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심리학신문=김정은 ]
마키아벨리즘은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 <군주론>과 <리비우느 논고>에서 주장한 정치 사상으로, 어떤 국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덕에 반하는 부정 혹은 불의라 할지라도 마땅히 허용되어야 한다는 정치우위를 말한다. 흔하게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 양식을 통틀어 지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단어는 여러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데, 심리학에서는 개인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스스럼 없이 상대를 기만하거나 조종하려는 등의 욕구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마키아벨리즘 테스트
1960년대 리처드 크리스티와 플로렌스 L.게이스는 개인의 마키아벨리즘 성향의 정도를 알아보는 테스트를 고안해냈다. 이 테스트의 결과는 ‘높음’과 ‘낮음’으로 구분된다.
1.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 당신이 어떤 일을 한 이유를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는다.
2. 사람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것이다.
3.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일 때만 그 행동을 해야 한다.
4.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착하다.
5. 모든 사람은 악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그 성향이 표현된다고 가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6. 모든 경우에 있어서 정직이 최선이다.
7. 누군가에게 거짓말 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8.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강제하지 않는 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9. 겸손하고 정직한 것이 부정직한 것보다 나으며 더 중요하다.
10. 어떤 일을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요청할 때, 내가 그 일을 원하는 실제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해보이는 듯한 이유를 알려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다.
11. 세상을 앞에서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깨끗하고 도덕적인 삶을 산다.
12. 누군가를 완전히 믿는 사람은 고생을 자처하는 것이다.
13. 범죄자들과 다른 일반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범죄자들이 잡혔기 때문에 멍청하다는 것이다.
14.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감하다.
15. 중요한 사람들에게 아첨하는 것이 현명하다.
16.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은 가능하다.
17. ‘매 분마다 선천적으로 잘 속는 사람이 태어난다’ 라는 말은 틀리다.
18. 요령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19.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은 안락사를 선택할 권리를 갖게 해야 한다.
20.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산을 잃은 것보다 부모의 죽음을 더 빨리 잊는다.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경우
심리학의 5가지 성격 특성 요소인 신경성,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 중 친화성 수치가 낮고 성실성 수치가 높게 나온다. 이는 마키아벨리즘의 성향이 높은 사람은 타인과 소통함에 있어 계산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잘못된 결과로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면 이들은 그 문제를 응당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을 가진다.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결과와 그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와 가장 결정적으로 구분되는 부분이다. 이들은 인간이 선과 악으로 구분지어 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결과만을 위한다는 행동 동기의 은폐를 중대하게 생각하고, 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낮은 경우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낮은 사람들은 타인과 소통함에 있어 보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다. 타인을 쉽고 굳게 믿는 경향이 있으며 본인도 정직한 태도를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일 수 있다.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들과는 반대로 모든 인간에게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성선설을 믿는 경향과도 이어진다.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그리고 마키아벨리즘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처럼 마키아벨리즘은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등 유명한 성격장애들과 비슷해보일 수 있다. 특히 사이코패스와 마키아벨리즘은 타인을 조종하려는 모습에서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즉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유사성이 있어보인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스의 연관성과 차이점에 주목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학자들은 367명의 미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을 통해 조사한 것은 마키아벨리즘과 정서지능, 호혜성이었다. 중요한 변인은 상호 간의 기대나 신뢰를 바탕으로 받은 만큼 돌려주는 상호주의를 의미하는 호혜성과 자신 또는 주변 사람의 감정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인 정서지능이었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정서지능이 높다면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더라도 타인과 긍정적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부정적 상호 관계도 강해졌다. 이는 정서지능이 높을수록 마키아벨리즘 성향은 약해진다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었다. 즉, 정서지능이 높을수록 상대가 나에게 베푼 만큼 베풀어주려는 긍정적 호혜성도 높아졌지만 상대가 나에게 피해를 입힌만큼 되갚아주겠다는 부정적 호혜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스의 차이점을 시사했다. 정서지능이 떨어지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마키아벨리즘은 정서지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스의 차이점을 시사한 것일 뿐, 마키아벨리즘이 사이코패스보다 타인과 보다 소통을 잘한다거나, 긍정적 관계를 맺는다거나,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어둠의 3요소’로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이 언급되는 만큼 오히려 마키아벨리즘은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여러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서지능이 높은 마키아벨리즘은 타인의 호의에는 호의로, 타인의 악의에는 더 큰 악의로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기타 매체에는 종종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마키아벨리즘 등이 미화되어 비추어진다. 외모가 출충하며 지능이 높고, 타인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조종하여 많은 재산을 얻거나 개인의 이익을 충족하는 냉혈한 정도로 그려지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는 근거가 없다. 물론 관계나 집단을 조작하는데 능해 영업, 협상 등에 단기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는 경우가 많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일반 지능이 마키아벨리즘과 비례한다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공적인 업적을 이룰 확률이 높다는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군에서 낮은 직무 만족도를 보였다는 결과가 존재한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즘과 지능, 재산, 외모, 성공 등의 상관성은 지지받지 못 하고 있다.
참고문헌
1. 곽금주, 습관의 심리학, 겔리온, 2007. 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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