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
[The Psychology Times=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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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다. 가령 의학의 발전으로 감염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감소하고 평균 수명은 과거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주변에 먹거리가 넘쳐난 나머지 이를 조절하며 섭취해야 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기술의 발전으로 생활의 편리성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현대인의 마음이 조금씩 병들어가고 있다.
작은 불편조차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이 편리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불편에 대한 내성’은 점차 감소했다. 다시 말해 불편을 견디는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 이들은 일상 속 사소한 불편에도 과한 거부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우리는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 반응이 생기면 약물에 의존하고 실수로 계획이 틀어지는 날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약간의 허기가 지면 간식부터 찾고 휴일에도 다가오는 평일에 해야 할 업무에 대한 걱정과 괴로움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른다. 지난해 10월 모 국회의원의 보건복지부 자료 분석 결과 최근 5년간(2018년~2023년 5월) 우울증 및 불안장애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9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우리 삶은 자본과 기술로 풍족해졌으나 내면은 피폐해져만 가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 속 약간의 불협화음이라도 발생하면 과도한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고 해당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
우리가 늘 불편한 이유 1
우리가 불편을 참지 못하게 된 이유는 뇌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의 뇌는 크게 본능적인 반응 및 자율신경계 반응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및 판단을 내리는 대뇌로 구성된다. 이에 변연계와 대뇌는 일상 속 모든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마찰을 빚는다.
다만, 인간은 선천적으로 생존본능을 갖고 있어 ‘변화’와 ‘새로운 환경’ 모두 불편을 유발하는 원인이자 위험 요소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높다. 따라서 사람들은 보통 변연계의 결정에 따르고 불편함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변연계가 두려움을 경험하면 CRF라는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하는 뇌 화합물이 변연계 내 특정 영역에서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는 신체 내 다른 호르몬을 함께 자극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된 교감신경계는 몸속 혈류 흐름을 바꾸고 쾌락을 유발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감소시켜 부정적이고 불쾌한 느낌을 유발한다.
우리는 결국 이러한 불편함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박적인 충동에 휩싸인다. 나아가 신체 반응 역시 특정 상황에 고착화돼 이후 사람들로 하여금 도파민을 저하시키는 모든 상황을 회피하고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가게 만든다.
우리가 늘 불편한 이유 2
오늘날 외부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산업화 시대가 도래하고 세상의 각종 제품과 서비스가 신속하게 제공되는 환경이 구축되며 사람들은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 이들의 욕구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는 수단이 끊임없이 발명됨으로써 그렇지 않은 영역을 마주할 때 느끼는 불편의 역치는 현저히 낮아졌다.
과거 우리는 특정 결과를 얻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만물이 움직이고 원하는 결과물이 생성된다. 이에 많은 이가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쉽게 얻지 못하거나 만족도가 제때 충족되지 않을 시 과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기 시작했다. 예컨대 출근길 고속도로에서 차가 조금이라도 막히면 분노가 갑자기 치밀어 오르거나 온라인으로 쇼핑을 해야 하는데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려 불안해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는 흔히 ‘빨리빨리 증후군(매사 늦어지거나 기다림이 발생하는 것을 매우 기피하는 현상)’으로 명명되기도 하는데, 다수의 전문가는 매체에서 해당 증후군이 현대인의 정신적 불안을 야기하고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1세기 생존 경쟁의 시작
모든 것이 인간의 생존 본능과 주변 환경 요인에서 기인한다고 한들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는 현재 원시사회가 아닌 문명사회에 살고 있다. 변연계의 극단성과 외부의 흐름에 휩쓸려서는 더 이상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지 않는 복합적인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불편함에 직면하고 이와 공존하는 방식을 터득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삶 속 불편함에 대처하고 이를 건강한 삶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까? 여기서 21세기 현대인의 새로운 생존 경쟁이 시작된다.
불편함과 더불어 살아가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불편함도 마찬가지다. 매번 회피할 수 없다면 이와 공존하는 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불편을 감당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첫째, 외부 환경을 바꿔라. 예를 들어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를 잠시 멀리 두는 방법이 있다. 일상생활 속 무한한 편리함을 제공하는 요소를 하나씩 제거함으로써 스스로 불편을 택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이에 대한 역치를 높일 수 있다.
둘째, 멀티태스킹 시간을 줄여라. 매일같이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내면이 쉽게 동요되고 불안해져 사소한 일에도 불편을 느끼기 쉽다. 이에 보다 느긋한 마음을 갖고 삶에 여유를 주는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려 하지 말고 하나씩 해결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행해야 한다. 처음엔 멀티태스킹을 할 때보다 결과가 빠르게 나오지 않아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고 단계적인 업무 수행 과정을 거치기 시작한다.
셋째, 불확실성을 받아들여라. 성과중심주의 사회에서 불확실한 결과만큼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모든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가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고 향후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는 일이 가능하다.
맺으며
편안한 세상 속 불편한 당신, 이제 그만 강박증을 내려놓고 내면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 일상 속 작은 불편에 취약해져 있는 내면을 치유하고 21세기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편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
마크 쉔, 「편안함의 배신」, 김성훈, 위즈덤하우스, 2014
연합뉴스, [Website], 2023, 5년간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900만명 넘어…30세 미만 증가세
https://www.yna.co.kr/view/AKR202310040263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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