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A
[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A ]
많은 사람들은 시험 기간이 되면 해야 하는 공부만 빼고 모든 것이 재미있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결국 공부를 뒤로하고 수많은 유혹의 속삭임에 넘어가고 만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다고 해도, 집중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리고 공부하기에 실패한 그들은 말한다.
"나 ADHD인가 봐."
ADHD라는 핑계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에 관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해당 장애를 인지하고 진단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ADHD를 제때 진단받지 못하는 사람이 85% 이상이므로 이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다. 특히 아동의 경우 조기 개입이 장애의 예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역효과 또한 상당히 치명적이다. 전문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정보가 만연한 SNS의 특성상,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내용이 사실인 양 떠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특히 ADHD에 관련된 콘텐츠들은 단순히 산만하고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두 ADHD로 치부하곤 한다. 이로 인해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ADHD의 증상을 간단한 집중력 문제로 오해하게 되고, 동시에 ADHD가 실제로 야기하는 괴로움을 경시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ADHD라는 핑계를 대며 집중을 요하는 일들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집중하고자 마음을 먹고, 실제로 집중을 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떤 행동을 실행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이를 행하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많은 정신력이 소모된다. 또한 원하는 결과와 비례하는 노력이 요해진다. 즉, 필요한 만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ADHD 판정을 받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집중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DHD는 실제로 어떤 증상을 보일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의 증상을 단순한 집중력 결핍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ADHD, 즉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는 간단한 증상만을 가지고 진단할 수 없는 엄연한 발달장애이다.
DSM-5(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의하면, ADHD의 증상은 '부주의'와 '과잉행동과 충동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 '부주의'만 해당한다면 (1)부주의 우세형, '과잉행동과 충동성'만 해당한다면 (2)과잉행동/충동성 우세형,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면 (3)복합형으로 진단한다.
먼저 (1)부주의 우세형은 주의가 산만한 모습을 보이지만, 과잉행동이나 충동 조절의 문제는 크게 보이지 않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문제 행동이 비교적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아동기에 부모와 교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 (2)과잉행동/충동성 우세형은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진,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보통 어린 아동에게서 흔히 나타나고, 이후 6~12세 사이에 복합형으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3)복합형은 위 두 가지 유형의 증상을 모두 보인다. 때문에 아동기에 부모나 교사가 알아차리기 쉬워, 전문 기관에서 가장 많이 진단받는 유형이다.
이처럼 단지 집중이 어렵다는 주관적인 느낌만을 경험한다고 해서 무조건 ADHD인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또한 ADHD의 증상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쉬이 진단할 수 있는 간단한 장애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DSM-5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ADHD를 진단받기 위해서는 위 증상들로 인해 사회적, 학업적, 직업적 기능이 명확히 저해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지장을 준다. 단순히 무언가를 하기 싫어서 미루는 사람들의 핑곗거리가 되기에는 너무나도 괴로운 장애인 것이다.
더 이상의 핑계는 그만
이처럼 ADHD는 그저 공부가 하기 싫거나 과제를 미루는 것과 같은 단순한 귀찮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는 시험 날짜를 착각하거나, 과제 마감일을 착각하는 정도로 일상에 지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귀찮음을 ADHD라는 핑계 뒤에 숨어 정체되어 사는 것은 자신을 점점 나약하게 만드는 길임과 동시에,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그저 집중하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치부하는 실례를 범하는 것이다.
집중하는 데 힘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저 집중하는 데에 노력을 쏟지 않았기 때문일 뿐, 실제로 ADHD로 인해 집중을 못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 이상 자신의 끈기 부족을 ADHD라고 핑계 대며 포기를 반복하지 말고, 진정으로 의심이 된다면 하루빨리 검사를 받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둘 중 어떠한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집중을 잘하지 못한다며 단념하고 많은 일들을 쉬이 포기해 버리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한 악습관을 버리고 난 후에는, 원하는 바를 향해 끈기를 가지고 달려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참고문헌
1) Weis, Robert. (2023). 아동 청소년 이상심리학 제 4판. 시그마프레스
2) 이재욱. (2019). 국내 성인 ADHD 연구 동향 분석. 강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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