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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정민 ]



한 자폐 아동이 클리닉에 가서 ‘물 주세요.’라고 말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보자. 이 아이는 여러 번의 반복 학습을 통해, 정확하게 말을 했을 때 장난감 같은 보상을 받으며 학습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같은 아이가 집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하지만 같은 아이가 집에서 물이 마시고 싶을 때, 클리닉과 같은 환경이 아니라면 ‘물 주세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적용하기 어려울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말 대신 손을 뻗어 컵을 잡으려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이 일화는 아이가 학습한 기술을 일상에서얼마나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아이의 동기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에 진행되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중재법에 위와 같은 비판점들이 제기되어, 자연주의 발달 행동 중재(Naturalistic Developmental Behavioral Interventions, NDBI)가 제안되었다. NDBI는 놀이와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기술을 습득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또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중재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하고, 중재 과정 자체가 즐겁다는 점에서 기존의 중재법과 차별화된다.


두번의 기사에 걸쳐, 기존의 중재법을 향한 비판과 새로 제안된 자연주의 발달 행동 중재법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ABA 중재의 논란과 변화: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응용 행동 분석(Applied Behavioral Anaylsis, ABA)와 비연속 개별 시도 훈련(Discrete Trial Training, DTT)는 지난 수십년 간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돕기 위한 중재법으로 사용되었다. ABA는 긍정적 행동을 강화하는 기법을 바탕으로, 자폐 아동이자연스럽게 습득하지 못하는 기술을 익히고 자해와 같은 해로운 행동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DTT는 복잡한 행동을 더 간단한여러 단계로 분리하고 구조화하여, 단계 별로 반복 학습하여 습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접근법들에 등장한 비판점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려고 한다.



1. 아이들의 동기


ABA 치료가 아이들에게 반복적인 훈련을 강요하며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언어 능력이 부족한 아동들에게 지나치게 강압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방식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는 아동들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외부의 보상에 의존하는 성향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동기 부여와 자존감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UCLA의 자폐 연구자이자 임상 의사인 캐서린 로드 박사는 대부분의 ABA 치료사가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즐겁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도록 훈련받았다고 설명한다.


“ABA 치료사는 매우 활기차고 재미있게 치료를 진행하도록 훈련받습니다. 때때로 유머 감각이 없는 딱딱한 치료사를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그들의 방법이 잘못되었을뿐, ABA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많은 ABA 프로그램이 우려와는 다르게 놀이 기반으로 이루어져 자연스럽게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외부의 지시에만 의존하는 순응적인 성향이 학습되는 현상과 반복적인 보상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는것을 방지하고, 아동의 주체성과 자율성이 더 존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2. 지나친 행동 교정과 제거


일부 ABA 치료사가 문제 행동을 줄이는 데만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접근은 아이들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잘’ 행동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아이들 개개인의 차이와 특징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또한, 자폐 아동들의 특정 행동에 기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많은 자폐 아동들이 자기 자극 행동(stimming)으로 박수를 치거나, 손을 깨물거나, 몸을 흔들거나 다양한 행동을 한다. 이러한 행동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면 교정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행동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아이가 밤낮으로 운다고 해보자. 아이가 울려고 할 때 그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면, 아이들은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를 배우지 못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러한 행동을 억제할 경우, 아이들은 감정을 대체할 다른 방법을 배우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자폐 아동들의 감정적 필요를 간과한 접근일 수 있는 것이다.




자연주의 발달 행동 중재(NDBI)는이러한 비판들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NDBI는 일상에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을 유도하며, 아이들이 중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자폐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중재법이든 아동의 특성과 주체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NDBI가 어떻게 자폐 아동의 발달을 도우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다음에 살펴보려고 한다. 

 



참고문헌

1) Schreibman L, Dawson G, Stahmer AC, Landa R, Rogers SJ, McGee GG, Kasari C, Ingersoll B, Kaiser AP, Bruinsma Y, McNerney E, Wetherby A, Halladay A. Naturalistic Developmental Behavioral Interventions: Empirically Validated Treatments for Autism Spectrum Disorder. J Autism Dev Disord. 2015 Aug;45(8):2411-28. 

2) Schuck, R. K., Tagavi, D. M., Baiden, K. M., Dwyer, P., Williams, Z. J., Osuna, A., Ferguson, E. F., Jimenez Muñoz, M., Poyser, S. K., Johnson, J. F., & Vernon, T. W. (2022). Neurodiversity and Autism Intervention: Reconciling Perspectives Through a Naturalistic Developmental Behavioral Intervention Framework.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52(10).

3) Will, E., & Hepburn, S. (2015). Applied Behavior Analysis for Children with Neurogenetic Disorders. International Review of Research in Developmental Disabilities, 49, 229–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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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18 15: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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