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빈
[한국심리학신문=김다빈]
최근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스포티파이 등 구독 기반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가 고객을 유인하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심리적 원리가 작용하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구독을 지속하게 만드는 다양한 전략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디지털 시대에 제품을 소유가 아닌 사용에 초점을 맞춘 구독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지금, 대중들은 구독경제와 소비자심리의 상관관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이를 현명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구독경제란 재화 및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 기간 이용하기 위한 권한을 구입하거나 재화 등에 대한 구매•배송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구독경제 서비스 시장은 단발성 구매보다 지속적 이용과 반복적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다.
소비자 심리란 사람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신적, 감정적 과정을 말한다. 이는 소비자의 욕구, 동기, 신념, 태도 등을 포함하며, 기업은 이를 이해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
그렇다면 구독경제가 사회에 성행하게 된 데에는 어떤 방식의 심리학적 요인이 있을까? 다음의 요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편리함과 결정 피로 해소
구독경제가 급성장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소비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인지적 종결 욕구(NFC)'이다. 즉, 사람들이 결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구독 서비스는 반복적인 구매 결정을 피하게 함으로써 이 욕구를 충족시킨다. 매달 자동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나 제품은 소비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한다. 이와 같은 예시로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매번 영화를 대여하거나 구매할 필요 없이,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다양한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한다. 이는 사용자의 탐색 비용에 대한 부담감과 선택 피로를 줄인다.
가격 지각과 가치 인식에서 비롯한 비용 효율성 요인
구독경제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비용 효율성과 가치 인식이다. 소비자들은 정기적인 구독을 통해 개별 구매보다 더 큰 가치를 얻는다고 인식한다. 예를 들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수백 곡의 음악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무제한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이는 경제적 혜택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인다.
스포티파이는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광고 없이 무제한으로 음악을 스트리밍할 수 있게 하여, CD나 개별 음원을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개인 맞춤형 경험'을 통한 관계 형성 요인
구독 서비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도를 파악하고, 이에 맞춘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개인화된 서비스는 소비자와의 강력한 관계를 형성하며, 장기적인 충성 고객을 만들어낸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사용자의 시청 이력을 분석하여 개인 맞춤형 추천 동영상을 제공하며, 광고 없이 쾌적한 시청 환경을 제공한다.
소유에서 경험으로의 전환
전통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심리는 소유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구독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다른 모델의 차량을 이용하는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Zipcar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필요할 때마다 다양한 모델을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소유의 부담 없이 다양한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
환경적 책임을 지고자 하는 심리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독 서비스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류 구독 서비스는 새로운 옷을 계속 구매하는 대신, 일정 기간 옷을 대여하여 입을 수 있게 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일조한다.
Rent the Runway와 같은 의류 구독 서비스는 최신 패션을 경험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한다.
고도의 심리 게임! 기업이 숨겨놓은 심리 전략은?
구독경제에서 심리적 요인을 활용하여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쉽게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도 존재한다. 구독 서비스의 관리와 결제 주기를 기억하는 것에는 많은 피로감이 든다. 또한, 이미 ‘내 것’이 되어버린 서비스를 끊어내는 것은 결정을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귀찮음이나 불안의 이유로 특별한 이득이 없는 한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를 ‘소유효과(endowment effect)’와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라고 본다. 이를 이용한 기업의 전략으로, 구독 서비스의 자동이체 시스템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을 미뤄 무의식적으로 서비스를 장기간 구독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불필요한 구독을 유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다크 패턴은 소비자가 구독을 쉽게 취소하지 못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나 전략을 말한다. '미로 내비게이션' 같이 계정을 삭제하거나 구독을 취소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쉽게 찾아갈 수 없게 만드는 방식이나 '방해성 광고' 같이 구독을 취소하기 전 닫기 어려운 팝업창을 띄우는 방식은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구독 해지 결정을 철회하게 만든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이것'을 주의하자
소비자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 중에서 자신의 필요와 가치에 맞는 서비스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구독을 시작하기 전에 정말 필요한지 점검하고, 다른 서비스와 비교하여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구독 서비스의 혜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공되는 혜택이 현재 이용 중인 다른 서비스와 유사한지, 서비스를 가족이나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지, 보상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꼼꼼히 파악하여 최대한의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에 지출하는 금액을 미리 설정하고, 예산 내에서 관리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지출로 인한 부담과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매월 또는 분기별로 구독 서비스를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서비스의 질, 사용 빈도, 가격 등을 고려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는 해지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슬기로운 구독생활을 향해서
구독경제는 소비자심리와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며, 소비자의 편리함, 비용 효율성, 맞춤형 경험 제공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유가 아닌 사용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구독 서비스는 앞으로도 큰 성장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소비자들은 구독경제가 갖는 앞서 언급된 심리학적 측면을 파악하여 비합리적 소비에 노출되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구독경제 서비스 시장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는 체리슈머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천혜정. (2022). 누가 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가: 구독 서비스 유형별 구독 동기, 구독 만족도 및 구독 지속 의도의 관계. 소비자문제연구, 53(1), 91-119.
2) 김미나, 박설우. (2023). 구독경제 유형과 제품 유형 차이가 구독 의도에 미치는 영향. 유통연구, 28(1), 61-81.
3) 김주환. (2017). 공유경제의 확산에 따른 기업의 대응과 최근 주요 논란. KB 지식비타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vv3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