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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한 걸음, 정신건강 한 걸음 - 걷기 운동과 정신건강의 과학적 근거 - 광학적 흐름, EMDR, 그리고 걷기 운동이 상담학에 가지는 긍정 효과
  • 기사등록 2024-05-08 08: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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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소영 ]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가, 신발을 신고 무작정 밖으로 나간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던 다리를 풀어주며 천천히 걷다 보니 뻐근하였던 몸이 점점 풀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몸에 피가 서서히 돌고,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우리의 폐 또한 몸에 열심히 산소를 주입한다. 낮에는 햇빛에 비치는 선명한 나무와 그림자들 사이 에너지 넘치는 공기를, 그리고 밤에는 길거리 등불 사이로 비치는 빛에 의존해 잔잔하면서도 상쾌한 공기를 한 걸음, 한 걸음, 느껴본다. 누군가와 같이 걷고 있던 혼자 걷고 있던 하루 동안의 복잡한 생각을 상대방 또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한 줌씩 내려놓는다.


산책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밖에 나가 걷다보면 기분도 한결 상쾌해지고 여러 생각도 정리가 된다. 이러한 효과의 과학적 근거 중 하나로, 광학적 흐름(Optic Flow)이라는 이론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광학적 흐름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산책하다 저 멀리 보이는 나무를 향해 걷다 보면 어느새 나무와 가까워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시공간적 거리감을 알아차리며 뇌는 꾸준히 주위의 사물에 집중하고 우리가 어떠한 공간에 존재하는지 생각한다. 꾸준히 바뀌는 시야와 목적지 설정으로 인해 눈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인식할 때, 뇌 속 호르몬과 신경 전달 물질이 활성화되어 인지와 기억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산책과 걷기 운동은 고령자들에게 치매 예방법과 인지 발달을 위해 사용되며, 한 연구에 의하면 13년 동안 가벼운 걷기 운동과 같은 육체적 활동을 한 고령 참가자들의 인지 발달이 향상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움직임과 사물의 관계를 관찰하고 인식하는 것이 우리의 눈 운동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를테면, 주변 공간과 우리의 움직임에 대한 인식이 일깨워지며, 주위에 있는 사물들이 우리의 통제하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광학적 흐름은 우울과 불안과 같은 증상들을 줄이는 데 사용되는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내담자와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되는 상담 기법,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또는 안구운동 둔감화 재처리법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EMDR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는 기법으로, 환자는 특정한 방법으로 그들의 눈을 움직이며 트라우마를 일으켰던 사건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치료를 받는다. 광학적 흐름의 이론을 적용하자면, EMDR 치료를 받는 내담자는 눈을 움직이면서 트라우마와 연상된 기억과 감정들을 완화하며 트라우마에 의한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줄인다. 



그렇다면, 건강한 걷기 습관으로 어떠한 방법들이 있을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천천히, 조금씩 시도하다가 점점 거리와 시간을 늘려가는 것을 권장한다 (Nicol, 2024). 처음부터 무리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휴식을 준다는 개념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적절한 페이스를 유지해 걷기운동을 즐기는 것이다. 더 나아가, 늘 똑같은 길과 루틴을 고집하는 것 대신 새로운 거리와 산책로를 찾으면서 걷기운동을 하는 것이다. 필자 또한 기분에 따라,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걷기운동을 하는 것을 즐기는데, 새로운 빌딩이나, 사물들, 그리고 분위기를 느끼며 걷다 보면 들뜨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숙제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가는 휴식 시간이 되어야 할 걷기 운동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잠시 밖에 나가서 색다른 분위기와 공기를 느껴보는 것이 어떠할까. 발걸음 하나하나가 우리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은 짐을 덜어내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작자미상. (2021). Walking, Thinking, and Optic Flow. Hike for Mental Health. https://www.hikeformentalhealth.org/walking-thinking-and-optic-flow/#:~:text=As%20you%20walk%2C%20your%20eyes,That's%20optic%20flow%20in%20action

APA. (2017).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Therapy. https://www.apa.org/ptsd-guideline/treatments/eye-movement-reprocessing#:~:text=A%20structured%20therapy%20that%20encourages,associated%20with%20the%20trauma%20memories

Nicol, B. (2024). THE BENEFITS OF WALKING FOR MENTAL HEALTH AND BRAIN FUNCTION. HCF. https://www.hcf.com.au/health-agenda/body-mind/mental-health/walking-for-mental-brain-health Wheeler, T. (2024). Mental Benefits of Walking. WebMD. https://www.webmd.com/fitness-exercise/mental-benefits-of-wal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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