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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유혜원 ]


    

쎄믈리에란 쎄한 느낌을 잘 포착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무언가 불길하고 묘한 느낌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음, 왠지 느낌이 쎄한데?"라고 생각한 그 순간을 예리하게 감지하는 것이다. 이 말은 ‘쎄하다’와 와인의 맛과 상태를 감별하는 감별사인 ‘소믈리에(sommelier)’의 합성어로 탄생한 신조어이다. 이를테면, 유명 연예인이 한 번 큰 사고를 쳤을 때, "내가 그 사람 처음 봤을 때부터 쎄했어!"라고 외치는 당신, 맞다. 바로 그 순간 쎄믈리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쎄한 느낌은 우리가 살면서 겪은 사건이나 경험에서 나온 거니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데이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로 어떤 사람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를 줄 알았거나, 성격에 큰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그 쎄한 느낌은 과연 언제나 적중할까? 왜 우리는 가끔 "내 촉은 틀릴 리가 없지!"라고 맹신하게 되는 걸까?



사후 과잉 확신 편향 때문이지!


우리가 그렇게 확신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 때문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지나간 사건이 예측할 수 있었거나, 불가피했다고 굳게 믿게 만드는 뇌의 트릭 같은 것이다. "야, 그거 내가 예상했었지!"라고 말하기 쉽지만, 솔직히 실제로 그 결과가 벌어지기 전엔 그럴 줄 정말 모르지 않았을까. 우리 뇌는 시나리오 10개 중 1개가 맞으면 "그거 봐, 내가 맞혔지!"라며 자신감을 팍팍 올려준다. 결과가 긍정적일 때보다 부정적일 때 이 편향이 더 잘 작동한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는 말, 사실 그때는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의 뇌는 이렇게 장난꾸러기일까?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의 단계


심리학자 닐 로즈(Neal Roise)와 캐슬린 보스(Kathleen Vohs)에 따르면, 이 편향이 작동하는 데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기억 왜곡이다. 과거의 판단이나 의견을 살짝 왜곡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내가 저번에 뭐라고 했지? 어, 나 그때 그 말 했었어!"라는 자신만의 확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불가피성이다. 마치 영화의 결말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과거의 사건이 불가피하게 벌어졌다고 믿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인 예견 가능성은 우리가 그 사건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것이다. "내가 다 예견했지!"라는 그 자신감, 이제 이해가 되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편향의 사례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일상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성공과 편향

우리가 성공했을 때, "내가 성공할 줄 알았어! 역시 난 뭔가 달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도움이 많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뇌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넌 멋진 사람이야!"라고 유혹적으로 속삭인다.

관계에서의 편향

친구의 연애가 끝났을 때, "오래 못 갈 거 이미 알고 있었어!"라고 말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연애가 진행 중일 때는 사실 전혀 그런 신호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의 뇌가 "네가 그때 말한 거 있잖아! 다 맞췄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선택에서의 편향

여행지를 선택할 때 열심히 온라인 리뷰를 보고 친구들의 추천도 받았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보니 날씨가 엉망이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다른 곳으로 갈걸..." 하며 후회하는 경우, 사실 그 당시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걸 잊어버린 것이다. 



편향적 사고를 줄이려면?


자, 이제 이 편향적 사고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 모두에게 편견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로 돌아가자. 특히 과거를 돌아볼 때, 우리의 기억이 우리의 인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결정 일지를 작성해서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아, 그때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대 고려 전략을 사용해 보자. 이 전략은 과거 사건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충동을 피하고, "음, 다른 결과도 있을 수 있었겠지?"라고 열린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다. 즉, 열린 결말을 지향하는 것!



불완전한 존재


결국, 우리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때로는 자기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사고를 하게 된다. 직관이 강력한 무기일 수 있지만, "난 다 예측할 수 있어!"라는 오만함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무언가에 대해 확신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내가 정말 알고 있던 사실일까?"라고 물어보는 건 어떨까? 어렵겠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 아닐까?




* 참고 문헌

1. Fischhoff, B. (1975). Hindsight ≠ Foresight: The Effect of Outcome Knowledge on Judgment Under Uncertaint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1(3), 288-299.

2. Roese, N. J., & Vohs, K. D. (2012). Hindsight bias.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7(5), 411-426.

3. Plous, S. (1993). The Psychology of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McGraw-Hill.

4.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5. Tetlock, P. E. (2005). Expert Political Judgment: How Good Is It? How Can We Know? Princeton University Press.

6. 안순태, 이하나. (2023). 한국 사회의 낙인찍기와 낙인찍힘에 대한 탐색 : 국내 온라인 뉴스에 사용된 낙인 단어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67(5), 10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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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19 08: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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