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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불안감…수면을 택하는 아이들 - - 난민 아동의 심리적 어려움 : 체념증후군
  • 기사등록 2024-11-28 18: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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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연 ]


필자는 ‘가족 위기와 아동’이라는 강의를 듣고 있다. 심리학과와 아동청소년학과에 재학중이기에 아이들의 발달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에 대해 배우고 있다. 가정의 불화, 경제적 문제, 전쟁이나 재난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아동의 건강한 발달과 성장을 저해하는 많은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강의에서 접했던 가장 낯설고도 충격적이었던 주제가 바로 ‘난민’이었다.

 

그런데 최근 난민에 대한 여러 소식들이 보도되고 있다. 대부분 난민들을 왜 수용해야 하는지, 명확한 대책이 있는지 등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필자는 현재까지 태어난 곳에서 큰 이동 없이 살고 있다. 그래서 거주지에 대한 불안감이나 강제 이동 등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헤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난민과 관련한 뉴스를 접하고 강의에서 난민이라는 신분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배우고 난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서 이번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난민 아동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어려움인 ‘체념증후군’에 대해 나누고 싶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체념증후군의 기록 중 한 장면 


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난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특정한 업무나 전공 등을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그랬다. 우리나라가 종전이 아닌 휴전 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필자도 난민이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난민(refugee)이란 인종, 종교, 극심한 빈곤 또는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나 신분 등 정치, 경제, 사회적인 이유로 박해 또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해 조국을 떠난 사람들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종교 갈등, 내전, 인종 차별 등으로 인한 난민 수가 급증하고 있다. 난민에 관한 이슈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에 우리와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다.

 

난민이 되어 국적과 거주지 그리고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게 되면 누구나 불안할 것이다. 특히 아동의 경우 부모의 보살핌과 지원이 필요한데 난민이 된 경우 어른들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에 아이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로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안전지대여야 할 부모의 극도의 무력한 상태일 때 아이들은 급격한 불안과 스트레스로 ‘체념증후군’을 나타낸다.

 

 

체념증후군


이름만 듣고 보면 ‘그냥 다 포기하는 건가?’, ‘우울증이나 무기력증 같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제 체념증후군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보자. 

 

체념증후군(Resignation Syndrome)이란 주로 스웨덴에 거주 중인 난민 아동들 사이에서 보고된 심리적인 증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발생하는 의식 저하 및 활동 불능 상태를 말한다. 이 증후군을 보이는 경우 완전한 무기력 상태에 빠져 말하거나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먹는 것조차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보통 난민 신청이 거부되거나 추방 위험에 처한 아동에게서 나타나며, 스스로가 충분히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때 서서히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체념증후군을 보이는 아동은 마치 육체는 그대로 있고 혼만 쏙 빠져나간 것처럼 무기력증을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난민으로서 불안정한 상태가 미래도, 꿈도, 희망도, 살 곳도 없다는 트라우마가 아이들로 하여금 삶을 체념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체념증후군은 주로 스웨덴에서만 보고되고 있는데, 이처럼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정신질환을 문화고유장애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화병, 일본의 히키코모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히키코모리와 유사한 대인공포증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듯 문화고유장애라고 해서 반드시 그 발생 지역이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호주에 거주 중인 난민 아동에게서 체념증후군이 보고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오고 있고 이들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난민아동의 체념증후군이 보고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사정인 정치, 종교적 다툼 등으로 인한 고통이 아무 잘못 없는 어린 아이들을 체념증후군에 빠지게 한다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체념증후군을 배우고 난 뒤 필자는 난민에 대해 정치적, 경제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밝게 뛰놀고 많은 것을 배우며 또래와 어울려야 할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스스로 혼수상태에 빠지는 가슴 아픈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1)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체념증후군의 기록(2019)

2) 백영옥. (2022년1월8일). ‘[백영옥의 말과 글] [234] 체념 증후군에 대하여’. 조선일보. [백영옥의 말과 글] [234] 체념 증후군에 대하여.

3) 선명수. (). ‘말 대신 잠을 택한 아이들···질병에 걸린 개인보다 사회를 보라’. 경향신문. [책과 삶] 말 대신 잠을 택한 아이들···질병에 걸린 개인보다 사회를 보라 - 경향신문.

4)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난민 정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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