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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정민 ]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서 새로운 공공시설을 짓는다고 하는데, 주민들의 의견은 묻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주민들에게 정말 유익할 수 있을까요?




우리 없이, 우리를 위한 연구는 없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이 문장은 자폐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어 널리 알려진 구호로, 연구 대상자와 연구자 간의 협력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연구자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대상자들의 목소리가 연구 설계와 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연구는 점점 더 협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기반 참여 연구(CBPR,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Research)는 연구자와 대상자가 동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합니다.




CBPR, 우리가 함께하는 연구란?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research는 지역사회 협력형 연구 패러다임으로, 연구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연구의 설계, 실행, 그리고 결과 활용까지 모든 과정에서 함께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기존 연구가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 깊이 있는 문제 해결로 나아갑니다.


이런 연구 방법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먼저, CBPR은 연구자와 지역사회가 동등한 파트너로서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협력적 접근 방식을 중요시합니다. 단순히 연구 참여자로서의 데이터 수집 대상이 아니라, 연구 설계와 실행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공동 설계자로 참여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는 학문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 결과가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실효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이런 연구 방법은 연구 과정 전체에서 지역사회와 협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연구 초기 단계에서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해 의미 있는 질문을 설정할 수 있고, 연구가 끝난 후에는 결과를 알리고 실제로 행동과 정책 변화로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구자가 논문 한 편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있는 당사자들과 함께 변화의 원동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입니다.




CBPR이 자폐 연구에 미친 변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CBPR이 자폐 연구에서 주목받게 된 이유는, 자폐 커뮤니티에서 연구에 대해 더 많은 참여와 변화에 대한 요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연구자와 자폐 커뮤니티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연구 방향이 커뮤니티의 현실적인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를 더욱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이런 방식을 도입하려는 노력들이 최근에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AASPIRE(Academic Autistic Spectrum Partnership in Research and Education) 입니다. AASPIRE는 자폐 공동체 및 관련된 사람들과 연구자가 협력해, 자폐인의 의료 경험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텍스트 기반 회의 등 간결한 의사소통 방식을 도입하며 자폐인의 다양한 의사소통 요구를 반영한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자폐인 당사자와 관련된 사람들이 연구의 설계와 진행에 함께 참여하면서, 연구 대상자에게 적합한 설문 방법을 고안하거나 수집된 데이터를 더 나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자폐 공동체가 연구의 주체로서 긍정적인 발전에 직접 기여하도록 하며,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성취감을 느끼며 이런 연구 패러다임이 연구자와 지역 사회 일원들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연구는 왜 ‘함께’여야 할까?


연구 대상자는 주로 데이터 수집 객체로 여겨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연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중요한 사실을 적용한 CBPR은 연구자에게도 지역사회에도 새로운 도전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빈다. 이러한 협력적 접근은 자폐 연구뿐만 아니라 건강 격차, 교육 문제, 지역사회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사회 협력형 연구는 단순한 방법론을 넘어,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며 변화를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우리 없이, 우리를 위한 연구는 없다”는 이 구호가 그저 외침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단 몇 명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쓰이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1. 1) Nicolaidis, C., Raymaker, D., McDonald, K., Dern, S., Ashkenazy, E., Boisclair, C., Robertson, S., & Baggs, A. (2011). Collaboration strategies in nontraditional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research partnerships: Lessons from an academic–community partnership with autistic self-advocates. Progress in Community Health Partnerships: Research, Education, and Action, 5(2), 143–150. https://doi.org/10.1353/cpr.2011.0022
  2. 2) Strang, J. F., Klomp, S. E., Caplan, R., Griffin, A. D., Anthony, L. G., Harris, M. C., Graham, E. K., Knauss, M., & van der Miesen, A. I. R. (2021).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design for research that impacts the lives of transgender and/or gender-diverse autistic and/or neurodiverse people. Clinical Practice in Pediatric Psychology, 9(1), 13–26. https://doi.org/10.1037/cpp0000356
  3. 3) National Institute on Minority Health and Health Disparities (NIMHD). (2024). Community-based participatory research program. Retrieved from https://www.nimhd.nih.gov/programs/extramural/community-based-participatory-research.html

4) Academic Autistic Spectrum Partnership in Research and Education (AASPIRE). (n.d.). AASPIRE healthcare toolkit. Retrieved November 22, 2024, from https://autismandhealth.org/?p=home&theme=ltlc&size=s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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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2-20 18: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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