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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 상대방 기분 상할까 걱정, 말 안 하자니 답답...” 할 말은 많지만 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 어려울 때 쓰는 너도나도 속 편한 개비스콘 대화법
  • 기사등록 2025-02-27 09: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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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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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활동, 조별 과제, 아르바이트, 직장 생활 등 우리는 다양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저조한 참여율, 불성실한 태도, 무례한 말투 등의 행동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민된다. 이런 류의 말은 건네기가 껄끄럽기도 하고 또 괜히 말했다가 관계가 나빠질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이러한 고민을 더욱 자주 하게 된다. 필자 또한 그런 성향을 지닌 사람으로서, 조직 내에서 ‘말 잘 듣는 부원’ 역할을 자처하며 의견을 삼키는 일이 많았다. 같은 조원의 불성실한 태도를 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과제를 수행했다. 괜히 지적했다가 관계가 어색해지면 그게 더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나를 미워할까, 관계가 나빠질까 두려워 말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해야 할 말이 오가지 않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은 관계이다. 특히 조직에서 원활한 협업과 발전을 위해서는 적절한 피드백과 의견 개진이 필수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물망처럼 서로와 서로가 연결된 사회에서 썩은 실이 아닌 탄력 있는 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소통’이 필수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그런 방법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지적하는 법


“너 때문에 회의가 지연됐잖아.”

“나는 중요한 회의가 지연되니까 초조해.”


듣는 이는 어느 표현을 더 수용하기 쉬울까? 당연히 후자다. 지각을 한 사람이라도 첫 번째처럼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방어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두 번째 표현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고 개선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차이는 ‘너’로 시작했느냐, ‘나’로 시작했느냐에서 비롯된다. 전자는 상대방의 행동을 직접 평가하고 비난하는 방식이므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후자는 ‘나’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상대방은 존중받는 느낌을 받고, 상호 존중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 문제 해결에도 더 효과적이다.


이처럼 ‘나’의 기분을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나-전달법(I-message)’이라고 한다.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토마스 고든이 고안한 대화법으로, 갈등 해결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강력한 도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나-전달법’의 효과


‘나-전달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2018년 호주 에디스 코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253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6개의 가상 갈등 상황을 설정하고, 다양한 유형의 대화 방식을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대화를 시작하는 문장이 ①나-전달법인지 너-전달법인지, ②상대방의 입장을 어느 정도 고려했는지(자신만 고려, 상대방만 고려, 양쪽 모두 고려, 고려하지 않음)에 따라 상대방의 방어적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나-전달법’이 ‘너-전달법’보다 상대방의 방어적 반응을 유의미하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표현을 사용할수록 방어적 반응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나-전달법과 상대방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문장이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나는 네가 힘들다는 걸 이해해. 하지만 나도 이 상황이 불공평하다고 느껴” 같은 문장이 “너는 항상 이렇게 행동해” 같은 문장보다 상대방의 방어적 반응을 현저히 줄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의 91.3%가 나-전달법을 사용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했고, 73.5%가 너-전달법을 사용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문장에 방어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이는 나-전달법이 갈등 상황에서 방어적 반응을 줄이고, 보다 건설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임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나-전달법은 단순히 갈등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효능감 및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2008년 정신간호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여학생 91명을 대상으로 나-전달법과 자기 노출 훈련을 병행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나-전달법을 사용한 실험군의 자기 효능감이 6주 만에 69.09점에서 72.22점으로 증가했다. 반면, 대조군은 71.22점에서 71.17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또한, 스트레스 대처 방식에서도 실험군은 26.27점에서 28.11점으로 향상된 반면, 대조군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나-전달법이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강화되면서 대인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궁극적으로 개인의 심리적 안정과 조직 내 협업 능력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전달법’ 실전 적용법


'나-전달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행동, 감정, 영향 이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1. 행동: 상대방이 한 구체적인 행동을 언급한다.

2. 감정: 그 행동으로 인해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한다.

3. 영향: 그 행동이 나에게 미친 구체적인 영향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너 때문에 기한 내에 제출 못 하면 책임질 거야?” 대신에,
“내일모레까지 PPT를 제출해야 하는데, 기한 내에 못 내면(행동) 우리 조의 점수가 깎일까 봐(영향) 나는 걱정돼(감정).”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확률이 높아진다. 이 밖에도 미국 국무부 공식 아카이브(2009-2017) 자료에 따르면, 나-전달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며 시작하기 △공개적인 자리보다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기 △화가 났을 때 사용하지 않기 △좋은 행동도 나-전달법으로 칭찬하기 등의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나-전달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1. 말투뿐만 아니라 몸짓과 표정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느낌을 주기

2. 협조와 화해의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3.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고려하지 않기

4. 상대방에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기 (특히, 해결책은 상대방이 원할 때만 제시하기, 상대방을 존중한다면 스스로 행동을 올바르게 고칠 것이라 믿는 편이 좋음)

5. 자신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므로, 상대방이 즉각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 하지 않기


나-전달법은 갈등을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위협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건강한 대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상대방의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높여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나-전달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갈등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과 건설적인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회피는 피구공이 날라올 때나


많은 사람들이 "그냥 참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롭다. 심리학에서는 회피를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에 비유한다. 감정적 스트레스를 회피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누적되고, 심각하면 폭식, 자해, 우울증, 강박 장애, 사회 공포증, 대인 기피증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황에 있어서 회피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지만, 감정에 있어선 절대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나-전달법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나-전달법은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적인 자기표현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고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조직 내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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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생활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관계의 질과 협업의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전달법’을 활용한다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나의 의견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나-전달법을 통해 소통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참고문헌

1) 인사혁신처. (2024).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패턴이 있다?!.
2) 최연자, 이경완, 정춘화. (2008). 나 전달법과 자기노출훈련이 여대생의 자기효능감과 스트레스 대처방식에 미치는 효과. 정신간호학회지.
3)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2022). 마음의 법칙. 포레스트북스.
4) 안-엘렌 클레르, 뱅상 트리부. (2024). 마음의 기술. 상상스퀘어.

5) 게리 D. 맥케이, 돈 딩크마이어. (2017). 아들러의 감정수업. 시목.
6) Francine Montemurro. “I” Messages or “I” Statements. Office of the Boston University Ombuds.

7) Shane L Rogers, Jill Howieson, Casey Neame. (2018). I understand you feel that way, but I feel this way: the benefits of I-language and communicating perspective during conflict. PubMed 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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