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2024 파리 올림픽이 지난 8월 12일(한국 시각)에 폐막했다. 올림픽이 지구촌의 큰 축제인 만큼 올림픽 시즌이 되면, 전 세계에서 과거 유명 올림픽 스타들이 화제를 모으곤 한다. 한국에서는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전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 같은 유명 선수들의 근황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재능, 노력, 그리고 건강한 멘탈 덕분에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정말로 다른 선수들과 특별한 무언가 있었을까?
지난달 17일,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라이벌로 불리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보다 밀렸을 때 고통스러웠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피겨가 재미없어지고, 항상 1등만을 바라보면서 운동을 했다”고 털어놨다.
반면, 김연아는 과거 여러 차례의 국내 인터뷰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에게 피겨 훈련과 대회는 일상이고, 일이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메달과 순위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들을 통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정신력 차이를 엿볼 수 있다.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의 연구에 따르면, 동메달을 받은 선수가 은메달을 받은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은메달리스트는 자신이 금메달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는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받았다는 만족감에 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는 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의 성취를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자신의 사고방식과 수행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aMCC (anterior midcingulate cortex, 전측대상회피질)과 의지력
2016년 발표된 한 실험은 운동선수와 일반인의 의지력 지속 차이를 분석하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시했으며, 그 결과 운동선수들이 일반인들보다 더 오랫동안 의지력을 유지하고 높은 자기 통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앤드류 D. 휴버만(Andrew David Huberman)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뇌의 aMCC(전측대상회피질) 영역이 개인의 의지력(혹은 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aMCC는 한정된 에너지 내에서 자신의 동기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며, fMRI와 같은 뇌 분석 시스템을 통해 이 사실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이 영역의 손상은 자기 통제 부족으로 이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운동 선수는 일반인보다 더 높은 통제력과 끈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능력은 뇌의 aMCC 영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운동선수들은 비운동선수들보다 aMCC가 더 발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징크스(Jinx) 혹은 루틴(Routine)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는 스포츠 선수들은 남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징크스 혹은 루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징크스 혹은 루틴은 때로 경기 수행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인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음료를 나란히 코트 방향으로 세우기, 서브 전 코를 비롯한 신체 일부분을 만지기 등 약 10개 이상의 루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그는 여러 차례 경기 진행에 지장을 주었다고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전 수행 루틴을 메타 분석한 루프레히트(Rupprecht)의 연구에 따르면, 루틴이 경기 수행에 매우 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선수의 심리적 압박감을 줄이는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체계적인 전략과 관리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스포츠 연구진과 과학자들은 올림픽 스타들과 엘리트 선수들이 다른 일반 선수들보다 뛰어난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호주 국가대표를 포함해 총 135명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요인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물리 치료와 심리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복지와 훈련 환경이 선수 능력 향상에 큰 기여를 했음을 발견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혹은 1998 나가노 올림픽을 출전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한 여러 연구들은 정신 강화, 적절한 지원과 관리, 그리고 코치의 능력이 긍정적인 성과 향상에 주요한 요인임을 보여주며, 앞선 자료를 뒷받침해 주었다. 특히, 2012년에 발표된 연구는 연령이 높은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보다 노화로 인해 관절과 근력 약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체계적인 훈련과 더 높은 영양 섭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선수들에게 적합한 훈련 환경과 체계적인 신체적, 정신적 관리가 성과 향상의 핵심 요소라는 점이 시사된다.
스포츠 선수의 심리적 요인과 수행 결과 간의 연관성을 메타 분석한 연구에서 심신 안정, 자신감, 그리고 결속력이 경기력에 약간의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우울과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경기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발견되었다. 그러므로 스포츠 선수들은 대회에서 각자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심리적 안정과 함께 선수들의 끈기, 지속적인 훈련,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가 많은 선수들을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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