담사의 보조적인 역할로 주로 쓰이고 있다. 즉, ‘온라인 심리상담’의 형태를 띠는 것이다.
예를 들어 ‘MOST (Modular Online Supportive Therapy)’ 프로젝트의 경우 인공지능이 심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보조 인터페이스 기능을 수행하는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응답 경향을 분석하고 인간 상담자들에게 제안하는 역할까지도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헬로우봇’, ‘마인드 카페’, ‘트로스트’ 등 온라인 상담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었는데, 주로 사용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맞는 상담사를 추천해 주거나 연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일기 쓰기 등의 다양한 방법을 지원한다.
AI 상담사 활성화를 위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아직은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지만, AI 상담자만이 갖는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 상담자에게는 숨기고자 하는 사실을 더욱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거나, 시간과 장소, 회기에 구애받지 않으며 가격대 또한 낮게 형성이 된다거나 하는 점들이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이 빛을 발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인 부분이 제대로 형성되어있지 않다. 더욱 발전된 자연어 처리 능력과 정서적 공감이 요구되며, 상담 내용이 빅데이터로 수집되어 사용된다는 것에 대한 윤리성도 재고해 보아야 한다.
참고 문헌
김도연 외 2인.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국외사례를 중심으로. 2020. 한국심리학회지 : 상담 및 심리치료. Vol. 32, No. 2
김보림. 융합 Weekly Tip: 감성컴퓨팅 연구동향. 발행일: 2018. 07. 16..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https://crpc.kist.re.kr/common/attachfile/attachfileNumPdf.do?boardNo=00006550&boardInfono=0022&rowNo=1
백종수. 심리학, AI 시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내 삶의 심리학 Mind. 발행일: 2023.05.12.
안선주. 안선주 센터장의 메타버스 로드맵 짚어보기: 감성 컴퓨팅의 최전선에서. 발행일: 2023.09.23.. Korea Forbes.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38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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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여서 기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라 인공지능이 아직까지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헬로우봇'이나 '마인드 카페' 등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어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MOST' 프로젝트는 처음 접하는 프로그램이라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 AI 상담사가 더욱 활성화가 되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할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