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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배정원 ]


“아빠, 튀르키예 여행 보내줄까?”


최근 튀르키예 관광 상품으로 유행 중인 ‘모발 이식 패키지’는 튀르키예 관광과 함께 모발 이식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귀국하는 절차로 이루어진다. 실제 현지에 방문한 관광객들 대부분이 모발 이식을 받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으며 인스타그램 및 틱톡 등 여러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에서 튀르키예의 모발 이식에 대한 정보가 끊임없이 교류되고 있다.



이렇게 편도 12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견디며 튀르키예까지 가서 모발 이식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여러 제품과 시간을 들여 머리카락을 지켜내야 할 이유가 뭘까? 이 이유는 탈모와 동반되는 스티그마에서 찾을 수 있다.



탈모는 “나쁜 것?”


한국미용학회지에 기록된 한성대학교의 논문에 따르면, 탈모인은 자신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탈모를 예방하고 관리하려는 행동을 취하며, 자기 외모에 대한 만족감이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서경대학교 미용예술학과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탈모로 인해 자신감 하락, 대인기피증, 나아가 자살까지 초래하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한다. 탈모 증세를 겪으며 여러 정신적 고립과 질병이라는 압박감에 많은 이들이 혼자 고통스러워한다. 탈모의 진행 정도가 심해지기 전까지는 자신이 탈모라는 것을 숨기려고 하며, 필요한 의학적 도움을 찾지도 않는다고 한다. 어렸을 때 나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두려움일까, 아니면 더 큰 요인이 있을까?


경향신문에 기록된 ‘2030 모발 인식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의 약 95%가 건강한 모발이 외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이 중 ‘연애와 결혼에 탈모가 불이익이 많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86%였고, ‘취업과 사회생활에서 탈모가 불이익이 많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73%에 달했다. 이렇듯 사회에서,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탈모가 큰 사회적 낙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탈모를 겪게 되면 결혼 및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럼, 미디어에서는 탈모를 어떤 인식으로 바라볼까? 먼저, 우리가 접하는 여러 미디어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20대가 주로 사용하는 SNS에서부터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머리카락이 없는, 이른바 대머리 캐릭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보통 나이 많은 할아버지나 악역의 역할을 맡으며, 가끔 머리카락이 없는 것에 대해 조롱당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는 대머리를 희극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탈모인들도 이런 사회적 시각을 인지하고 있다. 서경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과 편견을 바탕으로 남을 인지하는 방법인 인상 형성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결국 대인기피증까지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인상 형성이란…


인상 형성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각적 데이터를 쉽게 처리하기 위해 인간에게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지 체계이다. 특히 첫인상은 변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처음 보이는 자리에서 외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한 사람의 한정적인 시각 데이터로 처음 보는 상대를 빠른 시간안에 인식해야 하므로 특징이 될 만한 외적 요소들이 중요하다. 이는 첫인상 효과 또한 초두효과라고도 하는데, 처음에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되는 정보보다 더 크게 기억에 남는 효과이다. 


이러한 이유로 특정한 전문성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직군은 단정한 용모를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항공기 승무원은 유니폼을 차려입고 깨끗한 인상을 주어 승객들에게 바른 태도로 인식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대한관광경영학회의 논문에 따르면 항공기 승무원의 외모 및 반듯한 옷차림이 우호적인 인상 형성에 도움을 주고 서비스의 품질은 좋게 평가했다고 보고한다.


이렇듯 단정한 용모가 타인의 인식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희극화되는 탈모는 긍정적인 인식을 얻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탈모는 개인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에 깊이 연관된 문제다.


만약 스트레스성 탈모가 의심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고,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탈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여 탈모인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람 내면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탈모가 주는 상처가 아물기 시작할 것이다.




* 참고문헌

1) 김성희. (2023). 탈모에 의한 외모인식도가 탈모관리행동에 미치는 영향: 심리적요인 매개 효과 [The Effect of Appearance Recognition by Hair Loss on Hair Loss Management Behavior: Psychological Factor Mediating Effect].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Costume, 29(5), 1177-1190. Retrieved from https://www.e-jkc.org/upload/pdf/JKSC-2023-29-5-1177.pdf

2) 김다희, & 김성남. (n.d.). 탈모가 인상형성 및 대인불안에 미치는 영향. Asian Journal of Beauty and Cosmetology. Retrieved from https://e-ajbc.org/upload/pdf/%EA%B9%80%EB%8B%A4%ED%9D%AC_%EA%B9%80%EC%84%B1%EB%82%A8.pdf

3) 박효순. (2021, October 27). 2030세대 “외모에 있어 건강한 모발 중요” 95.4%. 경향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khan.co.kr/article/202110271117001

4) 초옥청. (n.d.). 서비스 인카운터에서 서비스 실패에 따른 초두효과와 최신효과 [Primacy and Recency Effects in Service Encounters Following Service Failures]. Retrieved from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DIKO0013698136

5) 신명순, & 김민주. (n.d.). 항공사 여승무원의 외형과 인상형성, 서비스 품질 지각 간의 인과관계 분석. Retrieved from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290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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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2-27 0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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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yelim08012025-02-28 15:30:47

    실제로 이스탄불 공항에 가서 터키가 모발이식 강국임을 눈앞에서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기사 초반에 터키의 모발강국 내용을 먼저 언급하셔서 더욱 흥미가 갔습니다. 탈모가 대인기피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동시에 현대의학의 발전이 재빨리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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