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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준희 ]



갓생 외치는 MZ, 그게 도대체 뭔데? 


 최근 MZ들 사이에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신을 가리키는 ‘갓(God)’과 인생의 ‘생’이 합쳐진 단어인 ‘갓생’이다. ‘갓-’은 ‘-왕’, ‘킹-’, ‘짱-’과 같이 어떤 단어를 강조할 때 많이 사용된다. 보통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부지런하게 계획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표현을 쓴다. 이를 응용한 표현으로 ‘갓생산다’, ‘갓생러’ 등이 있다. 말만 들어도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갓생’, 어디서 온 걸까? ‘갓생’은 팬덤 문화에서 등장했다. ‘탈덕(어떤 중독적인 행위를 그만둔다는 의미)하고 갓생살러 간다’라는 표현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유행했고 이것이 정형화되면서 일반인들도 ‘갓생’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진 것이다. 초반에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미에서 사용되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갓생을 살지 않으면 뒤처진 사람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갓생’은 2020년 상반기부터 등장했고 2022년부터 ‘갓생’ 검색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SNS와 유튜브에는 ‘갓생’을 내세우며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게시글은 좋아요 또한 많이 받고 있다. 



세상이 요구하는 갓생


‘나 오늘 갓생 살았다’라고 말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시간 내 독서하기

-꾸준히 일기 쓰기

-건강식품 및 비타민 챙겨 먹기

-건강한 식단으로 끼니 챙기기 (특히 배달 음식은 절대 불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비로소 ‘나 오늘 갓생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갓생'을 겨냥한 상품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그중 스마트워치는 가장 핫한 인기 아이템이다. 나의 운동 현황을 분석하고 현재 몸 상태를 알려주며 이러한 수치들로 동기부여까지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혈당 관리도 가능한 건강한 식품들도 나왔다. 제로 음료, 저당 다이어트 간식, 저칼로리 식단 등 자신의 몸을 관리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풍부해졌다. 그리고 ‘갓생’하면 독서를 뺄 수 없다. 때문에 여러 권의 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태블릿PC의 수요도 엄청나다. 또한 다이어리나 펜과 같은 문구 상품도 ‘갓생’을 타이틀로 내걸고 출시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세세히 기록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도 올라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것을 노리는 것이다. 위메프에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기 계발 즉, ‘갓생’을 도울 아이템과 관련된 상품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해당되는 카테고리에는 학습서·이러닝, 스터디 플래너·신년 다이어리, 건강보조용품, 등산·아웃도어, 수영 등이 있다. 


SNS와 유튜브에서는 ‘오운완’과 ‘미라클 모닝’ 해시태그가 유행이다. ‘오운완’은 ‘오늘 운동 완료했다’는 의미로 해당 해시태그가 인스타그램에서 800만 건을 넘겼고, '새벽에 일어나 나에게 시간을 투자한다'는 의미의 ‘미라클 모닝’ 해시태그는 200만 건을 넘기는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일상 속에서 ‘만보걷기 챌린지’와 같이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챌린지가  유행이다. 



우리는 양떼 중 양 한마리 


우리는 주변 다수의 행동과 습관, 가치관 그리고 생활방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면 그 순간 우리 스스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양떼효과’가 드러난다. 양떼효과는 개인이 주변 사람들의 행동, 의견, 판단을 따라가려는 경향을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모방하려는 사회적 현상을 가리킬 때 사용하며 SNS가 발달한 최근에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다. 


양떼효과와 관련된 원리에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양떼효과는 주로 상호작용과 누적 효과에 의해 발생한다. 각 요소나 행동이 시스템 내 다른 구성 요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영향이 누적되면 전체 시스템의 동작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양떼효과는 비선형적인 현상으로,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급격한 변화나 불안정한 상황에서 나타난다. 


또한 양떼효과에는 3가지 영향이 있다. 

첫 번째, 양떼효과는 시스템 내의 의존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한 요소나 행동이 다른 요소나 행동과 더 강력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시스템 내 의존성이 증가하게 된다.

두 번째, 양떼 효과는 급격한 상승 또는 하락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예측 모델과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에서 소수의 대규모 거래가 전체 시장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세 번째, 양떼 효과는 시스템이 비선형적인 특성을 가지게 만들어, 작은 변화가 비례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 매 순간을 자기 검열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또한 남들이 어떤 삶을 사는가에 온 신경이 곤두서있게 된다. 이렇기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와도 휴식 대신 ‘갓생’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자기 직전까지 나 자신을 기록해야 한다. 이렇게 사는 이유는 나를 제외하고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수처럼 새벽 5시에 기상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책도 읽고 직접 요리를 하고 일기도 쓰는 ‘갓생’을 살지 않으면 나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키워드가 ‘갓생’이라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우린 하루에도 수십번을 타인에게서부터 영향을 받고 나를 조각해 나간다. 그렇게 우린 수많은 양떼 중 한 마리의 양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갓생 못 살면 망한 인생인가요?


‘갓생’은 또 다르게 말하면 ‘생산성 향상’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고, 나의 하루 모든 시간을 자기 계발과 연관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성’을 이해하기 전에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효율이 있어야 생산성이 높은 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다 수행했다면 ‘진정한’ 휴식을 취해도 괜찮다. 잠을 7시간 이상 자야 하는 편이라면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러 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시간에 생산성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당장 눈앞의 성취보다는 장기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나한테 맞는 생활 패턴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에 피곤함을 느끼는지 빠삭하게 익힌 후 나에게 맞는 페이스로 부지런히 살아가야 한다.


당신의 삶은 어떤 색깔인가요? 당신의 삶은 노란색인데 빨간색이 되려고 아등바등하면서 살고 있진 않나요?




참고문헌

1) 심형준.(2023).'갓생살기'라는 의례화된 행동의 출현과 변화, 그리고 그 시사점.한국종교학회.한국.

2) lofangman.(2003).https://lofangman.com/양떼-효과의-의미-원인-극복-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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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11 14: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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