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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유수완 ]



혹 넛지(Nudg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넛지란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심리학 용어인데, 타자에게 약간의 자유주의적 개입 또는 간섭을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자유주의적 개입이란 타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회유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넛지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네덜란드 스카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를 한 마리 그려 놓았더니, 소변기 밖으로 소변이 튀는 것이 80% 줄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인 넛지의 사례일 것이다. 넛지는 우리의 생활 전반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바람직하게 이끌기 위해 개입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부드럽게 유도하는데, 그중 범죄율 저하에 기여하는 사소한 개입들에 대해 알아보자.



엘리베이터의 거울


우리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를 타면 벽면에 거울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밖에 나가기 전 거울을 보면서 머리 스타일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나의 모습을 보는데 주로 쓰이는 이 거울은 무심코 그냥 붙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능을 한다.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단 주된 목적으로는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것이 너무 느리게 느껴지는 것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지만, 여기서 그것보다 주목해 보려 하는 효과는 범죄 예방 효과이다. 엘리베이터 안과같이 사람이 많이 없고,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에서는 사람이 많고 개방된 공간과 비교해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범죄가 아니더라도,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려 하는 사람은 집에 도착하기 전 엘리베이터를 타고 벽면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범죄를 저지르려 마음먹고, 실제로 이행하기 직전인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이때, 이 예비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일종의 메타 인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나쁜 마음을 먹은 자신을 보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되며 결과적으로 범죄율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단다는 사소한 개입을 함으로써 사람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생활 속의 예시라고 볼 수 있다.



깨진 유리창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예시와는 반대되는 예시를 살펴보자. 깨진 유리창 이론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범죄의 전염성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실행한 실험으로부터 탄생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에 트렁크가 열린 차를 한 대 주차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교수는 차 한 대를 일주일 동안 주차해 두었지만, 여느 정상적인 경우와 같이, 그 차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짐바르도 교수는 같은 곳에 트렁크가 열린, 그리고 유리창이 깨진 차를 주차해 두었다. 이 차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이전의 차와 다른 점은 유리창이 깨져 있다는 사실 하나였지만, 차창이 깨진 차를 본 사람들은 그 차에서 쓸모 있는 것은 모조리 훔쳐 간 후 종국에는 차를 부숴버렸다. 


사소한 개입 하나가 결과를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유리창이 깨져 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저 차의 창을 깨고 뭔가 훔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는, 그렇다면 나도 하나 훔쳐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범죄가 전염되는 것이다. 사소한 유리창 하나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엘리베이터의 거울 사례와 다르게 우리 행동을 부정적으로 이끄는 개입이라고 볼 수 있다.



잘 조성된 화단


우리 주변의 공원이나 길가를 보면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종 푸릇한 식물들과 만발한 꽃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힐링을 하고는 한다. 그저 덩그러니 낙후된 공간을 보는 것보다 조그만 공간이더라도 화단이 조성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인식한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무심코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하는 작은 행동부터 범죄 행위와 같은 중대한 행동까지 예방시키는 효과가 있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개입으로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엘리베이터의 거울, 조그맣더라도 잘 조성된 화단 등 사소한 변화 하나가 우리 사회의 치안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반대로 깨진 유리창과 같은 변화도 범죄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작은 개입 하나가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어도 사회를 이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실행이 참 쉬워지는 ‘넛지’의 마법. (2022년 7월 28일). Udemy 큐레이션. https://udemy.wjtb.co.kr/newsletter/id/2686

“발상의 전환”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달려있는 이유. (2016년 9월 22일). OHFUN Discuss. https://ohfun.net/?ac=article_view&entry_id=12331

이완배. (2019).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있는 경제학. 북트리거

서민규. (2017년 6월 23일). 가드닝으로 범죄 취약지여 힐링공간으로 재탄생. 화성신문https://www.ihsnews.com/2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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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5 14: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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