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현
[한국심리학신문=강승현 ]
현대 사회에서 범죄 보도 프로그램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범죄 사건에 대한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며, 시민들에게 사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한다. 또한 범죄 예방과 법질서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범죄 보도 프로그램이 주는 영향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범죄 장면을 접하다 보면, 청소년들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범죄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범죄를 단순한 흥미 요소로 받아들이거나, 현실에서의 폭력에 둔감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처럼 주변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는 연령대에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 태도 등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모방심리가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범죄 보도 프로그램 시청에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인가, 모방 범죄 유발인가?
범죄 보도 프로그램의 부정적 영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다. 첫째, 청소년의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을 약화시킨다.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폭력적인 범죄 장면은 점진적으로 감수성을 둔감하게 만들며, 폭력을 정상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게 할 위험이 있다. 둘째, 모방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구체적인 범행 수법이 자세히 보도될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들이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과도한 범죄 보도는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세상을 위험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이는 결국 심리적 위축과 사회적 부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범행 수법, 어디까지 알려야 하나?
범죄 보도 프로그램에서 범행 수법을 지나치게 상세히 공개하는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첫째, 범죄의 상세한 묘사는 청소년들에게 위험한 학습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청소년기는 가치관과 도덕성이 형성되는 시기이며, 외부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연령대이다. 만약 범죄 보도 프로그램에서 범죄의 동기와 실행 방식이 지나치게 강조된다면, 일부 청소년들은 이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모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범죄자의 행동이 영웅적인 모습으로 포장되거나, 범죄가 치밀하고 성공적인 방식으로 그려진다면, 범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실제로 모방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으며, 청소년 범죄율 증가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범죄의 지능화를 촉진할 우려가 있다. 미디어를 통해 정교한 범죄 기법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잠재적 범죄자들이 이를 학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범죄 수법이 분석적으로 설명되거나 경찰의 수사 방식까지 상세히 다뤄질 경우, 범죄자는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여 법망을 피해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강력 범죄자들이 기존의 범죄 보도를 참고하여 자신의 범죄 계획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범죄 보도에서 지나친 정보 공개는 오히려 새로운 범죄를 유도하고, 더욱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가 발생할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피해자의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범죄 보도에서 피해자의 신원이 공개되거나 범죄 현장이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재현될 경우, 이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심각한 2차적 트라우마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의 사진이나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경우, 피해자는 사회적 낙인과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며, 이는 장기적인 심리적 후유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범죄 보도가 자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경우,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이야기나 범죄의 충격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잊히거나 오히려 비난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범죄 보도에서는 피해자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며, 선정적인 보도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범죄 보도 프로그램의 윤리적 개선을 위해
따라서 범죄 보도 프로그램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범죄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도하는 것을 넘어, 범죄의 위험성과 법적 결과를 강조하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방송사는 연령별 시청 등급을 엄격히 적용하고, 선정적인 장면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고, 불필요한 정보 공개를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문가 자문 및 심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범죄 심리학자, 법률 전문가, 청소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심의 기구를 통해 보도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검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범죄 보도 프로그램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적 교육과 범죄 예방의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범죄 보도 방식은 청소년의 심리적 발달과 사회적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므로,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범죄 보도 방식의 개선과 윤리적 기준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향후에는 범죄 보도가 단순한 사건 전달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과 범죄 예방에 기여하는 공익적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출처
1) 안상원. (2019). 범죄보도 프로그램이 청소년 비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 논문). 광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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