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윤채이 ]



방어기제는 범죄자들의 프로파일링 과정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어린아이가 부모의 감시 아래에 놓여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를 쳤을 때, 부모가 버럭 화를 내며 “누가 그랬어?”라고 물을 시에 자동적으로 “제가 한 것 아니에요..”라고 대답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방어기제]

심리학 사전은 방어기제를 두렵거나 못마땅한 일, 욕구 불만에 부딪혔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나타내는 적응 행위라고 정의한다. 또는 불편·혼란과 내·외적 위험이나 스트레스 요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자동적인 심리 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사람의 유실이나 심리적 상처 등도 포함된다. 즉, 불안정하게 생긴 마음의 파도를 진정케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우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심리 조작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했던 행동들이 다 방어기제라고?]

자아 방어기제는 크게 자아도취적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 신경증적 방어기제, 성숙된 방어기제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범죄자들의 프로파일링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방어기제는 신경증적 방어기제와 미성숙한 방어기제이다. 


우선 신경증적 방어기제에는 억압, 전치, 합리화, 반동형성 등이 있다.

이 중 전치는 본인과 무관한 제3의 대상에 감정을 해소하는 행위이다. 말 그대로 ‘엄한데 화풀이한다’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것이 범죄에 적용되면, 타인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타인을 폭행 또는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표출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합리화는 범죄자가 검거된 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어기제이다. 합리화는 무의식적 동기에서 도출되는 행동의 결과를 자기 자신이 그럴듯한 근거를 내세워 위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등 상품으로 초콜릿을 준다고 가정해 보자. 초콜릿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2등을 하여 초콜릿을 못 받게 된 상황에 “저 초콜릿 맛없을 거야. 먹어봤자 이빨만 상할게 뻔하다고”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것이다. 이것이 범죄에 적용되어 한국공안행정학회의 [성범죄자의 성적 일탈 경험과 자기합리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성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도덕적으로 승낙된 행위인 것처럼 합리화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범죄에 대한 결과를 곡해하거나 오인하며 결론적으로 자신의 행위 결과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기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그들의 존재성 및 인간성을 하락시키는 식으로 3가지 단계를 거쳐 정보를 처리한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을 들어봤을 성범죄자들의 궤변으로는 “그러게 옷을 왜 그렇게 입고 다녀”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너도 좋아서 그랬던 것 아니야?” 등이 있다. 


본 연구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비정상적인 이상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행위를 하고 싶을 때마다 아동들에게 접근함으로써 그들을 성적 파트너라고 착각하고, 아동이 자신의 무릎에 앉는 순간에도, 아동 또한 자신과의 성관계를 원한다고 착각한다. 


미성숙한 방어기제에는 행동화, 공상, 이상화, 함입, 동일시 등이 있다.

이 중 동일시는 본인에게 긴요한 인물의 태도와 행동을 본인도 모르게 닮는 심리 기제이다. 동일시되는 인물로는 부모가 대표적이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속담처럼 부모가 아이의 동일시 대상이 되는 것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흔하고 정상적인 범위이다. 하지만 이것이 범죄에 적용되면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대나 폭력을 구사하는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 


2021년 한국경찰연구학회의 [가정폭력 피해 경험이 데이트 폭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의 원인을 변석하고자 하는 국내·외 선행연구에서는 ‘부부간의 폭력’ 또는 ‘부모 학대’와 같은 가정폭력 요소가 데이트 폭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사회학습이론’은 동일시 기제와 같이 자녀들은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하거나 학대의 피해 경험으로 인해 공격성을 학습하며 이는 데이트 폭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동일시가 범죄에 적용되면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범죄자들의 방어기제 사용]

이렇듯 방어기제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범죄자들을 어떻게 치료 및 교화해야 할까? 위의 한국공안행정학회의 연구에서 살펴본 성범죄자들의 정보처리 3단계를 살펴보면 ‘인지 치료’가 매우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언급하듯 시설 내 수용과 사회 내 처우가 서로 밀접하게 관계되어 성폭력 범죄자가 출소하기 이전부터 범죄자가 성폭력 행각에 대해 지니고 있는 잘못된 인지구조와 신념을 효과적으로 교정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에서 제시한 2020성범죄백서의 성범죄 재범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건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100건을 넘어 197건이 등록되었고, 2015년 349건, 2016년 550건, 2017년 738건, 2018년 967건이 등록되며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재범 가능성이 있는 범죄인 성범죄는 범죄자들에게 범죄임을 반복적으로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일 것으로 보인다.  




[방어기제의 올바른 사용법]

기사의 시작에서도 말했듯, 방어기제는 우리의 일상에도 녹아있다.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쓰이는 방어기제는 과하면 독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방어기제를 유의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앞서 살펴본 여러 방어기제 중 성숙된 방어기제를 활용하면 된다. 성숙된 방어기제 중 억제는 유일한 의식적 방어기제로 우리의 감정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 경우에 그것들을 적절히 다룰 수 있을 때까지 의식적으로 보류하고 해결에 시간을 주는 심리 기제라고 한다. 이외에도 승화, 이타주의, 유머 등이 있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결국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다. 무의식은 환자도 비환자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의식은 비환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4편(DSM-IV)>> 

이상훈; 조상현. (2021). 한국경찰연구 (가정폭력 피해경험이 데이트폭력에 미치는 영향 : 폭력허용도와 이성 집착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경찰연구학회

조윤오; 이미정. (2009). 한국공안행정학회보 (성범죄자의 성적 일탈경험과 자기합리화에 관한 연구 = A Study of the Relationship Between Sexual Deviation and Self-Rationalization). 한국공안행정학회

고준채. (2020)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범죄 심리의 재구성. 다른

법무부. 2020성범죄백서






기사 다시보기 

음악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하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8207
  • 기사등록 2024-03-25 10:56:0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