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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진 ]



요즘 MBTI 검사가 한창 유행이다. 16가지의 유형으로 성격을 나눠서 각각의 특징들이 어떻느니, 어떤 사람과 잘 어울리느니 하는 부분인데 어떤 사람들은 잘 안 믿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믿기도 한다. 주위에서 많은 지인들도 나에게 MBTI 검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많이 물어보고는 하는데 실제로 몇몇의 병원에서는 사용하는 검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인터넷에서 하는 검사와는 많이 다르고 해석도 다른 부분이 꽤 있지만 아주 사이비라고 치부할 정도의 검사는 아니다. 본인은 그 검사의 생활양식 부분에서 Judging(판단형)에 속하는데 이 유형이 사람들은 보통 많은 영역에서 조직화하고,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듯이 이러한 생활 양식에도 장단점이 있는데 우선 장점으로는 계획이 없는 것보다는 성과가 좋다는 것과 계획한 대로 잘 시행만 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것 등이 있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시행이 잘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계획 변경을 자주 해야 해서 에너지가 더 많이 들 수도 있다는 점이 있겠다.




사람의 성격 유형을 바라보는 또 다른 흥미로운 방식 중 하나는 ‘환경에 맞추어 적응 하려는 사람’과 ‘자기에게 맞게 환경을 바꾸려는 사람’으로 나누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말로 전자는 자가수식적(autoplastic), 후자는 환경수식적(alloplastic)이라고 하는데 보통 ‘환경에 맞추는 사람’보다 ‘환경을 바꾸려는 사람’이 좀 더 계획적인 성향을 가지는 듯하다. 자가수식적인 성향이 심해지면 자기 주관이 없어서 이리저리 흔들리기가 쉽고 환경수식적인 경향이 심하면 남의 얘기를 듣지 않아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이 환경 수식적인 사람들이 MBTI로 치면 계획적인 J 성향이 많은 것으로 생가된다. 보통 어렸을 때는 환경수식적인 성향에서 사회화가 되며 자가수식적인 성향이 형성되게 되는데 자기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들 중에 이러한 환경수식적 성향이 잘 형성 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능력이 너무 뛰어나 실제로 모든 변수를 차단하고 통제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일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으며 멘탈이 약한 사람은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스스로도 이러한 계획적, 자가수식적인 인간이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인도 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정신과에서는 이것을 노출치료라고 하는데 내가 버티기 힘든 상황에 거의 반강제로 24시간 노출이 되다 보니 사람이 바뀐 것이다. 본인도 계획적인 J 성향이기 때문에 인도 여행을 갈 때도 당연히 계획을 짜서 출발했다. 기차와 숙소, 어디를 가서 뭘 할지를 다 정하고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는 그렇게 여행을 가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도에서는 정말 내가 생각한 계획대로 되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곳이었다. 예약한 기차가 6시간 연착을 하고 22시간 걸리기로 한 기차 여행은 26시간 넘게 걸렸다. 숙소의 위치는 지도와 다르고 예약한 숙소와 실제 숙소의 이름이 다른 것이 일상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자 나의 스트레스를 극에 달했고 불안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제대로 여행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여행이 끝나갈 때 쯤에 깨달았던 것 같다. 그 동안 모든 변수를 내가 통제하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사실 애초에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난 이후부터는 다른 여행들도 그렇고 인생을 사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까지의 나의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계획적인 것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지만 100퍼센트 완벽한 계획은 없고 모든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나 자신을 환경에 맞춰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지금 현재에 조금 더 충실할 수 있게 됐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긴 여행을 하게 된다. 어쩔 때는 계획 대로 모든 것이 되는 것 같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고 대부분은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한 사람의 나약한 힘으로 바꾸거나 계획 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마치 거대한 태풍처럼 우리가 막을 수도 없다. 그럴 때면 ‘왜 나에게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하고 비관하게 되지만 세상은 본인한테만 그러는 것은 아니고 원래 그런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때로는 흐름에 그냥 맡기고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때가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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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04 19: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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