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The Psychology Times=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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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공주님과, 능력 있는 왕자님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눈에 반해 버렸고, 속절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었으며, 또한 열렬하게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을 하늘이 질투라도 한 걸까요? 그들의 사랑에 뜻하지 않은 여러 시련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럼에도 공주님과 왕자님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의 힘이 생각보다 더 대단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마침내 공주님과 왕자님은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가족’이라는 관계로 묶여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부부’가 되었고, 그렇게 앞으로도 영원히, 평생을 함께할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영원토록.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과연 행복했을까요? 』
‘결혼’을 통해 나 자신과 이어지는 배우자라는 존재는, ‘숨겨진 나’와 ‘보이는 나’를 통합하고 스스로를 더욱 사랑할 수 있게끔 하는 사람이다. 타인에 불과했던 배우자를 통해서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바로 세울 수 있게 된다.
심리학자들이 추구하는 ‘건강한 사람’이란 대개, 개인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 동시에 남과의 관계 또한 원만하게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이러니한 부분은, 독립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연결성이고, 연결이 잘 되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독립된 개인이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 독립성과 연결성 그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될 경우에는 항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람과, 지나치게 독립적인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부부라는 관계로 맺어지게 되었을 때, 그들의 결혼 생활은 과연 행복하고 평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기에 격렬하게 다투고 싸움을 반복하며, 극단적일 경우에 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들이 사랑할 때 서로의 다름에 이끌렸던 것만큼이나 강렬하게 말이다.
관계에 심각할 정도로 집착하는 사람과, 독립성으로 꽁꽁 무장해서 타인에게 조금도 곁을 주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의 끝에는 결국 파국만이 남게 된다. 물론, 부부 상담을 통해 적절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두 사람의 재결합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의존적인 사람은 혼자서도 충분히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단절과 고립 상태를 고집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연결에 능하게 되도록 하기 위한 관계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란 이러한 일련의 성장과 치유를 위해서, 너무나 달랐기에 갈등을 빚고 상처를 주고받았던, 그래서 이혼 위기에까지 오게 된 바로 그 배우자를 서로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타인에게 의존적이었던 사람은 적절한 거리감을 수용하며, 남은 절대로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배우자 역시, 상대의 요구에 굽히지 않고 자신의 특징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한 사람의 방식에만 일방적으로 맞춰주고 따라가게 된다면, 의존적이었던 상대방은 건강한 거리감을 배울 수가 없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집착하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타인의 독립성 욕구를 감지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배우자도 반드시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반면에 지나친 독립성으로 무장한 사람의 경우, 남과 함께하며 타협하고 교류하는 것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의 배우자일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함께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배우자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다면 상대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고, 결국 관계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 또한 영영 알아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간의 차이란, 그 차이가 극명할수록 더욱 갈등을 제공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돕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서로 도울 때 비로소, 건강한 독립성과 섬세한 연결성이 모두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릴 보고 말해 자꾸 자꾸
다시 안 볼 듯 싸우다가도
붙어 다니니 말야”
-(Kenzie, 2019)
참고문헌
이남옥. (2018).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북하우스
Kenzie. (2019). Psy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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