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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수민 ]


*이 기사는 자살과 자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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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생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자신을 해하는 자살과 자해는 본능을 거스르는, 역설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해에는 자살적 자해와 비자살적 자해가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비자살적 자해’를 다뤄보려고 한다.




비자살적 자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비자살적 자해는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직접적이고 고의로 자기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DSM-5(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에서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Nonsuicidal Self-Injury; NSSI)라고 칭하고 있다. 비자살적 자해와, 자살적 자해 혹은 자살을 구분하는 이유는 두 행위의 형태와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살은 치명성이 높은 방법을 택하지만 비자살적 자해는 치사율이 높지 않은 신체 손상이 만성적으로 이루어진다. 비자살적 자해의 치명성이 높지 않다고는 하나 이것은 자해 초반기의 얘기이고, 비자살적 자해가 계속되다 보면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자해 경험자는 자살 사망의 고위험군이다. Hawton 등 (2003)에 따르면 자해 치료를 위해 내원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 자해를 경험한 사람이 일반 인구보다 약 30배 정도 자살 위험이 크다고 보고했다. 그러므로 자살까지 이어지기 전에 비자살적 자해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과 비자살적 자해



비자살적 자해의 특징 중 하나는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에 유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Swannell 등 (2014)에 따르면 연령대별 비자살적 자해의 유병률은 청소년기(만 10~17세)가 17.2%, 성인 초기(만 18~24세)가 13.4%, 성인기(만 25세 이상)가 5.5%라고 한다. 청소년들의 자살은 성인에 비해 더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비자살적 자해를 하던 청소년이라면 일상의 작은 계기로도 쉽게 자극 받아 자살을 택할 수 있다.


게다가 청소년들이 많이 하는 SNS가 비자살적 자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SNS에서는 자해 사진을 올리면 관심을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이런 관심은 건강하지 못하다. 자해를 끊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이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이 모습이 일종의 집단치료인 자조 모임과 닮아 있어 더 위험하다”라고 말한다. 자조 모임은 내담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공감하고 위안받으면서 치료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SNS에는 전문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정신 문제를 겪는 이들의 대화가 점차 주목받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자살적 자해에 대한 인식



‘비자살적 자해’라는 단어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하였고 아직은 대중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낯설고 오해가 있을 수 있다. KBS 추적 60분에서는 20대부터 70대까지의 성인들에게 청소년 자해에 관한 생각을 물었었다. “강해 보이려고 자해하는 것 같다.”, “자해를 왜 했는지 혼내고 때려서 더 이상 못하게 고쳐놔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유튜브 채널인 씨리얼에서 자해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했을 때, 그들은 주변인의 곱지 않은 시선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직 우리의 사회는 자해를 이해하고 지지하기보다는 비난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자해를 숨기고 치료 시기를 늦추게 만드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이번 기사에서는 비자살적 자해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특히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청소년 자해의 실태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비자살적 자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말해보았다. 다음 기사에서는 왜 사람들이 자해하는지 알아보고, 자해를 막는 방안과 자해 환자 주변인들의 지지에 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Hawton, K., Zahl, D., & Weatherall, R. (2003). Suicide following deliberate self-harm: long-term follow-up of patients who presented to a general hospital.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182(6), 537–542. doi:10.1192/bjp.182.6.537

Kim, H. H., Lee, J. H., Song, I. H., & Park, Y. R. (2023). Characteristics and risk factors of suicide among people who attempted self-harm in South Korea: A longitudinal National Cohort Study in South Korea. Psychiatry research, 330, 115613.

Swannell, S. V., Martin, G. E., Page, A., Hasking, P., & St John, N. J. (2014). Prevalence of nonsuicidal self-injury in nonclinical samples: systematic review, meta-analysis and meta-regression. Suicide & life-threatening behavior, 44(3), 273–303. https://doi.org/10.1111/sltb.12070

권혁진. (2014). 비자살적 자해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인지적 요인의 탐색 (Doctoral dissertation, 서울대학교 대학원).

김수진. (2017). 비자살적 자해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 개관. 청소년학연구, 24(9), 31-53.

여성동아 [우울증도 친구 따라? 청소년 삼키는 '패션 정신병']. 이경은. (2022). https://woman.donga.com/issue/article/all/12/3651727/1 

유튜브 디글 :Diggle [#알쓸범잡 일상의 작은 계기로도 자극받기 쉬운 청소년들! 대화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 (2023). https://www.youtube.com/watch?v=RX7iZeSl7Do&t=1s

유튜브 KBS 추적60분 [소리 없는 아우성 청소년 자해]. (2019). https://youtu.be/GiKb-upxOzw?si=HHw7tYfUONKavtZa

유튜브 씨리얼 [자해를 하는 사람의 솔직한 생각 I 남겨진 상처 I 씨리얼 시선]. (2019). https://www.youtube.com/watch?v=VNgNLtRwHxI&rc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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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17 14: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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