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한국심리학신문=김동연 ]
사진=송소희(Song Sohee) - Not a Dream (미발매 자작곡) [Live Clip] 캡처 화면
외람되게도 나는, ‘송소희’라는 석 자가 다시금 대중에게 다가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음악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과 '불후의 명곡' 등에서 얼굴을 알린 그의 수식어는 ‘국악소녀’였다. 어린 나이에 국악을 곧잘 하는 소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별명과 함께 그는 사그라졌다. 특별한 만큼 낯설었기 때문이다. 빛은 바랬다.
누가 누구를 판단하겠는가. 그의 미발매 자작곡인 ‘Not a Dream’의 라이브클립을 향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1,000만(2025년 2월 28일 기준)을 넘어 나날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에게 다양한 찬사를 보낸다. 일부는 국악을 ‘가능성’ 내지는 ‘재해석’의 영역과 결부하여 평가한다. 나 역시 수백 번 돌려보며, 이번 사조에 동참했다. 다시 빛은 발했다.
상승, 정지, 상승
송소희의 이번 음악은 ‘국악’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국악적’인 터치가 가미되었다고들 하나, 그의 배경을 배제한 상태에서도 그것을 포착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연관성조차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악인의 국악 같지 않은 음악. 이 아이러니가 요지이다. 국악은 그 명칭이 무색할 만큼,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가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판소리가 아니라 경기민요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대중은 한국 전통 음악에 대해 무지하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새로움을 추구하기에 바쁘다.
국악은 표현의 자유보다 전통이 우위에 있어 마땅한 예술이다. 이 사고가 한 예술을 보존하거나 전승하기 위한 자세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약이 항상 욕구를 가둘 순 없다. 송소희가 그렇다. 미니음반 '공중무용'을 발매한 이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시점부터 경기민요를 하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떨어진다’고 술회했다. 그가 어떤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인데, 그것이 개인의 역량인지, 음악의 영역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가 ‘상승 정지 증후군’을 겪었다는 것은 의심해 볼만하다. ‘상승 전망이 보이지 않고 내리막길 인생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나타나는 이 증상은, 주로 중장년 남성층이 대상이다. 물론 젊은 층에도 만만히 발현된다. 대학교 진학이나 취업, 각종 시험 등과 같이 확고한 목표를 향해 장기간 달려왔지만, 막상 달성하고 나면 허무한 감정이 뒤따르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힘겹게 이룬 결실을 포기하기란 불가능한 노릇이다.
하물며 유년기부터 줄곧 한 곳만 바라왔던 그이기에, 이러한 증상은 충분히 겪을 만한 일이다. 그 경중이 어떻다고는 감히 대변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해결책은 비교적 단순했다. 그는 선후관계를 바꾸어 ‘정지 상승’으로 헤쳐 나갔다.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잠시 정지하여, 새롭게 상승할 곳을 모색했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국악과는 다른 음악을 주안으로 삼았다.
그렇게 그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국악소녀’에서 탈피했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니고, 국악에서 우회한다. 혹자는 그가 국악을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표한다. “목소리를 바꿀 순 없고, 제 음악만의 색이기도 해서 (국악을) 버리진 않을 것 같아요.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리고요.” 그와 국악을 끊으려는 얄팍한 속셈은, 누구보다 그것을 사랑하는 자의 자부심을 해치는 오만이다. 그의 음악이 낯설면서도 귀를 사로잡는 이유는, 그가 자신만의 색을 칠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그는 어쭙잖게 다른 음악을 흉내 내지 않는다.
나아가다 보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없을 수 있고,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면 잠깐 정차하여, 자신이 올곧게 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경로를 크게 이탈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방향키를 조금만 돌려도 숨어있던 연료가 채워질지 모른다. 당신이 우직하게 나아간 길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생겨있을 것이다. 그중 새로이 한 곳을 목적지로 삼아 조금씩 나아가면 어떨까. 우선 다시 시동부터 걸어보자.
바라는 일이 노래인 가수
이처럼 송소희의 돌파구는 국악(민요)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세계를 확장하는 길이었다. 그곳이 이제껏 아무도 가지 않은 비포장도로여도 괜찮다. 신발은 달라져도 발걸음은 그대로일 테니 말이다. 이름부터 ‘바라는 일(소희)’이 ‘노래(Song)’인 그는, 분명 자신만의 보법으로 도약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가 닦은 거리를 따라가면 된다. “달려온 나의 저 길을 바라봐”라고 당당히 외치는 사람을 어찌 외면하겠는가. 그곳에서 마주할 “바람 온도”는 무척이나 설렌다.
‘우직하다’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 어리석고 고지식하다. 둘,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태도가 있다. 오늘날은 후자에서 전자가 파생되었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회이다. 꾀부리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고, 묵묵히 맡은 일만 한다면 고지식하다고. 그러나 나는 후자를 긍정하기 위한 도구로써 전자를 이용하고자 한다. 묵묵히 맡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리석고, 꾀부리는 것이 고지식하다고. 각종 반칙과 편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혼자만의 정공법을 고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우직한 사람의 승리로 정의하고 싶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다수가 한 예술의 정신을 계승한다면, 소수는 그것을 발판 삼아 상승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 부상이 또 다른 창조를 낳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예술을 전승하는 일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 참고 문헌
1) 김춘경 외. (2016). 상담학 사전. 서울: 학지사
2) 연합뉴스 [Website]. (2024). 국악 벗은 송소희 "전 '이단아'…곡 쓰며 감정 해소했죠"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1161900005
3) 송소희[Official] [Youtube]. (2024). 송소희(Song Sohee) - Not a Dream (미발매 자작곡) [Live Clip]
https://www.youtube.com/watch?v=Zbo7UY8dxh8
4) 딩고 뮤직 / dingo music [Youtube]. (2023). 송소희(Song Sohee)의 킬링보이스를 라이브로! - 한강수타령, 사랑, 계절, 그대라는 계절, 밀양아리랑(雪花), 구름곶 여행, 오돌또기, 내나라 대한 ᅵ딩고뮤직
https://www.youtube.com/watch?v=6KKIo4-6j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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