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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3] - 관계 심리학: 우리가 어쩌다 결혼하게 되었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게 되었다
  • 기사등록 2024-04-03 0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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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민지 ]


PIXABAY


『  아름다운 공주님과, 능력 있는 왕자님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눈에 반해 버렸고, 속절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었으며, 또한 열렬하게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을 하늘이 질투라도 한 걸까요? 그들의 사랑에 뜻하지 않은 여러 시련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럼에도 공주님과 왕자님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의 힘이 생각보다 더 대단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마침내 공주님과 왕자님은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가족’이라는 관계로 묶여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부부’가 되었고, 그렇게 앞으로도 영원히, 평생을 함께할 겁니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영원토록.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 과연 행복했을까요?  』





“너도 느끼지 우리 참 일관적으로 별로야”

 


대부분의 부부는 사랑으로 만난다. 더 많은 시간을, 앞으로 자신에게 남은 날들을 포함한 미래를 상대와 함께 하고 싶어 결혼을 결정하고, 달콤한 신혼 생활을 맞이한다. 그러나, 정작 결혼하고 나면 기대와는 무척 다른 배우자의 모습과 냉혹한 현실에 부딪치고, 실망은 누적되며, 이 실망들이 모여 부부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슬픈 점은, 일단 한 번 부부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모든 상호작용은 부정적으로 연결되고, 그렇게 되면 과거에 서로에게 가졌던 것과 같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의 패턴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계는 점점 더 거북해지고, 함께 있는 것은 유쾌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안 보고 살 수도 없는, 남보다도 못한 그런 불행한 관계로 지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양쪽이 ‘부부’라는 ‘가족’ 관계로 묶이게 된 이상, 남이 아니라서 안 볼 수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상호작용은 반복적으로 지속될 뿐이다. 

 

부부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상태의 상호작용을 일컬어 관계의 ‘강박 프로세스’라고 이야기한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화내는 행동을 주로 보이는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부부는 이런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하면서도 강박적으로 이것을 반복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원인 제공을 상대로부터 찾으려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 애쓰곤 한다.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과 그 어떤 애정이 담긴 말도, 행동도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부부는 그들의 만남이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을, 부부심리학자들은 현재의 갈등이 만들어 낸 ‘인지의 재구조화’라고 진단한다. 현재의 관계가 긍정적이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만남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서술한다. 그러나 관계가 부정적으로 치닫게 된다면, 그들의 만남이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에 불과했으며, 그렇게 시작되었기에 그 과정에서 안 좋은 사건만이 있었던 것처럼 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불행이 예견된 끝이 보이는 만남도 존재한다. 그러나 운명적인 만남의 ‘질’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진행 과정’이라는 변수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만 한다. 

결혼 생활을 하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나누고 가정을 행복으로 이끌어 가는 사람은, 관계의 역사를 결코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결혼 만족도가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관계의 시작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며 과거를 다시 써 내려간다는 것이다.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끊임없이 배우자를 존중하며, 사랑한다는 긍정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고, 상대방의 욕구에도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곤 한다. 이와 달리 불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만남을 탓하며 부정적인 상호작용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러한 관계 속에서는 그 누구도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결국 ‘잘못된 만남’의 운명을 논하기 전에 현재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고 잘 관리하는 것이, 모두에게 있어서 더욱 현명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이런 맘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아

    우린 가장 최악의 구간을 맴돌아”


             -(아이유(IU)· Deanfluenza, 2021)

 



참고문헌

이남옥. (2018).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북하우스

아이유(IU), Deanfluenza. (2021). 돌림노래(Feat. D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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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1]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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