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현
[한국심리학신문=이채현 ]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다시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영화 ‘꿈의 제인’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뽑는 인상적인 장면에서 나오는 이 대사의 주인공은 트렌스젠더 제인이다. 그녀는 트렌스젠더 바 뉴월드에서,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살아오고자 한, 처음부터 진실되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불행하게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그녀는 행복을 말한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불행한 삶에서도 행복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몇 안 되는 행복의 순간을 뉴월드에서 사람들과 만날 때라고 말한다. 불행으로 점철된 그녀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 순간은 어떻게 보면 참 소박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어하는가? 인간의 인생의 목적은 행복일까?
물론 불행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한다면,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가? 행복은 우리의 생각보다 상당히 소소한 감정이다.
감정에 대한 모델
The circumplex model of effect 라는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을 나타낸 도표 모델이 있다. 축에 따라 그 정서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부정적인지, 얼마나 각성(arousal) 하는지 나타낸다. 이럴 때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 같은가?
한 예시를 생각해보자. 요즘 야구 경기가 한창 뜨거운 만큼 야구 경기를 예로 들겠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우승했다고 한다면, 그 우승한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낄까? 행복이라고 한다면 조금 약한 느낌이 든다. positive 하고 aroused 가 거의 최상으로 솟을 것이다. 아무래도 환희, 희열과 같은 정서표현이 적절하다.
끝나고 나서 같이 응원하던 사람들과 회식을 하고, 집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울 것이다. 그럼 우리가 정말 우승했구나 곱씹어보면서 그때 우리는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모델에서 보듯이 행복(happy)이라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감정이긴 하지만 aroused은 높은 감정이 아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이라는 말 다들 한 번 들어봤을 것이다. 이 단어의 유래는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라는 작가의 에서 본따 만든 단어이다. 그가 표현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예시는 갓 구운 빵의 냄새를 맡을 때, 하얀 와이셔츠가 빳빳하게 잘 다려진 그 느낌과 같이 딱 그런 느낌 정도가 행복 상태라고 한다.
1)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박선웅 교수. 성격의 수준과 영역
2) 구재선. 2009. 행복은 심리적 자원을 형성하는가. 한국심리학회지, 23권 1호, 16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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