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우
[한국심리학신문=장철우 ]
얼마 전 작년 봄에 교육을 했던 팀장님께서 연락이 왔다.
지난 연말에 팀장 다면평가를 받았는데 그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었나 보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주말에 카페에서 뵈었는데 다면평가 하위 10% 팀장이 되어서
올해 3월에 하위팀장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창피해 죽겠다고 하시면서 올해에 또 하위 10%에 들어가면 내년에는 보직자에서 박탈된다고 하면서 꽤 초초해하셨다.
팀장 코칭교육을 하면서 만났던 분들이 연말에 다면평가를 받고 스트레스받아서 연락들을 한다.
그리고 이구동성 비슷한 패턴으로 이렇게 하소연한다.
처음엔
"난. 내가 하위 10%에 들 줄 전혀 몰랐습니다. 낌새도 예견하지 못했어요.. 우리 팀원들과 사이가 좋았거든요...." 처음엔 그냥 믿을 수 없다는 말씀을 주로 하다가..
두 번째로
"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라면서 이것들이 잘해줬더니 고마움도 모르고 이딴 평가를 했다고 화를 내다가..
마지막에는
"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까요?"라고 하면서 조언을 구한다.
특히 뛰어난 실적으로 동기들에 비해 빠르게 팀장이 된 분들 중 이런 분들이 많은데
왜 이처럼 똑똑한 팀장들이 자신이 이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몰랐을까?
분명 팀원들은 팀장에게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왜 예측하지 못한 것일까?
나는 아마 3가지 측면에서 팀장과 팀원의 시각차이로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첫째, 솔선수범 팀장 vs 성장을 막는 팀장
이팀장은 전설의 마케팅 실무자였다.
의류회사의 망해가던 여성복 브랜드에 실무자로 들어와서 1년 만에 매출을 다섯 배 이상 키웠다. 특히 제품과 채널을 가리지 않고 온, 오프 완판을 시키면서 1년 만에 마케팅팀 팀장으로 발탁되었다.
본인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어설픈 팀원들에게 시키는 것보다는 스스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을 했다.
게다가 자신은 경력사원으로 입사해서 팀장이 된 케이스다 보니 이것저것 시키는 것보다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팀장이라고 해서 실무를 등한시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문제는 팀원들은 이팀장의 이런 모습을 전혀 좋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솔선수범 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일을 주지 않고 팀장 혼자서 다해버려서 성장의 기회가 전혀 없고 배울 기회도 잃었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또한 팀장이 항상 바빠서 본인 일 하느라고 팀 전체를 못 보고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는 불만도 많았다
특히 팀원 최대리는 브랜드 콘셉트를 잡을 때 본인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팀장의 컨펌을 기다렸는데 팀장이 다른 브랜드 광고시안 작성하느라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전혀 검토도 해주지 않고 그래서 흐지부지 그냥 시간만 보내서 일정에 쫓기다 보니 결국 새아이디어는 반영되지 못한 채 제품이 출시되었다고 많이 속상해했다.
그리고 팀장이 늘 시간이 없다 보니 영업팀에서 마케팅팀으로 부서변경된 이대리는 팀장에게 전혀 배운 것도 없이 시간만 갔고 마케팅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가 커서 전직했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영업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배려가 없는 팀원에게 실망 vs 정확하게 지시 안 해주는 팀장에게 실망
이팀장이 가장 황당한 부분은 지난 기간 자신이 팀원들에게 가장 실망했던 부분에 대해 오히려 팀원들은 그 부분을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팀장은 자기 팀원들이 Z세대라서 그런지 타인에 대해서는 배려가 부족하고 서로 돕지도 않고 자기 것만 챙긴다는 생각을 1년 내내 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이야기하면 팀회의를 마치고 다 먹고 남은 음료수병이 팀회의실에 있었는데 아무도 치우지 않더라는 것이다. 언제까지 치우나 보자고 생각했는데 다음날이 되어서도 안 치우는 것을 보고 본인이 직접 치우면서 요즘 애들이라 너무하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팀원 최 과장은 하던 일이 마무리되었고, 반면 이대리는 마케팅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서 유통사와 조율도 어려워서 기한 내 마무리 짓는 것이 버거운 것 같아서 최 과장에게
"최 과장! 괜찮으면 이대리 업무 좀 한번 체크해 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최 과장이
"팀장님! 아무래도 이대리와 유통사 총판 담당자가 업무조율 하는데 유통사 측이 자꾸 컴플레인을 걸어서 컨트롤이 쉽지 않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만 하고 마치 자신은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나 몰라라 해서 되게 실망했다.
자신이 체크해 달라는 것은 체크해서 도와줄 부분을 해달라는 말이었는데 최 과장은 정말로 체크만 했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 과장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도 유통사 측 사람들이 바뀌어서 내용도 잘 모르고, 과장급이 나서는 것보다는 팀장인 나서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상황만 보고하고 뒤로 빠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팀장이 차라리
"최 과장이 그럼 한번 컨트롤해줘"라고 정확하게 지시했다면 자신이 이대리를 도왔을 텐데 그런 지시는 전혀 없이 체크하라고 해서 상황 보고 했는데 나중에 딴소리를 하는 팀장이 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일이 대략적 마무리된 것이지 이후 팔로우업을 하려면 계속 신경 쓰고 진행할 일도 많다 보니 다른 사람 업무에 적절하게 개입할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셋째, 한 달이나 됐는데 아직도 이걸 못해? vs 한 달 만에 이걸 어떻게 해요?
팀원들이 가장 불만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이팀장에게 업무 보고할 때 이팀장이 혼잣말로 이런 말을 자주 내뱉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한 달이나 됐는데 이제 여기까지 진행된 거야?"
"아니 두 달 전에 지시한 건데 아직도 이 정도 된 거야?"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는 한 달 만에 이 정도 진행한 것도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달에 이만큼을 어떻게 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한다.
또한 이팀장은 일을 지시하면 이후에 진득하게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분명히 일주일정도 기간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삼일 만에 물어보는 것이다.
"김대리 그거 어디까지 진행됐어? 가지고 와봐"
그럼 김대리는 반쯤 된 기획서를 가져다준다. 이팀장은
"아.. 이 부분은 작년 겨울시장 판매량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시장 예측한 것이잖아"
하면서 이팀장이 기획서를 수정한다.
결국 팀원은 어차피 팀장이 다시 간섭하거나 지맘대로 할 테니 열심히 안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팀장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
첫째! 혼자 일하지 말고 팀원에게 일을 나누고 그들이 잘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의 전체에 대한 명확한 이해 및 팀원 개개인에 대한 역량파악이 중요하다.
개별 팀원이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업무를 나누어 주는 것이 적절한지 파악해서 유기적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가끔 팀장들이 팀원을 평가할 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김대리는 기획력은 좋은데 고객사와 협상하는 능력이 부족해.. 그 능력을 키워야 해..
이것은 적절한 피드백이 아니다.
팀은 불완전한 사람들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곳이기 때문에 김대리는 잘하는 기획력을 하면 된다. 그가 부족한 협상능력은 이를 잘하는 팀원에게 맡기거나 팀장이 김대리에게 교육을 통해 역량을 높이면 된다. 이것이 팀장의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서 팀장은 실무에 허덕일 것이 아니라 전체 팀원들에 대한 매니징 역량에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둘째!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지 말고 정확하게 지시를 해야 한다.
개인의 선의만을 생각하고 일일이 시키는 것이 잘 안 되는 팀장님들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 오히려 전체에 윤활유가 되는 것이다.
회의실에 음료수가 계속 있으면 치울 것을 지시하면 된다.
또는 그것을 지시하는 것이 잔소리 같으면 팀원들이 반드시 행동을 해야 할 사항을 체크리스트로 구체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제대로 하고 있는 가를 매일 체크하시면 된다.
회의실 뒷정리는 가장 마지막에 회의실을 나온 사람이 한다. 매번 회의가 끝나는 시간에 체크리스트를 보게 한다.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셋째! 내가 생각하는 시간과 팀원이 생각하는 시간의 차이는 상대적이며 그 갭은 매우 크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업무 지시한 날짜와 마감기한을 준 날짜를 반드시 메모해서 그 중간에는 개입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중간에 개입하면 그만큼 팀원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고, 내가 개입하게 되면 팀원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꼭 하면서 스스로를 컨트를 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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