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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승현 ]



턴테이블과 LP, 카세트테이프, 노트와 만년필, 종이책.


나열한 물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떤 행위를 하는 데 있어 그 행위 자체에만 초점을 둔 것들이다. 다양한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핸드폰이나 태블릿과 비교하면 조금 불편한 물건들이다.


기술이 발전하며 많은 것들이 간단해지고 쉬워졌다. 대부분의 일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고, 두꺼운 책 여러 권 대신 태블릿 한 대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노래를 원하는 부분만 들을 수 있고, 언제든 마음대로 사진을 찍고, 글을 읽고 쓸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쉽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우리의 생활은 아주 편해졌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와 반대의 특징을 가진 아날로그 감성이나 디지털 기기와 멀어지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터치와 스크롤 몇 번이면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몇 시간 동안 핸드폰을 맡기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이색 카페도 생겼다. 필자 또한 턴테이블과 LP로 음악 듣는 것을 즐기며, 아이패드가 있지만 여전히 노트에 수학 공부를 하고 종이책을 찾아 읽는다.


우리는 왜 편리한 것들을 두고도 굳이 불편함을 찾아가는 걸까?



1. 넘치는 정보 속에서 추상적인 형태만으로는 우리 뇌가 충분히 곱씹을 수 없다.


복잡했던 일이 간단해진 것은 물건 속에 담겨있던 정보가 추상적인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 음악, 글 등 모든 정보를 파일이라는 형태로 지닐 수 있게 되며 많은 것들이 핸드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그 말은 곧 우리 뇌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줄었다는 것과 같다. 어차피 핸드폰 좀 찾아보면 나오니까.


그만큼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겉핥기식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글이나 사진, 음악을 접할 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일일이 제대로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책을 통해서는 책만 읽을 수 있고, 턴테이블로는 노래만 재생할 수 있다. 동시에 여러 정보가 몰려오는 핸드폰과 다르다. 지금 내가 하는 행위에 몰입하여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여러 가지 정보가 한 번에 쏟아지는 추상적인 것보다 하나하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2. 너무 가벼워진 탓에 무거움을 찾는다.


쉬워진 만큼 너무 가벼워졌다.

가장 쉬운 예시로 카카오톡, 인스타 DM과 같은 온라인 채팅이 있다. 타인과 소통하기 너무 쉬워진 탓에, 생각하지 않고 뱉은 말에 ‘이 얘기는 하지 말 걸‘하고 후회하는 일들이 생긴다. 직접 만나서, 혹은 글로 적었다면 하지 않았을, 하지 못했을 말들이 온라인상에서는 쉽게 나온다. 이를 조심하기 위해 때때로 자발적으로 무거워지려는 것이다. 편지와 같이 글을 쓰거나, 채팅보다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행동이 되겠다. 불편함으로 인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행동에 신중해지는 것이다.


채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하는 이야기다. 글을 읽더라도 핸드폰으로 인터넷 사이트의 글을 읽을 때와, 책을 읽을 때의 몰입감은 명백히 다르다. 음악 앱에서 무작위 재생을 하는 것과 달리, 직접 고심해서 고른 노래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들을 때 느껴지는 깊이감은 다르다.



3. 온전한 나만의 시간


앞서 이야기했듯 직접 책을 펴고, 직접 턴테이블에 판을 올려 노래를 듣는 것은 불편하다. 심지어 어떤 것들은 보관을 넘어 꾸준히 관리까지 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것에는 애착이 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에 깊이 있게 시간을 쏟는 일은 현대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방을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깊이 몰입하는 것


넘치는 정보의 바다와 기술의 발전 속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순발력 있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지나가듯 봐서는 볼 수 없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도, 우리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 속에서 가끔은 잠시 멈추고 우리 눈앞에 있는 것에 몰입해 보자.




참고문헌

Carr.Nicholas G. (2020).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구조를 바꾸고 있다. 서울 :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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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10 22: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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