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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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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인사이드 아웃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가 그의 행복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귀여운 감정 캐릭터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라일리가 마주하는 여러 상황과 변수에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인사이드 아웃〉의 열혈 팬으로서 시즌 2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13살이 된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이사를 오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사춘기가 온 라일리는 새로운 자아와 감정들이 형성되며 일련의 혼란을 겪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하기 시작한다. 

 


‘불안’이 가득한 내면


영화 속 ‘불안’의 열연은 가장 눈에 띈다. ‘불안’은 라일리가 성취감을 느끼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자극하는 감정이다. 그가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고 더 좋은 기회와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열정과 에너지를 북돋는다. 하지만 정도가 매우 지나쳐 라일리를 곤란에 빠뜨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의 변수에 철저히 대비하고자 극한의 감정에 몰아넣게 되는데, 이는 라일리가 완벽하지 않은 자기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여러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게 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마치 오늘날 현대인의 내면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는 매일 불안과 걱정의 연속에서 살아간다. 준비하고 있는 시험에 떨어질까 불안하고, 말 한마디로 동료의 신임을 잃게 될까 염려한다. 주변의 시선이 평소와 다를 때 쉽사리 자기 검열을 하고, 현재 수행하는 일이 자칫 잘못될까 노심초사한다. 불안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그러나 불안의 강도와 빈도, 기간 등이 극에 달한다면, 범불안장애 여부를 고려해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제가 범불안장애라고요?


‘범불안장애’란 매사 걱정이 지나치고 예민해서 일상의 사소한 일에 불안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범불안장애 환자의 주요 특징은 과도하고 통제하기 힘든 비합리적 걱정을 끊임없이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건강, 인간관계, 직업, 재정, 죽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앙을 예상하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방해받는다. 만성적인 걱정은 근육 긴장, 호흡 곤란, 신경과민 등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하며, 이는 다시 과도한 걱정으로 이어지게 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범불안장애는 정상적인 불안과 명확히 구분된다. 정상적인 불안은 특정 사건에 한정돼 발생하며 해당 사건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나 결과에 비례하다. 범불안장애는 일상의 수많은 일에 발생하며, 염려하는 사안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고 과장돼 있다. 가령 과제 마감 기한이나 시험이 다가올 때 느끼는 두려움과 압박감 등은 정상적인 불안이지만, 누군가의 시선 하나로 타인에게 해코지 당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과한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범불안장애로 의심해 볼 여지가 다분하다.

 

범불안장애의 원인은 생물학적 요인과 심리학적 요인이 있다. 생물학적 요인에는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변연계 등의 활성화 정도,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있다. 심리학적 요인에는 환경의 부정적 요인을 마주하는 잘못된 시각 및 인식, 정보처리 과정에서의 왜곡 등이 있다. 해당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불안장애를 유발하기에, 이 같은 정신질환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멈추기 연습


불안과 걱정은 형태가 없어 쉽사리 통제하기 어렵다. 이에 관련 전문가에게 치료받는다고 한들, 일상 속 자발적인 연습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범불안장애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때 자기-지시나 외부 자극을 통해 불안과 걱정을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고중지(thought stopping)’란 인지행동치료에서 부정적인 사고를 긍정적인 사고로 대체하기 위해 스스로 ‘중지(stop)!’라고 외침으로써 생각을 멈추게 하는 기법이다. 특정 문제에 왜곡된 관념이나 사고 과정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멈춰’, ‘이제 그만’ 등 자기-지시를 내리고 생각을 중단하려는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 간격을 두어 알람이나 종소리를 울리게 해 생각을 끊어주는 행위도 적극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맺으며


영화 〈인사이드 아웃 2〉 속 ‘불안’이 다른 감정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라일리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매일 밤 끊임없는 불안과 걱정으로 이불을 뒤척이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제는 스스로 용기 있게 말해야 한다. “걱정 그만, 이젠 끝!”

 

 


참고자료

1) SBS 뉴스, [Website], 2023, [인-잇] 걱정과 불안이 많다면, 의학적으로 검증된 이 방법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277605&plink=ORI&cooper=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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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17 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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