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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나경 ]


출처 : pixabay"그냥 너의 선택에 따를게. 난 아무거나 다 상관없어!"

 

누구나 선택의 순간에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마음속에서 원하는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상대의 선택에 따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필자는 부정적인 결과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상대에게 선택권을 넘긴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책임을 회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임 = 스트레스?


필자는 이전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험이 쌓여 선택이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다.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지나영 정신과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하나가 정답이고 나머지는 다 오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전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경우, 항상 오답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지속해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항상 오답을 택했다고 생각하거나 타인에게 평가받는 상황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을 피함으로써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까지 회피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책임 회피 속 숨겨진 강한 초자아


이렇듯 선택을 내려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마다 상대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민 끝에 스스로가 선택을 내리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초자아에 의해 차이가 발생한다.

 

초자아란 성격 구조의 한 부분으로서, 성격의 도덕적인 측면을 말한다. 초자아는 현실보다는 이상을 추구하며 쾌락보다는 완벽을 추구한다.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초자아를 형성하는데 이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모다.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 속에서 드러나는 도덕적인 기준에 따라 보고 배우며 초자아를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초자아를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것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초자아는 사람에게 도덕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강한 초자아를 형성할 경우 오히려 행동이 위축되고 긴장이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초자아 속에서 책임 회피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정신분석가 제라르 루뱅에 따르면 자기 잘못을 감추고 싶은 욕구로 인해 책임 회피를 보일 수 있다. 완벽주의자 부모 밑에서 성장한 경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을 때 가차 없는 시선으로 평가받고 미리 단죄당하는 기분을 느낀다. 이들은 강한 초자아를 형성하였기 때문에 마치 엄격한 부모가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완벽한 이상을 추구한다. 따라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흠 잡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두렵고, 자신은 책임 있는 어른의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타인의 말에 복종하거나 선택의 상황으로부터의 도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우리가 책임져야 할 시간


'내 마음이 왜 이래'의 저자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자기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지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강한 초자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완벽주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완벽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자신의 불완전함을 숨기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라면, 이 세상의 완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선택의 순간 결정을 내리고 그로 인해 유발된 부정적인 결과를 마주하는 시간이 가지면서,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두려움과 마주하는 것'이다. 자신이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에만 매달리지 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두려움과 맞서는 방법이다. 이때 '무엇이 두려운지', '어떤 순간을 마주했을 때 책임을 견디기 힘든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내가 내린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내려야 할 선택을 상대에게 미룬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떠넘긴 상대의 선택이 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사소한 선택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책임 회피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통해 찾아내고, 힘들더라도 선택의 순간에 선택을 내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출처]

크리스토프 앙드레, "내 마음이 왜 이래", 부키, (2018)

정신의학신문, "부모의 도덕성이 곧 아이의 도덕성이다 –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하라는 부모". 이호선. (2021)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1524

김작가 TV, "존스홉킨스 정신과교수가 알려주는 결정장애 해결하는 방법 3가지 (지나영 교수)"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MDmwZQdOodE&t=160s

네이버 지식백과, 상담학 사전. 초자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5273&cid=62841&categoryId=6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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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4 07: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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