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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 HTP 투사 검사를 통한 화가 장욱진의 집 그림으로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기
  • 기사등록 2024-10-04 09:00:16
  • 기사수정 2024-10-04 09: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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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채현 ]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노래 ‘즐거운 나의 집’에 나오는 가사 중 일부분이다. 여기서 집은 내가 쉴 수 있는 장소, 즐거움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여러분이 떠올리는 집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 가사처럼 모두가 즐거운 장소이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인가? 



집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해당 이미지는 네이버 국어사전에 ‘집’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이다. 살펴보면 집이란 생활하기 위한 공간이자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을 가리킨다. 즉 통상적으로 집이란 자신이 성장하고 머무르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집은 자신의 성장과정과 함께하며 내면세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술치료에서 심리 진단 도구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집 그림을 그리게 하여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는 자기 보고식 검사인 HTP(House – Tree – Person) 검사가 있다. 기본적으로 빈 종이에 펜 하나로 집 – 나무 - 사람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집’에 대한 형태와 내용은 미술 심리 치료 분야 뿐만 아니라 미술세계에서도 중요한 요소로써 등장하여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미술 세계에서도 집의 의미는 단순히 하나의 풍경이 되는 요소가 아닌, 여러 상징을 담고 있으며 화가의 내면 세계를 나타내는 장치로 쓰이는 것이다. 




집 표현의 대표적인 화가 장욱진 

한국현대미술 작가 중 장욱진은 집을 주제로 작품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의 전 활동 일생을 통틀어 ‘집’은 계속해서 그림의 주제로 등장한다. 따라서 그의 변화하는 일생의 과정에서 그의 삶에 대한 태도와 감정을 ‘집’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한 번 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떠올려보자. 대체로 집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삶의 성장에 있어 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를 보여주듯 가족은 장욱진의 집 그림에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장욱진 작가의 작품들(1973)

가족 간에 친밀한 상호작용과 정서적 유대감이 부족한 면을 시사해주는 가족화 


상단의 그림들은 작가가 12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던 시기에 그려졌다. 집의 한 공간에 가족들과 함께 있지만 선의 표현을 통해 분리된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특징을 살펴보면 HTP 투사 검사에서 보았을 때 가족 내에서 개인의 중요성은 그림의 크기, 위치로 표현된다. 가족 간의 상호작용이 없고, 가족들 사이 벽이나 선을 그려 분리를 표현한다면 이것은 가족 간의 감정적 격리, 단절, 고립을 보여준다. 아래 HTP 검사 사례의 분리된 선처럼 작가의 작품에서도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확인된다.


또한 누구를 포함시키고 생략했는지는 검사에서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자신을 그리지 않은 경우 가족에 대한 소속감, 정서적 유대감이 부족한 것을 나타낸다. 작품을 보면 화가는 사람을 막대 모양으로 표현하고 신체적인 특징도 드러나지 않아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렵게 표현해두었다. 즉, 당시 작가는 12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단절되었기에 그 상황의 심리적인 세계들이 그림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가는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가족에게 무관심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였을까? 이 그림만 보았을 때 화가는 자그마치 12년이란 시간을 가족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던 매정한 아버지인 것처럼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실제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는 가족들에게 헌신적이고 자상한 아버지로 받아들여졌다. 


작가의 고백 중에서 “나는 또한 누구보다도 내 가족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그림을 통해서 서로 이해된다는 사실이 다른 이들과 다를 뿐.” 라던 말에서 보듯이 그에게 가족은 일생의 원동력이었고 작품에 드러나는 내면세계의 중요한 정체성이었다. 



심리검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심리검사는 우리의 지금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고, 자신의 마음 속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검사 결과의 일면만 보고 자신을 규정 짓거나 판단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마치 우리가 MBTI를 보고 사람들을 분류하고 특징을 단정해버리는 것처럼. 


하지만 심리검사는 즉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과 시간을 두고 오래 해석해야 하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HTP 검사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해볼 수는 있지만, 그 사람 인생의 진실을 바로 알기는 어렵다. 단면적인 것이 아닌, 10년 단위로 추적해나가야 한다. 저 작품은 화가의 12년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나타난 고립의 심리이지, 저것만으로 화가가 가족 관계가 나빴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비록 고립된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작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은 깊었으며, 다시 가족들에게 돌아왔을 때 그 애정을 더욱 견고히 하였다. 화가의 집 그림에서 나타나는 상징적인 의미들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것은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HTP 검사가 심리검사로서 정신과적으로 치료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삶을 더 지혜롭게 변화시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 검사 결과를 통해 현재 우리 삶을 가지고 속단하며 해석한다기보다는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지 미래지향적으로 해석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HTP 검사 결과에서 나의 집이 우울함, 부정적인 경향성을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비정상이라며 절망할 필요가 없다. 내가 살아온 삶이 나쁘다고 단정 짓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나의 상태를 지각하고, ‘즐거운 나의 집’으로 만들고자 내 삶의 태도에 대한 변화를 이루면 된다. 




참고문헌

1) 신민섭. 2024.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 서울 : 교보문고

2) 정영인. 2017. 미술치료 관점에서 본 집의 심리적 의미 : 장욱진의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치료연구, 24권 제 2호, 417-437.

3)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고영건 교수. 심리검사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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