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활동을 마치며, 지난 6개월의 여정을 돌아보면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곤 한다. 이 시간은 단순한 경험이 아닌, ‘나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인관계의 변화가 특히 두드러졌는데, 그 과정은 즐거움과 고통이 뒤섞인 복잡한 여정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곤 했다. 회피형 애착 유형인 나는, 누군가와 친밀해지는 과정에 있어서 오히려 그 관계를 ‘가볍게 여기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상처받기 싫은 일종의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살아온 것은 지금까지는,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큰 상처가 되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고치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그런데 2024년의 여름, 드디어 나 역시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고수해왔던 태도는 사실 나 자신을 가장 갉아먹고 있었고, 지금까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반복된 짧고 유희적인 만남은 나를 서서히 피폐하게 만들었다. 나는 항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자꾸만 관계의 끝에서 ‘상처를 받는’ 사람으로 남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것 자체가 나 자신을 굉장히 불편하게 했고, 인정하기도 싫었다.
그 후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동시에 느껴본 적 없던 외로움과 고독감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끊어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 흐지부지 이어오던, 나에게만 ‘독’이었던 관계를 약 5개월이나 유지했던 것만 봐도 그렇다.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를 하며, 이해와 공감을 쌓아가고, 잠시의 애정과 따뜻함을 받는 그 시간을 나는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이 결국 어떤 식으로 끝날 것인지를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그 끝에는 파국만이, 나에게는 상처만이 남을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차마 놓을 수가 없었다.
심적으로 불안한 당시의 나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역시 낮아진 상태였고, 그럼에도 타고난 성격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의지를 하거나, 나의 불안한 감정들을 터놓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무력함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형성된 관계들은 나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마주하게 했다. 단지 ‘자극적인 관계’에 불과한 인연들로 인해 감정의 기복은 더욱 심해졌고, 그것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했다.
물론 이것은 동시에, 나 자신이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을 겪어보는 기회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스스로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만만함은 내 오만이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경계성 성격장애’와 같은 관련 이론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해 보게 되었으며,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나에게는 또 하나의 성장의 기회가 되어 주었다.
내 감정과 대인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활동을 통해 얻은 심리학적 지식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주었고, 그동안 무시해왔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했다. 이제는 나의 감정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더 나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를 다시 다질 수 있었다.
이 여정에서 함께한, 다른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들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했던 순간들은 아직까지도 나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 이들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 동시에 나의 감정적 여정을 함께한, 여전히 소중한 ‘친구들’로 남아 있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과 관점을 접하는 것은 나의 시각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나, 특정 관심 분야에 치중하게 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모인 지식들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점차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발전은, 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심리학적 지식'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지식은 내 개인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고, ‘심리학’에 대해 내가 더욱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이 학문에 대한 '공부하고자 하는 확신'이 깊어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나는 여러 감정을 경험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대인관계에서의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더 많은 주제를 다루고 싶었지만, 한정된 주제 선정에 아쉬움을 느낀다. 또한 이번 ‘10기’ 기자 활동이 나에게 '심꾸미'로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수 기자로 한 번도 선정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번 활동은 나에게 단순한 경험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감정의 파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 나가기를 희망한다.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이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고, 더 나은 나 자신이 되어가고 싶다.
PIXABAY
참고문헌
1) 무라카미 하루키. (1987). 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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