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
[한국심리학신문=신지아 ]
내 진짜 마음이 무엇일까?
여러분은 안정감 때문에 불안했던 적이 있나요? 아니면 불안함에서 오히려 안정을 느낀 경험이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순간에도, 혹여나 나중에 연인에게서 지금의 눈빛을 보지 못할까 괜히 불안한 마음을 만듭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정신없고 바쁜 상황에서, 그래도 이런 게 낫다고 생각하며 안정을 찾아봅니다. 우리는 왜 이런 마음을 갖는 걸까요? 불안하면 불안한 채로, 안정적이면 그런대로 지내면 되는데 말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청개구리 같은 이 심리를 깊게 파헤쳐보고 같이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일상이 불안한 순간뿐이 되어버린 사회인에게, 또는 불안이 되려 안정이 되어버린 누군가에게 이 글을 전합니다.
불안과 안정
먼저 '불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불안은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으로 사전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불안의 원인은 경제적 문제, 취직 등 다양할 수 있지만 나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으로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에 있으며 자율 신경이 날카로워지죠. 업무나 학업에 지장을 주거나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이는 인구의 약 25%가 겪고 있으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2배나 더 많다고 합니다. 심해진다면 여러 신체적 혹은 정신적 질환을 동반하는 불안 장애로 치닫게 됩니다.
일상에서 불안감이 가끔 나타나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속되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라면 문제가 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증상으로 불면증, 지나친 염려, 집중 불가, 초조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원인이 다양하기에 치료법을 하나로 꼽기는 어렵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정신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는 것입니다. 이는 조기 치료도 되며 약물 의존성을 낮추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정신 치료, 인지 행동 치료, 이완 기법 등이 병용됩니다.
그렇다면 '안정'이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로 '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이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심리적 안녕감'을 의미하기도 하죠. 구글(Google)과 픽사(Pixar Animation Studios)가 뽑은 '성과 내는 조직'의 필수 요소 중 하나가 심리적 안정감이기도 했는데요, 이를 느끼는 구성원들은 솔직한 의견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어떤 발언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안정은 6가지 차원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자아 수용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정도입니다. 이는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대인관계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따뜻하고 신뢰 깊은 관계를 형성함을 말합니다. 세 번째, 자율성은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는 자기 결정 능력입니다. 네 번째 환경 통제력은 자신의 심리적 조건에 적절한 환경을 선택해 개인의 정신적 건강을 중시하는 것이죠. 다섯 번째로 삶의 목적은 자신의 목표와 의향을 지각할 수 있는 것으로 삶의 의미에 대한 개인 나름의 답을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성장은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지속적인 성장 및 발전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안정감이 높다면 자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합니다. 또 자신의 행동을 독립적으로 조절하는 능력 뿐만 아니라 주위 환경에 대한 통제와 잠재력 실현 동기를 잘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정감을 성장시키는 요소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거나, 예쁜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하는 것, 좋은 날씨에 산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죠.
나는 나를 잘 모르겠어
그럼 이 두 가지 감정이 양립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바로 여러 마음을 동시에 품는 '양가감정' 때문입니다. 이는 어떤 것에 대해 상충하여 일어나는 반응이나 행동, 생각을 말합니다. 즉,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갖는 것이죠. 양가감정이 생기는 원인은 정서 표현의 부재입니다. 현대인은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동양 문화권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미성숙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회적 분위기 상 나의 솔직한 상태를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 해소가 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양가감정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적 갈등을 유발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됩니다.
사실 양가감정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결혼 전날 '이 결혼이 맞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기에, 비정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감정을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에 한쪽 감정을 없애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런 불안함과 동시에 안정과 편안함을 느끼고, 편안한 상태에서 불안을 찾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까요?
그냥, 그런대로
먼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솔직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내 마음속의 무의식, 어떤 것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분석이 필요합니다. 왜 불안해하는지, 내가 편안함을 느낄 땐 언제인지, 그 근본에 또 다른 감정이 숨어있는지 심층적인 탐색을 하는 것입니다. 또 부정적인 감정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질 때, 마치 그런 감정을 느껴서 안 될 것처럼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억압한다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정에 동요하지 않기 위해 의연하게 넘기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지나가면서 듣는 말로 위안을 얻는 순간도 있죠. 우리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현재를 살고 있기에 지금 여러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다 진실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불안할 땐 불안한 대로, 행복할 땐 행복한 대로 자기 자신을 믿어준다면 언젠가 스스로를 더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1) 이명철 기자, "구글과 픽사가 뽑은 성과 내는 조직의 필수 요인...조직의 심리적 안정감", 사례뉴스, 2020.12.04
2) 윤대현,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73] 뉴 노멀 시대의 양가감정", 2021.09.28,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9/28/M6UC2RC6VRFH5NEESUNVBGTQFA/
3)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에 대한 양가감정, 치료가 필요한가요?", 2020.09.23,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21793
4)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고 자극에 쉽게 반응합니다", 2024.03.15,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185
5) 양가감정(ambivalence) | 알기쉬운의학용어 - 서울아산병원
6)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불안장애",
https://www.amc.seoul.kr/asan/mobile/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582
7) 박지선, 김인석, 현명호, 유재학. (2008). 정서자각 결함, 정서 표현성, 정서 표현에 대한 양가감정이 신체화, 우울, 스트레스 경험빈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건강, 13(3), 57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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