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린
[한국심리학신문=정혜린 ]
전 세계가 열광한 2024 파리 올림픽이 끝이 났다. 양궁, 사격, 펜싱, 유도 등 모든 종목의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 8월 7일부터 8월 10일까지 진행된 태권도 경기에서 박태준 선수와 김유진 선수가 금메달을, 이다빈 선수가 동메달을 땄다. 한국 태권도 역사상 올림픽 남자 58kg급에서의 우승은 박태준 선수가 처음이다. 또한 김유진 선수는 16년 만에 올림픽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파리 올림픽에서 당당하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
승리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
태권도는 선수들끼리 맨몸으로 맞붙어 상대방을 타격하는 투기 스포츠이다. 발과 손을 이용한 공격과 방어의 기술로 겨룬다. 투기 종목 스포츠에서는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나 가장 큰 국제 대회 중 하나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우 신체적, 기술적 능력이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심리적인 요소가 경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태권도는 상대의 전술을 예측할 수 없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때그때 상대 선수의 특징과 기술을 파악하고, 이에 맞게 경기를 운영해 상대를 이겨야 한다. 따라서 ‘불안’을 조절하는 능력은 경기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경기에 집중해 흐름을 읽어내고 상대의 특징과 움직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선수들이 마주하는 심리적 도전: 훈련부터 경쟁까지
모든 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그러하듯 태권도 선수들 역시 혹독한 훈련을 통해 본인의 신체적, 기술적 능력을 발전시킨다. 파리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김유진 선수는 인터뷰에서 "하루에 발차기를 거의 만 번에서 2만 번 정도 했고, 운동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혹독하게 연습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강도의 훈련에 선수들은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낀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매일 힘든 훈련을 버티며 연습한다.
훈련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만이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은 아니다. 결과에 대한 부담감, 경쟁을 하는 스포츠 상황에서 느끼는 경쟁불안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선수들을 힘들게 한다. 특히 올림픽처럼 4년에 1번 하는 큰 국제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상상도 못 할 만큼 클 것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본인의 감정과 마인드를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겪는 문제인 만큼 스포츠 심리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선수는 신체적 훈련과 함께 다양한 스포츠 심리 훈련을 받고 있다.
스포츠 심리 훈련, 선수들의 마음 보조제
대표적인 스포츠 심리 훈련의 방법의 하나인 스포츠심리상담은 선수가 겪는 어려움과 불안함 등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극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담을 통해 선수의 수행 능력이 향상되고, 운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며 운동지속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담과 함께 선수들은 스포츠 상황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심리기술훈련(Psychological Skills Training: PST)을 받는다.
심리기술훈련은 진행하는 목적이나 선수의 상태 등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전문가가 심상 훈련과 이완 훈련, 자신감 훈련 등을 선수가 설정해 놓은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적절히 구성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잘 알려진 심상 훈련은 머릿속에서 기술과 경기 상황뿐만 아니라 경기 외 상황까지 반복적으로 상상하며 연습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스포츠심리상담연구’에 수록된 논문 중 사이클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최고의 나 심상’, 자신의 성공 이미지를 아침에 그려보는 ‘모닝 심상’, 경기 전, 중, 후에 발생하는 실수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적절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보는 ‘실수극복 심상’ 등을 시행했다.
실제로 스포츠 선수들의 심리 훈련은 효과가 있을까? 위의 연구에 따르면 실험을 진행한 선수는 긴장, 우울,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덜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부정적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인 스포츠수행전략이 향상되었다.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박지혜가 진행한 연구에서는 고등학생 태권도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리기술훈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불안이 감소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인 자기효능감이 증가했다. 연구자는 심리기술훈련이 실제로 선수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리 올림픽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열정은 무더웠던 2024년 여름을 더 뜨겁게 달궜고, 멋진 경기와 아름다운 선수들의 노력에 모두가 환호했다. 김유진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제일 신경 썼던 건 마인드 컨트롤이었던 것 같고, 저 혼자 무너지지 말자고 계속 속으로 되뇌었거든요. 무너지지 않은 게 제가 1등을 할 수 있는데 보탬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경기에서 보여줬던 강인한 정신력은 스포츠 심리학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한다. 스포츠 심리학이 더욱더 발전하여 선수들이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고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참고 문헌
1) 최희윤, 허정훈. (2024). 국내 스포츠 심리상담 사례 연구 동향 분석: 주호소문제 및 상담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학회지, 35권 2호, 121~138p
2) 이은경. (2024). 스포츠심리상담에 따른 여자 사이클 선수의 정서상태와 스포츠수행전략 및 목표성향의 변화. 스포츠심리상담연구, 1권 1호, 51~61p
3) 박지혜. (2016). 심리기술훈련이 태권도 선수의 경쟁불안과 자기효능감에 미치는 영향.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4) 김미량, 이승배, 이제홍. (2009). 레저,스포츠 편 : 투기종목선수의 경기력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행동변인의 구조방정식모형 검증. 한국사회체육학회지, 38권 2호, 1,261p
5) youtube (2024). URL: https://youtu.be/y3tT2nFwT3M?si=XkblkW7YKi7WHCIi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jhr0402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