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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정은 ]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현대 인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손꼽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인문학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도 그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활동하던 19세기 서유럽은 성을 문란한 것으로 간주하고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시기에 정신분석학에 기반하여 성과 관련된 욕구를 이론화 하고 20세기 성혁명을 주도한 프로이트의 행보는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프로이트는 툭하면 야한 이야기를 꺼내는 미친 사람으로 불렸고, 이는 현대까지도 이어져 그의 별명은 “변태”가 되었다.

 

그렇다면 프로이트의 이론은 도대체 뭐길래 장장 3세기 동안 변태 같다는 소리를 들어오고 있을까? 그의 이론이 단순히 “야한 이야기”일 뿐이라면, 프로이트의 명성은 거짓된 것일까?




에로스와 리비도


그는 인간의 본능을 두 가지의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구분했다. 생의 본능인 에로스와 사의 본능인 타나토스가 바로 그것이다. 에로스에는 본능 중에서도 성적 본능을 담당하는 에너지인 리비도가 관여하며, 타나토스는 공격적인 본능을 담당한다.

 

리비도는 가장 원초적인 본능, 즉 충동이다. 따라서 한계를 지을 수 없으며 이는 마치 피가 우리 몸을 순환하듯이 계속해서 재생산된다. 하지만 리비도는 자연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무한한 리비도에 비해 우리의 몸은 유한하므로 주기적인 해소가 필요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만약 이 리비도를 마약이나 알코올, 도박 등의 왜곡된 방법으로 해소하려 한다면 몸과 정신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며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방법으로 해소하려 한다면 죄책감과 수치심 등의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굳어진 습관처럼 앞으로도 왜곡된 방법으로 리비도를 해소하려 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성적인 충동을 성적으로 해소하려 하는 것 또한 인간 사회에서는 꺼려지기 십상이니, 인간은 자연스레 이 문제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해소되지 않은 리비도는 인간의 무의식에 자리잡게 된다. 이 무의식은 곧 꿈, 최면, 유머, 말실수, 상상 등으로 내비쳐진다. 무의식 속에 잠겨진 충동과 욕망이 상징적인 것으로 변화하여 꿈에 나타난다든지, 단어를 잘못 말하는 등의 말실수로 튀어나온다든지, 유머로서 음담패설을 사용한다든지 등의 형태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성격발달이론


프로이트가 정립한 이론인 리비도는 초기에 성욕, 성 충동의 의미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에는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에너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간이 발달하는 시기를 리비도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프로이트의 성격발달이론이 대표적이다.

 

성격발달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를 거쳐 발달하고, 5세가 되면 자아가 완성되어 한 인간을 구성하는 성격이 완성된다. 따라서 여러 신체 부위를 매개체로 리비도를 충족하는 각 단계에서 결핍이 생기거나 과도한 충족이 이루어진다면 발달 지연, 고착 등 성격 형성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1. 구강기

첫 발달 단계인 구강기는 오로지 충동으로만 이루어진 원초아만이 존재하며, 이 원초아가 모든 행동을 유발하는 시기다. 이러한 행동에서 입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리비도의 충족을 위해 빨기, 삼키기, 깨물기, 먹기 등의 행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만약 구강을 사용한 리비도의 충족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격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초기의 결핍은 구강을 이용한 음주, 흡연 등을 통해 리비도를 해소하는데 집착하는 ‘구강 협응적 성격’으로, 후기의 결핍은 입으로 타인을 괴롭히거나 가학성을 보이는 ‘구강 가학적 성격’으로 나타난다. 구강 협응적 성격은 남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으며, 구강 가학적 성격에는 대표적으로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

 

2. 항문기

두 번째 단계인 항문기에서는 욕망과 충동으로만 이루어진 원초아를 통제할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된다. 이는 곧 자유로웠던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이다. 리비도에 의한 행동을 사회적인 이유로 절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서 리비도를 충족시키는 매개체는 항문인데, 배변활동이 그것이다. 따라서 자아가 형성되는 초기에는 배변하려는 경향이 있고, 후기로 갈 수록 훈련이 가능해져 배변을 참으려는 경향이 있다. 

 

항문기 초반의 결핍은 무절제하고 통제력이 없는 ‘항문 배출 성격’으로 이어지며, 후반의 결핍은 융통성이 없거나 과도하게 엄격하고 인색한 ‘항문 보유 성격’으로 이어진다. 

 

3. 남근기

세 번째 단계인 남근기에서는 부모와의 동일시를 통해 성 역할과 도덕, 윤리 등의 가치체계를 깨우치는 초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리비도는 항문에서 성기로 옮겨가게 되며 자연스럽게 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시기에서 남성은 어머니를 이성으로 인식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여성은 아버지를 이성으로 인식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겪는다. 전의 단계에서와 다르게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남성은 거세 불안이 나타나고, 여성에게는 남근 선망이 나타나며 남성과 달리 리비도를 충족하지 못 하게 되는 단계이다. 

 

남성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버지와 내면의 가치체계를 공유하는 ‘아버지의 초자아 이식’이다. 만약 이러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남성성을 과도하게 드러내거나 남성성의 상징물에 집착하는 등의 ‘남근기 특성’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 반면 여성의 엘렉트라 콤플렉스, 남근 선망은 ‘아버지의 초자아 이식’이 불가능하므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곧 경박함, 난잡함, 남성성에 대한 비난이 특징을 보이는 ‘히스테리 특성’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는 여성이 자신의 아들을 낳아 남근 선망을 충족할 때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야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법


현대정신의학에서 프로이트의 이론들은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심리학, 교육학, 철학 등의 분야에서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프로이트의 이론이 적나라한 해석과 표현으로 비판을 사는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문은 비판으로 발전되어간다. 하지만 비판 이전에 단단히 설계된 이론적 틀이 존재해야 한다. 프로이트는 인문학에 거대하면서도 촘촘한 틀을 제공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중 한 기자가 “프로이트 박사님이 항상 시가를 피는 것도 구강기적 집착 때문이 아니냐”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담배가 언제나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이 시사하는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그의 사상의 매력은 실제 신화의 매력과 닮아 있다. 모든 고통은 단지 기원적인 고통의 반복을 표현할 뿐이라고 단언할 때가 그런 경우이다.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참고문헌

1. 『히스테리 연구』(Studien über Hysterie)요제프 브로이어 공저, 1895

2. 『정신분석 강의』(Vorlesungen zur Einführung in die Psychoanalyse),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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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1-13 22: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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