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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하연 ]


우리의 코는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냄새를 맡고, 그 냄새에 대한 감정을 결정한다. 흔히 시각과 청각이 주요한 감각이라고 생각하지만, 후각은 우리의 감정과 기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공기 중의 화학물질을 감지해 향기를 맡는 후각은 인간이 보유한 1000개 이상의 후각 수용체를 통해 작동하며, 이를 생성하는 유전자는 다른 감각기관보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후각은 의식적인 노력이 없어도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며, 우리의 행동과 감정을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후각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하곤 한다.


Southern Living

냄새가 불러오는 기억, 프루스트 효과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문장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한 장면이다. 특정 냄새를 맡을 때 과거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르는데, 후각이 뇌의 편도체와 해마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이는 후각을 통해 저장된 기억이 다른 감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한 냄새 하나가 우리를 수십 년 전의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기도 하고, 특정한 공간이나 순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냄새와 감정의 관계


냄새는 단순히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정한 냄새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며, 심지어 수면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영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이 연인의 체취가 밴 티셔츠와 함께 잠을 잤을 때 평균 수면 효율이 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인의 냄새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근육 이완 효과를 유도해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멜라토닌 보충제를 복용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보인 것이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후각에 덜 민감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후각이 뇌의 변연계, 편도체, 해마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노인들의 침실에 6개월 동안 매일 밤 2시간씩 향기를 퍼지게 했다. 연구 결과, 기억력 평가에서 참가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인지능력이 226%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fMRI 검사에서도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과 내측 측두엽을 연결하는 경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기를 통해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까지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상 속 후각 활용하기


우리 삶 속에서 후각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리가 좋아하는 향을 주변에 배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라벤더 향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며, 레몬 향은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특정한 향기를 맡으며 공부하거나 일을 하면, 같은 향을 다시 맡았을 때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정서적 안정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후각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감각이다. 특정한 향기가 우리의 감정, 기억, 심지어 건강까지 좌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상 속 작은 향기에 주목하고,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아 활용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소비자 평가

*참고문헌
1)김병국. (2023). 인간의 후각, 냄새의 역할과 문화사. Korean Journal of Otorhin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66(9). 577-583.

2)전은애. (2024). 기억은 냄새와 함께 남는다. 브레인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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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11 08: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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