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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나 ]




새해가 밝고, 새로운 만남이 많다. 자기소개를 하는 날이 그만큼 늘어났는데 새삼스럽게 내 소개를 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렵다. ‘어떤 나를 소개해야 하는 거지?’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나?, 20대의 나?, 30대의 나?, 40대의 나? 작년까지의 나?, 최근 1달 동안의 나?, 가족들과 있을 때의 나?, 친구들 앞에서의 나?, 사회생 하는 나?, 혼자 있을 때의 나?, 기분 좋을 때 나?, 기분 나쁠 때 나?


그리고 따라오는 질문은 나!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나는 누구인가?


로저스는 자기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인식이자 자기상을 ‘self’ 자기라고 했다. 로저스의 자기는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인식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인간은 현재 경험이 자기의 이상적인 모습과 불일치할 때 불안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현재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이 이상적인 자기상과 일치할 때 건강하게 현실에 적응을 잘 하는 성격을 갖게 되는 반면, 불일치가 생기면 그와 반대의 성격이 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내가 먹고, 자고, 생활하는 집이 아닌 온전한 ‘나의 집’, ‘나’를 향한 그리움이 존재한다. 그게 뭐냐?고 물어온다면 대답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뭔지 모르지만 막연한 그리움이 있다. 뭔지 모르지만 나 자신에 대한 일치감, 현재에 대한 만족감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뭔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에너지 소모만 느껴질 뿐 채워지지 않는 헛헛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자기와 이상적인 자기의 일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자기의 발달은 인간이 경험하는 것을 어떻게 지각하는가를 바탕으로 변화한다. 삶의 모든 과정을 자신의 성장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직면한 고통과 문제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현실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인간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다. 현재의 내 상태와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나의 상태를 명료하게 분리해서 바라봐야만 문제를 온전히 직면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 기대했던 모습

현재 느껴지는 모습

미래에 기대하는 모습


‘나’라는 존재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잘못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자신은 근사하고 멋진 현재를 기대했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마저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미안, 나는 될 줄 알았지’ 충족되지 못할 것을 기대하고 살진 않았다. 매 순간 자신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선택하고 살았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결과가 충족되지 않은 것을. 로저스는 모든 인간이 퇴행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의 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퇴행적 동기를 찾아서 명료화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난 안돼’


나라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퇴행적 동기이다. 하필 이 타이밍에 그 동기가 발현된 것일 뿐이다. 여기서 로저스는 다시 말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행동 동기는 퇴행적 동기보다는 성장 지향적 동기, 즉 자기실현 욕구라고. 실패라고 생각하는 그 행동이 자아실현의 한 부분이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 번째로 중요하다. 자아실현의 성공적 경험을 위한 방법이 그 타이밍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의 동기를 왜곡해서 실패라는 이름 붙여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 자기실현 욕구는 성장과 퇴행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강하게 발현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성장보다는 퇴행을 선택한다. 낯설고 불안한 성장의 길보다는 익숙한 길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플랜 B


실패를 경험하고도 똑같은 기대를 하는 것은 용기가 대단하면서도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공사 중인 길을 알고도 가겠다면 말리진 않지만 돌아가더라도 온전한 길을 가는 것이 빠르고 안전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공사 과정이 궁금할 수도 있고, 그 길에 꼭 들러야 하는 관심사가 있을 수도 있다. 안전하게 둘러 가는 길이 남이 보기에는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그 길이 본인에게는 공사현장보다 위험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과거와 현재 자신의 상태에 따라 미래에 기대하는 자기상을 그려본다. 왜 자신이 그러한 이상적인 자기를 기대하는지는 자신에게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이유가 있어야 몸은 움직여줄 테니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성장을 위한 자기실현의 욕구가 있으니 말이다.


자기가 되는 자기실현의 과정은 자신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막연하게 그리운 ‘나의 집’을 찾아서 갈 수 있게 되고 그 안에서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주관적인 자유를 실천해나가게 되고 점진적으로 완성된 자기로 살아갈 수 있다.


진짜 자기를 만나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묻고 답을 얻는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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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16 14:11:26
  • 수정 2024-04-16 14: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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